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인디언 보호구역'인가

주한미군의 인천 신공항 무상사용 요구를 보며

등록 2000.10.05 00:25수정 2000.10.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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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부터 영국의 청교도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유럽인들이 그들의 이상주의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신대륙인 아메리카로 향한다. 아메리카에 온 그들은 당시 신대륙의 주인이었던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만나게 되고 결국 그들과 무력 투쟁을 통해 그들을 살육하고 압박하여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 된다.

그들은 후에 "인디언 리져베이션 (Indian reservation)"이라는 인디언들이 살 수 있도록 허가하는 보호구역을 만들어 아메리카대륙의 원주인인 인디언들을 좁은 지역에서만 정착하게 한다. 결국 인디언들은 자신들 조상 대대로 물려온 대륙을 유럽에서 온 이방인들에게 빼앗기고 만다.

어제 주한미군이 인천 신공항내 군사우편 운영시설부지 명목으로 총 3,733평의 토지 및 사무실의 무상임대를 한국정부에 요청하였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 신공항 건설시 소요된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막대하여 내년 개항을 하여 정상운영을 하더라도 수년간 이자도 못 낼 형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공항공단은 기업 및 항공사들의 유치를 적극 추진한다고 한다.

이렇게 어려운 신공항에서 미군이 임대료 한푼 없이 또 다시 공항시설을 이용하려 한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다. 미국은 해방 후 지금까지 서울 시내 한복판 금싸라기 같은 땅에 미 대사관저를 수십년간 돈 한푼 안내고 사용해오고 있고 또한 대한민국 곳곳에 위치한 미군부대들도 사용료는 커녕 한국국민의 접근조차 통제하며 폐수와 오염물질을 마구 버리고 있다. 매향리에서는 오늘도 미군 훈련기의 폭격훈련 소리에 수많은 주민들이 신음하고 있지만 미국측은 어떤 사과와 보상도 없다. 그런데 또 다시 개항도 하지 않은 인천신공항을 이용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은 완전 우리를 봉으로 여기거나 그들의 속국으로 생각하는 태도인 것이다. 이번 만큼은 우리정부와 국민이 단호해야 한다. 불평등한 SOFA 한미협정, 매향리 주민에 대한 사과와 보상, 그리고 주한미군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선행되야 한다. 물론 사용료도 내야한다. 이번에도 우리가 그들의 요구를 아무 대가도 없이 들어주다면 우리는 17세기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들과 당했던 것 같은 21세기 "新 인디언 리져베이션" 아니 "코리안 리져베이션"에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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