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재단(이사장 김용술) 노동조합이 거리로 나섰다.
어떤 날은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이기도 하고, 어떤 날은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 집 앞에 모이기도 한다.
이유는 단 하나. '노사합의안'을 지키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집안문제인 이 사안을 갖고 이들은 왜 거리로 '가출'을 했을까.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
한국언론재단 문제는 정부가 최근 개혁의 소리를 드높이는 공공기관 중 하나다. 이 곳의 문제는 어찌보면 통합공공기관 전체가 겪고 있는 일인 지도 모를 일이다.
사건의 표면화는 70여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언론재단 사측과 노조는 7월25일 양측으로 구성된 '재단발전위원회'를 열어 노사조직 개편안을 최종 합의했다. 개편안의 취지는 통합재단 출범이후 드러난 문제점을 진단하고, 발전안을 모색하자는 것.
그러나 이 개편안은 이사회-문화부장관 승인 등의 남은 절차를 거치지 못하고 표류하게 됐다. 9월초 김용술 이사장이 "모든 걸 원점으로 돌리고 재논의 하자"며 기존 합의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즉각 '합의안 이행' 입장을 표명하고,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노조원이 아닌 연구원들도 공동의 이름으로 '노조지지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10월4일 현재까지도 노-사는 평행선 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언론재단 관계자들은 이 모든 문제가 99년 프레스센터, 한국언론연구원, 한국언론인금고가 '한국언론재단'으로 통합한 뒤부터 내재되어온 것들의 폭발이라고 보고 있다.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사진 갈등이 파행운영 가져왔다"
일련의 과정을 볼 때 궁금증은 몇 가지로 축약된다.
첫째, 합의안의 내용이 과연 무엇이길래 백지화된 것인지.
둘째, 통합 한국언론재단의 내재된 문제점이 과연 무엇인지.
합의안의 내용은 말그대로 조직 및 직제 개편이다.
현행 '이사장-부이사장-이사-국장-팀장(차장)'으로 되어있는 상층비대화 조직을 '이사장-사업/연구이사-센터(팀)'로 단순화해 업무효율성을 높이자는 것. 차장-팀장-국장-이사-부이사장-이사장 등 여러단계의 비효율적인 결재시스템은 이미 문광부가 주장한 '공공부문'개혁 및 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었다.
7월 25일 김 이사장과 노조 측은 이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는 즉각 '개편안에서 직제가 사라져버린' 서동구 부이사장과 국장들의 반발을 가져왔다. 임원간 논의가 말끔히 진행되지 못했던 것이 그 이유다.
며칠 후 김 이사장은 서 부이사장의 요구사항인 '1. 합의안 백지화 2. 부이사장에게 사과 3. 기획팀장 경질'을 받아들였고, 노조에 '원점으로 되돌려 재논의하자'며 기존합의를 무시했다.
최대식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은 "운영진간의 갈등이 어떻든 간에 '노사합의'를 앞설 수 없다. 임원진은 노사합의안을 이행하든지, 아니면 전원 사퇴하라"고 말한다.
허행량 선임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원 6명도 9월26일 성명서를 통해 "노사합의안은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체제에서 업무중심의 효율적인 체제로 이행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담은 개혁안이다. 이런 시기에 임원들의 태도는 오히려 재단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노조쪽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허행량 선임연구원은 "이사진에 문제가 있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노사합의안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한 것은 잘못이다. 기관장으로서 신뢰도를 상실했다."라고 전했다.
이에대한 재단측의 답은 10월2일 조례를 통해 들어볼 수 있다.
김용술 이사장은 9월3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 후에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어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전했을 뿐이다. 향후 재논의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 이사장이 말하는 재논의란 과연 무엇일까.
김 이사장은 조례에서 "회사측이 지도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외부에 경영컨설팅을 의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비직, 기사직 등의 아웃소싱을 3개월을 두고 실시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아웃소싱-기업이 생산·유통·포장·용역 등을 외주를 하는 방식으로 기업 외부에서 조달하는 일.)
노조원들은 이외에도 '노조활동을 하면 좋지 않다'' 조합활동을 사규로 막겠다' '사내 유인물 부착을 막겠다'는 등의 발언이 임원진들 내에서 퍼져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대식 노조위원장은 "외부 경영컨설팅은 지난 6월 이사장, 부이사장 모두의 반대로 않키로 한 사안이다. 또 비용도 6천만원-1억1천만원으로 적지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부문제는 내부가 더 잘 아는 것 아니냐. 만에 하나 나중에라도 외부 경영컨설팅이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 그러나 합의안 이행이 먼저다. 지금 저 말을 꺼내는 것은 한마디로 노조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두 번째, 한국언론재단 내부의 문제란 무엇일까.
서동구 부이사장을 비롯한 5개 국장들은 단지 '직제'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합의안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일까. 현 개혁안을 살펴보면 직제는 없어지되 부이사장, 국장들을 퇴출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직급만 조정될 뿐, 그 외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서 부이사장은 기자가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가 여의치 않았다.
단지 재단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종합해보면 통합전 한국언론연구원 대표이던 서부이사장이 자신의 입지가 최소화되는 것에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을 뿐이다.
결국 임원진간의 갈등이 노-사 합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결론이다.
"합의서부터 이행해야..."
한국언론재단 노조는 2일부터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 집 앞으로 항의면담을 다닌다.
재단 파행운영에 문광부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수차례의 보고를 통해 이 사태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천천히 하자'는 식으로 방관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것이다.
노사합의안이 무시된 한국언론재단.
안으로는 노사합의안이 무시된 것이지만, 밖으로 입게된 이미지 타격이 훨씬 크다. 각 언론사(인)에 대한 각종 지원과 연구활동을 해오는 곳으로 알려진 '한국언론재단'이 이제 밖으로 어떻게 비춰질 텐가.
이쯤에서 처음의 문제제기를 상기해본다.
노조는 왜 거리로 나왔나. 사실, 99년 3개기관 통합당시부터 직제가 효율적으로 짜여졌다면 지금의 이런 사태는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총 직원 120명에 간부급만 비대한 현 한국언론재단 직제는 통합 뒤 3개 기관에서 쏟아져나온 간부직들을 어찌할 수 없어 배치해 놓았던 결과다.
허행량 연구원은 말한다.
"3개단체가 합칠 당시부터 출발이 잘못됐다. 언젠가는 돌출할 문제였다. 이미 인화력이 많이 깨졌다. 사태해결의 열쇠는 이사장이 갖고 있다. 합의서를 이행하면서 남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라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