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입김 |
페미니스트 미술인들과 전주 이씨 종친회 사이에서 '강행'과 '저지'를 둘러싸고 충돌했던 '종묘점거 프로젝트'는 행사 둘째날인 9월 30일 주최측인 '입김'의 행사포기선언으로 결국 열리지 못했다.
종묘 전시회를 포기한 다음날인 10월 1일, 8명의 입김 작가들은 일산에 있는 한 레스토랑 정원을 빌려 종묘에서 펼치지 못한 작품을 풀었다.
당초 그 작품들은 종묘공원을 생각하고 만든 것이었다. 제미란(입김 회원, 아트디렉터) 씨는 "종묘공원에 맞게 기획되고, 공원에서 사람들이 참여함으로서 완성되는 작품들"이라며 아쉬워했다. 정정엽(입김 회원, 화가) 씨는 "이번 사건은 유교라는 것이 얼마나 한국에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런 한국적인 현실에 대해 내년 미국에서 발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입김은 문화관광부가 후원하고 시민들이 참가하는 전시회인 '종묘점거 프로젝트'를 다큐멘타리로 찍어서 미국에서 열리는 '여성성과 유교'라는 전시회에 상영할 계획이었다. 종묘점거 프로젝트는 무산됐지만 입김은 무산된 과정을 캠코더로 모두 찍었다. 뜻하지 않은 새로운 '다큐멘타리'가 된 것이다.
관련기사 : '아름답고 방자한 자궁' 종로에서 전주 이씨 종친회에 저지당하다
무산된 종묘점거 프로젝트
입김은 당초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3일간 종로 4가 종묘공원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었다. 일명 '종묘점거 프로젝트'. 입김은 종묘를 "가부장적 왕실문화의 터전"으로 보고 상징적으로 뒤집고자 했다. 각종 이미지를 통해 종묘 앞에 있는 종묘시민공원을 여성의 자궁으로 재구성하여 '아름답고 방자한 자궁'이라는 뜻인 '아방궁'을 조성한다는 것이 입김의 '야심'이었다.
그러나 전주이씨종친회 등은 다분히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입김의 계획에 대해 행사 전부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입김이 전통문화를 말살하고 있다며 "(행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던지 취소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9월 29일 전주이씨종친회 회원 등 100여명은 입김의 행사를 실력저지했다. 다음날인 9월 30일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입김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시회를 포기했다.
"이번 종묘프로젝트는 그들이 주장하듯 전통을 무시하고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통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다. 현장에서의 욕설과 비난, 작가들의 핸드폰으로 쏟아진 차마 옮길 수 없는 말들, 작업하는 여성작가들을 몇 겹으로 에워싸며 위협하는 태도, 그리고 심지어 작품의 탈취 및 훼손 등은 결과적으로 그들의 한계성과 문화적 퇴행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만 존경한다."
페미니스트 미술인 그룹 '입김' 작가 8명은 9월 30일 '종묘점거 프로젝트'를 포기하며 위와 같이 밝혔다.
"한국적인 한계성과 문화적 퇴행성을 보여주는 사건"
"한국 페미니즘의 한계"
입김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9월 29일 입김과 전주이씨종친회 사이의 첫 충돌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보도되자 기사에 대한 의견쓰기에는 다양한 독자 의견이 100건 넘게 올라왔다. 독자들은 전주이씨종친회의 '꽉막힘'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입김 측의 '철없는 행동'을 도마에 올리기도 했다.
공연전부터 준비과정을 지켜봤고 충돌당시에도 현장에 있었다는 겨레문화답사연합 강임산 사무국장은 종묘점거프로젝트가 "완전히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며 입김의 '성급함과 무지'를 비판했다. 강씨는 입김이 종묘에 남자(왕)보다 여자(왕비 및 계비)의 위패가 더 많은 것도 모르는 등 "종묘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종묘를 소재로 예술을 하려고 했다"면서 종묘라는 문화재가 "고매한 예술에 의해 농락당했다"고 말했다.
강한돌이라는 이름을 남긴 독자는 "한국식 페미니즘의 한계를 보여주것 같아 씁쓸하다"며 "한국 페미니스트들에게 왠지 모를 반감을 갖게되는 이유중의 하나가 이런 류의 돌출행동"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한번 구경해 보자
'한국에서의 뿌리깊은 유교와 가부장주의'를 상징하든, 아니면 '한국 페미니즘의 미성숙과 무지'를 상징하든,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에 '넘어서는 안될 선'을 둘러싼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과연 입김이 표현하려고 했던 작품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전통문화를 훼손한다"며 그토록 강력하고 반대하고, 작가들은 "유교적 엄숙주의를 상징적으로 전복하는 것"이라며 강행하려했던 작품은 어떤 것이었을까. 한쪽에서는 '예술'이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철없는 돌출행동'이라고 주장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자, 여기 그 일부를 공개한다.
