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문화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코너 중에 방송인 전여옥(전 KBS 기자)씨가 쓰는 'TV읽기'가 있다.
TV로 대표되는 문화 각 분야로 뻗힌 전씨의 관심과 고민이 고스란히 밴 글들이다. 또 글도 신문 문장이라기 보다는 오랜 방송기자 경력에 어울리게 간결하고 직설적이어서 젊은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과연 그 인기에 걸맞게 내용이 충실하냐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특히 10월4일자에 실린 MBC뉴스에 대해서 그가 쓴 글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씨는 과거 9시 뉴스의 시청률 경쟁에서 줄곧 앞서가던 MBC뉴스데스크가 '몰락'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보도의 야(野)성이 사라진 것을 꼽는다. 그리고 그 예로 'MBC 보도 속에서 시청자들은 정부 정책과 대통령에 대한 진한 애정의 냄새를 맡는다'는 사실을 들었다.
하지만 이건 정확한 예가 아니다. 단지 전여옥씨 개인의 느낌일 뿐이다. 전씨가 소위 전문가로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겠지만 이건 단순한 인상이지, 뉴스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전혀 아니다.
적어도 보도가 불공정하다는 결론을 내리려면 그 사례를 두세가지 이상 들어줘야 한다. 전씨는 이런 예를 전혀 들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독자와 시청자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런 느낌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던 시청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고, 그런 의심이 없던 이들은 또 그 나름대로 뉴스의 공정성에 회의를 갖기 시작한다. 지식인이 자신의 얕은 지식으로 일반 대중을 선동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전씨는 또 글 막바지에서 MBC뉴스 비판에서 벗어나 한국TV뉴스를 탓하고 있다. 어쩌면 전씨의 글의 무게는 이것에 실린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편집자는 MBC뉴스만을 문제삼는 듯이 표제를 뽑고 있다. 전씨 글에서 강조하는 바를 잘못 파악한 편집자의 오류인지, 글을 쓴 전씨의 잘못인지는 논외로 하자.
전씨와 조선일보는 정부 비판만이 언론의 본령인 듯 이것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현단계에서 정부를 가장 맹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보도태도와 맞아떨어진다. 전씨는 대정부 견제라는 언론의 순기능을 언급했지만 정책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언론의 본질은 순식간에 전씨와 편집자의 과잉 의욕으로 순식간에 왜곡되어 간다.
전씨는 이전에 MBC 시사토론 진행자인 유시민씨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촌평을 한 적이 있다.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던가(7월10일 입력기사), 토론의 사회자가 공공연히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를 주문한 것이다.
이것이 과연 애정인가? 어떻게 민감한 사회 현안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사회자가 자신의 의견을 앞세울 수 있는가? 전씨가 진행을 맡는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더군다나 당시 토론 주제였던 베트남전같은 민감한 주제에서 자칫하면 유씨는 색깔론 시비에까지 휘말릴 수 있는데도 말이다.
전씨는 TV에 대한 애정이 지나치다. 자신의 경험이 너무 뼈아퍼서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과거 KBS 기자로서 왜곡된 보도를 했던 것)을 걱정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씨가 '부모의 과도한 애정이 아이를 망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근거가 희박한 사실을 확대하고 왜곡해 시청자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조선일보 독자들을 오판하게 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않기를 정말 간절히 희망한다. 또 잘 읽히는 방송용 문장에서 가끔은 벗어나 근거와 예를 뚜렷이 들어주는 차분한 자세도 갖추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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