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관한 단상

큰 고모부의 사고를 보며

등록 2000.10.04 11:48수정 2000.10.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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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둘이서, 셋이서, 넷이서...
사람의 숫자에 관계없이 함께 할수 있는 것은 술이다. 술은 혼자 마시며 운치를 즐기거나 고독을 씹을수도 있고 둘이 마시며 정겹게 이야기하거나 시비를 가리기도 하며 셋이 앉아 세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헐뜯기도 한다.

처음 술을 알게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선배들의 손에 이끌리어 따라간 술집에서 였다. 그렇게 한잔 두잔 술을 배우기 시작해서 1학년말 쯤에는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셔보기도 했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막걸리를 몇 차례나 우동그룻에 부어 일명 사발식이라는 것을 했다. 몇차례의 사발식도 부족했던지 커다란 물통에 막걸리 한 상자를 다 부어 잘 섞은 다음 15명 되는 동기들이 함께 돌아가며 마시기도 했다. 마시고 또 마시고 속이 꽉 찼다 싶으면 다시 게워내고 밤새도록 마시던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가 때론 죽음에 이르는 친구들도 있었댔지?


그것도 부족한지 요즘은 일부 성인들이 한다는 폭탄주를 흉내내 학교에서도 가끔 만들어 마시곤 한다. 양주 한병과 맥주를 준비해 어디서 배웠는지 이런 저런 방법으로 일명 폭탄주라는 것을 만들어 한잔씩 돌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1학년때는 막걸리 마시고 수업들아가면 옆자리에 실례가 되고 맥주나 소주는 괜찮다면서 낮술 하고 수업에 들어가기도 하고 또 아예 술이 오르면 수업은 들어갈 생각도 않고 낮부터 술을 마시곤 했다.

여행을 가서 술이 빠지면 어딘가 허전하다. 술을 마시고 와야 무엇인가를 하고 온 것 같고 친구들과 만나면 으레 술자리부터 만드는게 먼저다. 그것이 우리의 술문화였다.

그런데 어제는 100km나 되는 거리를 밤에 다녀와야 할 일이 내게 생겼다. 큰고모부의 사고소식이었다. 술을 좋아하시는 큰고모부는 초저녁 벌써 술이 많이 되셨던가 보다. 그리 어두운 시간도 아니었는데 술을 드시고 잠시 길가에서 실례를 하시다가 그만 실족을 하셔서 개울둑에서 미끄러져 자갈밭에 넘어지시고 머리를 크게 다쳐서 머리수술까지 하게 되었다.

올해 60이신 큰고모부는 머리를 칭칭감고 계셨고 잠에서 깨어나면 먼저 머리에 손이 먼저 간다. 아직 거울도 보지 못하셨지만 지금 당신이 어떤 상황인지 너무 잘 알고 계신 듯하다. 고모님께서 술 한잔 갖다 드릴까요 라고 약간은 음울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면 고모부는 말씀대신 고개를 흔드신다.

술...
굳이 음주운전을 말하지 않더라도 술앞에 사람들은 너무 힘없이 무너진다. 언제나 술자리를 즐기고 정신이 없어지지 않으면 쉽게 일어날수 없는 나다. 그런데 그 술이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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