주의할 것이 한가지 있다. 인터넷상의 작품공개에 대해 "종묘공원이라는 배경을 상상하고, 시민이 참여하여 완성된다는 것을 전제로 감상해야 한다"고 입김 측은 조심스러워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커집니다. 작품설명 - 입김)
 |  |
| ⓒ 이프 제미란 |
◀ 만약에...
광화문 네거리 이순신 동상에 한애규 씨의 작품 '지모신(地母神)'을 얹었다. 대한민국 건축물과 구조물 대부분이 남성적인 시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많다. 그중 하나인 이순신 동상을 여성성을 상징하는 지모신으로 재구성했다.
 |
| ⓒ 이프 제미란 |
▲ 性화와 聖화
얀 반 에이크의 작품 '날개가 펼쳐진 헨트 제단화'를 오현경, 마광수, 장정일, 장선우, 서갑숙의 얼굴(왼쪽부터)로 바꿨다. 이들은 모두 한국사회에 '성'이라는 화두를 던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성인 오현경과 서갑숙, 남성인 마광수, 장정일, 장성우 씨가 사회적으로 받는 대접은 다르지 않은가.
 |  |
| ⓒ 이프 제미란 |
▶ 소년은 길들여진다
보봐르는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소년 역시 주위의 많은 남성 중심 문화에 길들여진다.
 |
| ⓒ 이프 제미란 |
▲ 新천지창조
"옛날옛날에 하느님어머니가 인간을 만드시고 자궁으로 아이를 낳으시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 오윤의 판화중 여성의 얼굴로 바꿨다.
 |  |
| ⓒ 이프 제미란 |
◀ 그들에게 이혼을 허하라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폐지 반대 집회 사진을 황혼이혼 찬성집회 사진으로 바꿨다. 최근들어 할머니들의 이혼소송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는 소송 끝에 이혼하기도 했지만 일부는 '이혼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다.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탄생체험놀이 ▲ ▶
생명으로 탄생되기 위해 한때 누구나 체험했을 자궁으로의 초대.
 |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뽑기 따먹기
다양한 남녀 성기 모양의 '뽑기'를 침발라가며 먹는 재미. '따먹다'라는 용어는 속어의 일종으로 성과 관련된 음지의 언어다. 어두운 곳에서 왜곡되어가는 성을 '놀이'를 통해 밝은 공간으로 끄집어내고자 했다.
 |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여성의 몸
가슴-사랑, 자궁-창조, 성기-쾌락, 손-노동, 발-바로서기. 여성의 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 거쳤던 '고향'이다. 여성의 몸을 쿠션으로 만들어 누구나 그 위에 털썩 주저앉아 쉴 수 있게 했다. 여성의 몸은 '회귀', '휴식'의 공간이다.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여자가 뭐예요?
당신 앞에 흰색 플라스틱 접시와 물감, 싸인펜 등이 놓여있다. '당신의 인생에 여자는 어떤 존재인가?' 이 물음에 대해 글과 그림을 그리며 누구나 마음대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뒤웅박 팔자', '신비로운 것', '마음대로 안되기' 등등…. 원하면 접시를 부숴도 된다.
이외에도 <종묘에 딴스홀을 허하라>, <아방궁 꽃담 이야기>, <∼마라(shoud not) 길>, <놀이마당> 등이 기획돼 있었다.
종묘에 딴스홀을 허하라
교련복, 군복, 교복 등 각종 군사문화를 상징하는 제복을 상상력을 이용해 신비로운 분위기의 파티복으로 바꿨다. 누구나 이 옷을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는 장으로서의 파티장. 행사요원들은 즉석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참가자에게 나눠준다.
아방궁 꽃담 이야기
종묘 돌담에 사이사이에 여자얼굴과 꽃을 부조로 끼워넣어 여성의 역사를 상징하는 담으로 만드는 것. 돌담 틈에 피어나는 여성의 얼굴과 꽃 - 숨은 여성의 역사.
∼마라(shoud not) 길
풍선에 여성에게 가해졌던 각종 '금기'의 문구가 쓰여져 있다. "가랑이 벌리고 앉지 마라", "눈 똑바로 쳐다보지 마라", "여자 목소리가 담너머가게 하지 마라", "대들지 마라"…. 그 풍선을 터뜨린다. 그것도 엉덩이로 털썩 주저앉아.
놀이마당
땅바닥 위에 마르면 손쉽게 떼어지는 고무로 여성의 몸을 그려놓는다. 그 위에서 어릴 때 하는 땅따먹기, 고리던지기 등의 놀이를 하면서 놀 수가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