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문어발식 수사 독점, 무엇을 위한 것인가?

95년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에 이어,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에관한법률(안) 입법예고를 둘러싼 검경간의 신경전

등록 2000.10.04 17:24수정 2000.10.0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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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외환자유화에 대한 보완대책의 일환으로 마련되어 지난 10월 4일 입법예고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에관한법률(안)'에 대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 법률안은 2000년 4월 10일 재정경제부 내에 설치된 '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 : 금융거래정보시스템) 구축기획단'에서 입안한 법률안이다. 오는 10월 24일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재경부·법무부 공동발의로 11월 16일에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바로 수사기관 등에 대한 정보제공을 정한 제7조 제1항에서 경찰청장이 누락되어 있는 부분이다. 검찰총장, 국세청장, 관세청장, 금융감독위원회에게만 금융정보실장이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자금세탁범죄에 대해서 경찰에서 자체적으로 인지하고 수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데 따른 경찰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검찰쪽의 의견은 금융프라이버시의 침해를 최소화하고, 경찰은 검찰에서 정보제공을 받아 재배분해주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찰은 다음과 같이 항변하고 있다.

"일반형사범죄 수사를 위한 정보수집, 내사업무가 경찰의 고유업무에 속하므로 검찰과 경찰 공히 금융거래정보를 제공받아야 함은 당연한 것이고, 자금세탁의 전제가 되는 범죄인 조직폭력·마약·도박·뇌물죄 등에 대해 경찰에서 상당 부분 인지·수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네델란드, 콜롬비아, 불가리아, 싱가폴, 홍콩 등 대다수의 국가가 금융거래정보를 경찰에 제공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당연히 경찰에게도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더욱이 최초 입법추진에 있어 정부발의안, 시민단체공동안 등에는 수사기관으로만 규정하였고, 재경부에서조차 처음에는 경찰청장이 삽입되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종안에서는 빠져 있다. 이는 수사권의 현실적 배분을 둘러싼 논의에서 경찰을 배제시키기 위해 검찰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혹은 최근 검찰이 일방적으로 '고소·고발사건책임제'를 마련하고 일선 수사형사들을 소집하여 교양을 실시하다가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고소·고발사건책임수사제는 명목상으로는 사건의 신속·공정한 처리를 위해 경찰관서에 직접 접수되는 고소·고발사건 중 기관고발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 대해 송치 전 지휘건의를 의무화한 것이다. 즉 사건담당경찰관이 고소·고발사건 수사를 종료한 때에는 송치하기 전에 수사지휘 검사에게 수사기록에 의견서 초안을 첨부하여 수사 내용 및 의견에 대해 지휘 건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조사경찰관의 과도한 업무부담 발생, 국민불편 가중, 형식적인 수사지휘의 폐해 등의 문제점이 거론되고, 그 수사지휘도 검사가 편리한 시간을 정해놓는 등 검찰 자체 업무 편의를 위한 발상이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었다.

이번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에관한법률(안)'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이 강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9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 제정 당시 경찰 수사관들이 겪었던 허탈감과도 무관하지 않는 듯하다.

외국·외국인과 연계된 마약사범(특히 마약조직)을 수사할 때는 일망타진을 위해서는 일단 용의자를 입국·상륙시켜 동향파악 후 조직을 궤멸하는 수사기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법 제3조, 제4조 등에 의하면 용의자의 입국, 마약류의 반입 요청이 검사에게 신청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는 수사기법상의 문제일 뿐인데도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게 하여 마약류수사 관련 사항이 모두 검사에게 통보되고 검사는 경찰의 마약수사 진행상황 일체를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후 경찰에 수사중지 명령을 하고 검사가 직접 수사함으로써 불철주야 끈질긴 수사를 해오던 경찰을 소위 '닭 쫓던 개'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종사자가 마약류로 인한 불법수익임을 인지한 경우 그 내용을 '검찰총장'에게만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법 전체적으로 볼 때 조문 하나 하나에서 경찰을 배제함으로써 경찰은 수사기관 취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 법이 통과되어 시행될 때까지 그 어떤 조치를 취하지 못한 무기력과 무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아직까지도 높은 것이다.

현재는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검경간의 수사권 현실화와 관련된 논의가 중단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입법예고된 법률안과 같이 검찰이 조금씩 경찰의 수사권에 족쇄를 채우는 듯한 행태를 취하는 것은 검경간의 갈등을 재연할 우려가 있다. 이것이 자칫 가뜩이나 어려운 국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은 것이다.

더군다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미덕을 말살하고, 어느 한 기관이 모든 정보와 권한을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인권연대 등의 시민단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현직 경찰관으로서 좋은 경찰만들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현직 경찰관으로서 좋은 경찰만들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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