재미교포가족 순천시청 앞 ‘눈물의 호소’

수 억원 도박빛 남기고 달아난 가장 찾아 10일째 피켓시위

등록 2000.10.03 20:39수정 2000.10.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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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10년 동안 남편의 부정한 행위를 참고 살았는데 이제 시부모마저 누명을 씌우니 도저히 참을 수 없습니다. 저의 짓밟힌 인생을 어디에서 찾아야 합니까?”

지난 25일부터 전남 순청시청 앞에서 재미교포 일가족이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를 빨리 돌려주세요’등의 피켓을 목에 걸고 도박과 사업실패로 재산을 없애고 달아난 가장을 찾아줄 것을 호소하는 이색 시위를 벌이고 있어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재미교포 윤혜정(32·뉴욕 뉴저지주 거주·미국명 에슈리남) 씨는 아들 남현우(10), 딸 은지(8)와 함께 행방불명된 남편을 찾기 위해 지난 8월 10일 귀국했다. 그러나 시아버지 남아무개(67·순천Y어린이집 원장) 씨는 도박과 증권투자로 재산을 탕진한 아들의 잘못을 자신에게 떠넘기며 손자들마저 문전박대하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3일 윤씨는 시아버지가 “아들은 미국 영주권을 따기 위해 위장 결혼했을 뿐”이라고 박대하면서 “돈을 친정에 빼돌렸다, 위자료를 많이 받아내기 위해 시위를 한다라는 등의 말로 자신을 비방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시아버지 남씨는 3일 아들이 윤씨와의 결혼으로 영주권을 얻어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지난 1980년 미국 뉴저지주로 이민간 윤씨는 90년 남편 남아무개(35)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전남 순천지역 유지 아들인 남씨는 결혼 초부터 가정을 돌보기보다 카지노와 술로 세월을 보내면서 폭행을 서슴지 않았다고 윤씨는 주장했다.

윤씨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남편 남씨는 △카지노에 가지 않겠다 △폭음과 방황을 하지 않겠다 △아내에게 폭행을 하지 않겠다 △아내의 인격을 무시하지 않겠다 등의 각서를 아내에게 쓴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마켓 등의 사업으로 중산층 생활을 했던 윤씨 가정이 파탄에 빠진 것은 지난 5월. 증권투자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남편은 지난 5월 23일 한국에 2주만 다녀오겠다며 떠난 뒤 소식을 끊었다. 남편이 떠나자 윤씨는 5억여원에 이르는 도박빚에 시달려야 했고 집은 은행으로부터 경매에 처하는 등 생계가 막막한 상태였다.


결국 도박빚 독촉과 생활고에 쫓기던 윤씨 일가족은 귀국해 남편을 찾아줄 것을 요구했으나 혈육마저 거절한 시부모의 문전박대에 견디다 못해 거리에 나섰다고 윤씨는 주장했다. 특히 두 자녀는 학업마저 중단된 상태로 부모의 고향인 한국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있다.

현우(10) 군은 서툰 한국말로 “아버지가 어서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너무 힘들어요”라며 50여일째의 한국 생활에 지친 표정을 지었다. 순천의 한 여관에서 머물고 있는 윤씨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의 협박전화와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불안을 호소했다.


어려서 이혼의 아픔을 경험했다는 윤씨는 “어떻게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아이들을 휼륭하게 키우고 싶었어요. 그러나 욕심이 너무 컸나봐요. 자식조차 돌보지 않고 가족에게 빚을 떠넘기고 달아난 남편에게 무얼 기대하겠습니까. 그러나 억울한 누명은 벗고 싶습니다”며, 자신에게 씌워진 10억원의 재산탕진에 대한 진실을 밝힐 것을 시부모와 남편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아버지 남씨는 “미국서 일어난 일이니까 미국에서 해결할 것을 종용했다”면서, “며느리와 사돈이 교회, 어린이집, 아파트 등지를 찾아다니며 얼굴에 먹칠을 하고 다녀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남씨는 또 “며느리와 화해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는데 거절해 대화가 중단된 상태”라고 해명했다.

한편 남편 남씨는 지난 6월말경 워싱턴 시애틀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부모에게 중국이나 캐나다로 떠나겠다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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