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미국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7년이 돼가고 있다. 여행자로서 갖는 미국에 대한 신기와 감탄, 그리고 혐오의 시기를 거쳐 이제는 나름대로 이곳생활에도 이력이 붙어간다. 싫은 것은 싫은 것대로 좋은 점은 좋은 점대로 대처하는 지혜도 생겨난다.
하지만 살면 살수록 더욱 당혹스러워 지는 것이 있다. 언어장벽으로 인한 자녀 가정 교육문제이다. 부모자녀간 커뮤니케이션의 오류가 종종 놀라움과 당혹감을 가져다 준다.
나이 30이 다 돼 도미한 필자와 아내는 영어를 좀 한다해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첫돌때 미국에 온 첫째와 여기에서 태어나 다섯살이 된 둘째의 영어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돼간다. 그들의 영어실력은 세살정도부터 시작되는 보육원과 유치원, 초등학교 과정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향상된다. 자연히 한국말을 주로 쓰는 부모와 그애들과의 대화는 점점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몇해전인가 낚시가서 있었던 일이다. 첫째와 필자가 낚시를 하고 있는데 나중에 아내가 합류했다.
아내가 "전부 몇마리 잡았니?"라고 물었다.
첫째의 대답이 가관이다.
"전부라는 피시는 없어."
아이들은 또 '김치가 너무 뜨겁다'거나 '양말을 입는다'등의 표현을 종종 쓰거나 과거와 현재 시제을 혼동해 쓰기도 한다. 이외에도 대화불통의 에피소드는 수 없이 많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어도 부모가 알아듣기 힘들고, 학교에 가서는 어찌어찌해야 한다는 우리의 주의사항을 아이들이 정확히 알아듣 지를 못한다.
이 정도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부모나 어른에게 '가이(guy)' '유(you)' '맨(man)'등의 단어를 쏘아댈 때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미국가정에서는 부모 자식간에도 친밀감의 표시로 이런 호칭을 흔히 쓰는 것 같지만 한국 정서가 박혀있는 미국생활 1세대로서는 거부감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얼마전에 친구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아내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친구와 애들과 함께 집앞 잔디밭에서 공차기 놀이를 했다. 식사를 하기 위해 거실로 들어와 한숨돌리고 있을 때 였다.
첫째가 "You, get out of my home. We must eat dinner"라고 했다.
친구한테 하는 말이었다.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지만 알아 듣는 지 알수가 없었다. 그 말이 제대로 뇌리에 침투되지 않았음은 친구가 집에 갈 때쯤 드러났다.
작별인사 드리라는 뜻으로 "아저씨 가신다"했더니,
전자게임에 빠져있던 첫째가 "I don't care"하는 것이 아닌가.
강제로 인사를 시키기는 했지만 집을 나서는 친구의 뒷맛은 씁씁했을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외국 조기 유학붐이 일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 그런 경우를 주위에서도 심심찮게 목격한다. 심지어 여름방학을 이용해 여행왔다가 친척집에 어린 자녀를 떨구고 가는 경우도 보았다. 참으로 우려되 지 않을 수 없다. 자녀를 미국에 보내는 사람이 많아질 정도의 한국의 교육환경도 문제지만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관이 크게 걱정된다.
'넌 미국에서 애들 교육시키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유학와서 방황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필자의 경우처럼 미국생활 1세대 부모와함께 살면서 학교에 다니는 경우도 자녀가정교육문제가 큰 고민인데 부모보살핌없는 조기유학생들이 심히 걱정된다.
그들이 여기에서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보낼 경우 부모자식간에 생기는 괴리는 눈에 띄는 것 이상일 것이다. 세계화가 급선무인 정부당국에서야 한국 청소년들이 선진국의 시스템을 그저 많이 배우면 좋겠지만 부모입장에서는 조기유학문제를 신중히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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