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10.05 09:40수정 2000.10.06 12:23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퇴근하는 길에 아이들 과자나 살까 하고 슈퍼에 들렀습니다. 뭘 살까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남동생의 손을 잡고 슈퍼에 들어섰습니다.
동생이 과자를 집어들자 누나가 “안돼, 300원짜리로 골라야 돼”라며 과자를 다시 내려 놓았습니다. 아마도 가지고 온 돈이 300원밖에 없었나 봅니다.
그런데 요즘 가게에서 과자 하나를 사려고 해도 거의 대부분이 500원 이상입니다. 조금 고급스러워 보이면 1000원이 훌쩍 넘기도 하지요.
얼마 전 예경이(5세)가 떠먹는 요구르트를 먹고 싶다기에 500원을 손에 쥐어주고 슈퍼에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800원 하는 푸딩을 들고 오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가 푸딩을 손에 들고 500원을 내놓는데 가게 주인이 차마 돈 더 가져오라는 말은 못하고 800원 하는 푸딩을 그냥 줬을 것입니다. 나중에 300원을 갖다 줘야지 생각했었는데 그냥 잊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동안에도 어린 남매는 산더미처럼 쌓인 과자들 중에서 300원짜리 과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큰 아이에게 쥐어 주면서 먹고 싶은 과자를 고르라고 했습니다.
남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과자를 집어 계산대로 갔습니다. 낯선 아저씨가 그리 험해 보이지는 않았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손해를 보면서도 내 아이에게 푸딩을 쥐어준 슈퍼 주인을 떠올렸습니다. 예경이와 예림이가 살아가며 어려운 일에 닥쳤을 때 남몰래 도와 줄 여러 선한 이웃들도 생각했습니다.
내 가진 것 있어도 남들에게 베풀지는 못하고, 남에게 진 빚만 조금씩 갚아가며 그렇게 살아갑니다. 언젠가 스스로 베풀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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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로 36년 일했습니다.
지금은 글을 씁니다. <모두를 위한 반도체 특별 과외>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