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백원으로 신문을 산다면?

100분토론회 숨은 주인공들의 못다한 이야기

등록 2000.10.04 01:01수정 2000.10.0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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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MBC100분토론은 성역과 금기로 가려졌던 조선일보의 문제가 공중파 방송의 토론주제로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지만 기대이하의 난상토론은 시청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토론을 통해 결코 쉽지 않은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일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00분토론회가 끝나고 네티즌들에게 가장 주목을 받은 "역사를 살아봐야 아는 것입니까"의 심병호(월간 '말'지 홍보부장)씨와 안티조선을 반대하는 측의 "불량식품의 기준이 무엇입니까"의 신지원(이화여대 경영학과)씨, 김세은(이화여대 경제학과)씨를 모시고 토론회때 못다한 얘기를 해보았다.

명동성당과 향린교회에서 2시간이 넘는 마라톤 좌담에서 '안티조선운동은 인정한다', '침묵하는 지식인이 더 문제다' , '조선일보는 수구다' , '안티조선운동의 방법에 문제가 있다' 등의 합의점을 이끌어낼수 있었다. 양쪽은 모두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 만족했다.

먼저 100토론회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심병호-"토론자체가 유익했다고 봅니다. 안티조선측이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김용서교수와 임광규변호사는 북한과 연계해 이념적으로 물고 늘어졌던 것이 토론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갔던 것 같습니다."

신지원-"김용서교수님이 요즘 학생들의 생각을 말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토론장에 나갔지만 안티조선측의 방청객들의 과시하는 태도에 실망스러웠습니다. 기분이 몹시 상했지요. 숫자적으로도 열세였지만 토론회과정에서 박수와 야유를 보이는 태도는 너무 했다고 봅니다. MBC측은 방송전에 휴대폰을 끄라는 주의를 줬을뿐 방송태도나 예의에 대해서는 전혀 주의를 주지 않아 편파적인 방송이 된 것 같습니다."


심병호-"박수나 야유는 자연발생적으로 나온 것 아닙니까. 외국의 경우 이보다 더하다고 합니다. 생방송의 열기를 여과없이 보여줬다는 점에서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신지원-"MBC측에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안티조선측에서는 의도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스튜디오밖에서부터 기분이 나빴다. 우리는 중립적 입장에서 참석했는데 '누구누구는 미친놈이니까 우리 의견만 주장하면 된다'는 등의 말을 서슴지 않게해 놀랐습니다. 저는 개인자젹으로 참석했지만 안티조선측은 조직적으로 동원됐던 것 같습니다."


김세은-"토론회는 개인의 입장을 표명하러 나온 것이 아닌 줄 아는데 안티조선측의 김정란교수님은 주한미군 철수문제에 대해 공식입장을 말하지 않고 개인적 의사를 피력해 의아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였던 것이 있다면

심병호- " "재판의 역사는 오판의 역사다. 신문은 오보투성인데 조선일보가 오보 좀 한 것 같고 난리냐"는 임변호사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였습니다. 언론이 책임있는 언론으로서 충실한가라는 질문을 해 볼 때 이는 상식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보투성인 신문이 어떻게 1등신문이 될 수 있겠습니까"

김세은 -"논지 자체를 서로 이해 못해 문제에 대한 접근 자체를 못한 것 같습니다. 특히 김정란교수의 경우는 사회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논지를 끊어 토론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신지원-"김용서교수님의 말은 평소 수업시간에 다 했던 말입니다. 저는 김교수님이 말씀하실 때 아슬아슬했었는데 특히 전두환 정권의 정당성을 말씀하실 때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아 오해의 여지를 준 것 같습니다."

신지원씨와 김세은씨는 언제 안티조선이라는 말을 접하게 됐는가.

김세은-"100분토론회 준비하면서 접하게 됐습니다. 평소에는 교수님들을 통해 조선일보를 자주 접하게 됐습니다. 가령 오늘자 조선일보에 이런 시사기사가 났는데 그것은 이런 것이다고 제가 접한 교수님들은 조선일보를 인용해 정치적 문제를 설명합니다. 그런데 저의 집은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교수님께 들은 말을 부모님께 물어보면 "그것은 정치성이 개입된 거다"고 말씀하셔 혼동을 자주 일으키곤 합니다. 또 친구들 집은 조선일보를 본다면 "그쪽 부모님이 구 여권을 지지하니까 본다"고 말씀하셔서 조선일보의 성향을 알게됐습니다"

신지원-"저는 한겨레주식 20주를 가지고 있는 한겨레주주입니다. 중고등학교때부터 한겨레를 한 자도 빠뜨리지 않고 읽었습니다. 아마 이때 안티조선이란 말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방송 준비하면서 신동아 10월호에서 김정란 교수와 송복 교수의 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게됐습니다. '안티조선운동은 공산주의 수법'이라는 송복교수의 주장에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특히 안티조선측의 통일문제는 납득이 돼지 않습니다. 신동아 10월호의 '여야386의원들의 도발적 난상토론'에서 김영춘의원의 주장에 저는 공감합니다. '벌써 성수대교의 참사를 잊었는가'라는 문제는 모든 것을 '빨리빨리' 처리하지 말고 튼튼한 기초 위에서 대북정책을 해나가자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김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나름대로 비판을 하는 조선일보를 안티조선측은 반통일세력으로 규정해버리는데 이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심병호-"조선일보는 반통일논조를 견지하는 신문입니다. 신문은 기사로서 말합니다. 기록으로 다 보존되어 있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조선일보의 경우 사사건건 통일에 반대를 해왔습니다. 조갑제씨는 '탱크를 몰고 북진통일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조작할 수 없이 기사로 다 나와 있는 것 아닙니까. 금강산댐 경우에도 북한의 위협을 과장보도해 국민으로부터 천문학적인 돈을 걷어들였습니다. 지금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된 지도 우리는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조선일보는 냉전의식과 민족간의 적대감을 부추켜 왔습니다. 또한 민주화운동을 한 학생들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빨갱이'로 몰아 세워 탄압을 했쟎습니까. 왜 조선일보가 이런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선일보는 기득권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이라고 칭송한 신문이 조선일보 아닙니까."

