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안티가 더욱 필요한 때

"안티가 도를 지나치면..."에 대한 반론

등록 2000.10.04 06:42수정 2000.10.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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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올린 이의헌 기자의 "안티가 도를 지나치면 anti안티 나온다"기사에서, 이 기자의 정의에 의하면 "안티"는 보수, 제도권, 권력, 주류세력, 가진 자에 대한 진보, 반사회, 약자, 없는 자의 저항"을 말한다.

안티가 도를 지나치면 anti안티 나온다


이의헌 기자의 안티에 대한 정의의 문제점

이 기자의 안티에 대한 정의에는 안티에 대한 외형만을 언급한 것이다. 최근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안티조선운동은 "제도권" 언론 "권력"에 대한 안티이고, 스톱삼성은 "가진자"에 대한 가지지 못한 자의 안티이다. 하지만 이 정의가 옳은가? 나는 이의헌 기자의 정의가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먹었다고 본다. 이의헌 기자의 정의에는 "가치판단"이 생략되어 있다는 말이다.

안티조선은 "잘못된" 제도권 언론권력에 대한 투쟁이며, 스톱삼성은 삼성경영진이라는 가진자의 "불법" 세습에 대한 투쟁이다. 단순히 보수, 제도권, 권력, 주류, 가진자라는 이유만으로 안티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판단을 생략한 채 바라보았기 때문일까? 이 기자의 글에서 다음과 같은 대목을 볼 수 있는 것은.

"'안티'는 우리 사회 발전의 새로운 아이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안티'의 유행은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도 함께 일으켰다...........(중략)..............하지만, 정도를 넘어선 '안티'는 또 다른 폭력일 뿐이다. '종묘해방 페스티벌'소식이 전해지자 전주 이씨 종친회와 유림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행사를 제지하겠다고 나섰다. 종묘의 주인은 누구인가? 물론 법적 소유는 국가에 있지만, 그 곳은 온 유림들의 마음의 고향이고, 전주 이씨들에게는 조상을 모신 가족묘라 할 수 있다. 과연 여성단체가 그 곳을 창작의 공간으로 이용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이 기자가 위에서 예를 든 안티운동에 대해서 우려를 하는 것도 안티운동의 방법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방법 이전의 것을 이 기자는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기자에게 묻자. 그렇게 유림과 전주 이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분께서 유림과 종묘로 상징되는 남성권위(우월)주의에 희생된 수많은 여성들의 아픔은 헤아리지 못하는가?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여성단체에서 굳이 종묘에서 그런 운동을 펼쳐야 하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정작 그 운동을 폭력적인 방법을 통해 방해한 것도 전주 이씨 종친회 쪽 아닌가? 그들의 방법을 비판하지는 못할 망정 거기서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운동을 벌인 여성단체의 방법을 문제 삼는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어느 쪽이 더 파시스트에 가까운가?


더군다나 이 기자는 다음과 같은 말씀도 하시지 않았는가?

"조선일보를 반대한다고 조선일보의 인쇄를 방해하고, 서태지가 밉다고 그의 공연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안티'를 걸 자유가 있다면, 그들은 그들의 '신념'을 지킬 자유가 있는 것이다. 그들의 존재와 공간마저 인정하지 않는다면 '안티'는 또 다른 우상이 되고, 시민들은 파시스트가 될 뿐이다."

그렇다, 조선일보를 반대한다고 해서 조선일보의 인쇄를 방해하면 안 된다.(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적 없다). 서태지를 반대한다고 해서 그의 공연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하지만 이것도 어느 누구도 그런 적 없다). 마찬가지로 안티종묘 운동을 반대한다고 해도 안티종묘행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서는 안됐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이 기자님! 이 기자님이 비판해야 할 대상이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이 기자의 논리에 의한다면 종묘에서 행사를 연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그룹 ‘입김’쪽보다는 그 행사를 난장판으로 만든 이씨 종친회 쪽이 훨씬 파시스트에 가깝지 않습니까? 설마 이씨 종친회의 신념은 중요하지만 '입김' 쪽의 신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시지는 않겠죠?

이 기자는 "안티"가 또 다른 우상이 되고 파시스트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시지만, 아직까지 "안티"는 우상이 된 적도 없으며 되기도 힘들다. 아직까지 "안티"가 반대하는 수많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우상들이 너무나 크게 우리 사회의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안티에 대한 이해

과거 우리 사회는 민주 대 반민주(독재)의 대결이 주를 이루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는 독재라는 정치 권력에 대한 투쟁은 정당한 것으로 당연히 간주되었다. 하지만 정치권력이 어느 정도 민주성을 갖춘 지금도 정치권력에 대한 투쟁만 응당 옳은 것으로 간주하는 우를 범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잘못된 정치권력에 대한 투쟁만 옳은 것이 아니다. 잘못된 언론권력, 잘못된 재벌, 잘못된 정치인, 잘못된 사회문화에 대한 투쟁도 분명 옳은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에 대한 투쟁에도 그 목적과 방법에 대해 의문과 회의를 갖는 분들이 계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재권력에 대한 투쟁이 그르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방법이 다소 틀렸다고 또는 많은 사람들이 독재권력에 대해 비판의 말을 떠든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의 수많은 안티들도 마찬가지다. 과거 독재권력에 투쟁이 단순히 권력에 대한 투쟁이 아니라 독재에 대한 투쟁이었듯이 지금의 수많은 안티들도 단지 그 대상에 대한 투쟁이 아니라 대상이 지닌 잘못된 가치에 대한 투쟁임을 알아주시기를 바란다.

지금은 "안티"에 대해 우려를 표시할 때가 아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안티"가 반대하는 수많은 가치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아직까지는 안티가 더욱 필요한 때이고 거기에 힘을 보태주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본의 아니게 이의헌 기자의 글을 물고 늘어진 것에 대해 이의헌 기자께 사과드린다. 다만 " 안티" 에 대한 진지한 이해없이 안티의 방법만 가지고 ANTI 안티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기에 드린 글이다.

덧붙이는 글 본의 아니게 이의헌 기자의 글을 물고 늘어진 것에 대해 이의헌 기자께 사과드린다. 다만 " 안티" 에 대한 진지한 이해없이 안티의 방법만 가지고 ANTI 안티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기에 드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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