신지원-"동아,중앙은 기회주의적으로 논지를 바꿔가는데 조선일보는 뭐냐고 하지만 '안티조선도 좋고 조선도 좋다'는 식의 양시,양비론이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해방후에는 '신문사를 테러하자' 는 말도 있었다고 합니다. 좌파나 우파 모두 논지가 확고했다는 것입니다. 논지가 확고하지 못하고 기회주의적인 것이 더 문제아닙니까. 토론회때 김정란교수께서 젊은이들에게 좀 더 나은 언론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말씀은 이해하지만 구조조정의 실패,공적자금투입 문제,DJ의 독주, 결과적으로 정부견제력이 조선일보에 있다면 긍정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또한 북한이 도발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주장에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토론회때 신지원씨가 조선일보를 불량식품이라고 규정한 잣대가 무엇이냐, 조선일보보다 더 한 불량식품일 경우에는 페간되어야하는 지 물었는데 어떻습니까.

심병호-"국민에게 가치판단을 흐트리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일종의 독극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량식품이니까 내가 안사먹으면 그만이다', '당신이 안 보면 될 것 아니냐'는 식의 생각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사회정의와 미래를 위해 제조하고 유통하고 판매하는 것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티조선운동은 소비자보호, 통일운동, 민주화운동차원에서 이웃과 나라를 위해 반대를 하는 것입니다."

김세은-"조선일보가 편파적인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조선일보가 편파적으로 잘못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없어서인지 실책이 너무 많습니다.
조선일보를 말살하지 못한다면 악용의 소지를 줘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한나라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을 없애지 못하는 이상 등원의 명분을 줘야하는 것 아닙니까. 조선일보를 보는 사람들 대부분 조선일보의 편파성을 알면서 본다. 여론조사를 보면 논조 때문에 조선일보를 본다가 겨우 14%이고 문화와 오락에 관한 정보 때문에 본다가 무려 86%를 차지합니다. 결국 편파적인줄 알면서도 문화와 오락면 때문에 보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조선일보의 편파성을 정부가 오히려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조선일보를 나름대로 정의한다면.

신지원-"정보유입차원에서 좋다고 생각하지만 조선일보 사풍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 친구분의 딸이 조선일보에 입사했다가 그만 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조선일보에 들어가면 국장에게 고개를 똑바로 들고 볼 수 없다'는 분위기 때문이랍니다. 저 또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권위주의적이다는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김세은-"보수적 입장이 확고한 것이 더 정직한 것 아닙니까. 언론사는 공익을 위한 것인 반면에 상업적인 것은 존재의 가치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점에서 조선일보가 군사정권에 영합해서 사세확장을 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 '조선일보가 하는 말이 맞는 것도 같다'라고 종종 얘기합니다."

심병호-"파시스트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을 말합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보수적이라는 말은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잘못된 것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수구이지 보수가 아닙니다. 저는 조선일보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인데 조선일보는 조선일보라는 잣대를 기준으로 사상검증을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최장집 사건아닙니까."

김세은-"보수가 아니라 수구적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부분적으로 보고 왜곡하는 것은 조선일보가 정부를 보는 시각입니다. 안티조선도 조선일보를 보는 시각이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4백원으로 신문을 산다면 어느 신문을 선택하겠는가.

신지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4백원의 의미가 이렇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안티조선을 접하면서 4백원의 의미는 새롭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굳이 선택을 한다면 지금같은 상황에서 조선일보를 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슈화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세은-"조선일보를 선택합니다. 내가 반대하는 신문이기 때문에 내가 많이 조선일보에 대해 알아야 반대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조선일보가 자랑하는 1등신문의 정당성이 발행부수라면, 판매부수가 방패가 된다면 사지 않겠습니다."

안티조선운동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세은-"안티조선운동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운동들을 감시하고 규제할 수 있는 견제장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소수이고 열세인 이상 더 철저하고 계획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이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식인들의 경우 '공인이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고 하는데 공인이기 때문에 더 입장을 분명히 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지식인들이 침묵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지원-"송복교수의 경우 안티조선을 지지하는 지식인이 기껏해야 5-6%라는데 그렇다면 나머지는 뭐냐는 것입니다. 지식인들이 옳고 그르다에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 아닙니까. 이문열의 경우도 논쟁에 임하지 않겠다고 하고 표면화되는 것을 싫어하지 않습니까. 침묵하는 지식인, 기회주의적인 지식인이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선일보가 자정능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안티조선측도 방법론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 스스로를 비판할 수 있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병호-"사회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조선일보가 제 몫만 누렸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운동은 소비자보호차원에서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의 정체를 알리는 작업을 해나가는 것은 당당하고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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