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MBC '유시민의 100분 토론'의 제작팀을 맡고 있는 최용익 부장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인터뷰는 지난 10월 5일에 있었습니다.)
- 제작팀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내가 팀장을 맡고 있고 홍수선 차장, 진행PD 2명, 작가 2명, AD 2명으로 총 8명이다. 진행 PD와 작가 1명이 2인 1조가 되어 매주 토론주제설정과 진행을 맡고 있다."
- 토론 주제는 어떻게 결정하는지, 토론주제 선정에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매주 목요일 방송이 나간 다음날, 다음 주 진행 조가 선정한 아이템을 가지고 토론을 한다. 최종 결정은 국장급 이상에서 결정되지만 100% 팀이 결정한 대로 이루어진다. 그만큼 100분 토론 제작팀을 신뢰한다고 봐야 한다. 주한미군 문제를 다룰 때는 상당히 설득하기가 어려웠다. 사실은 치열한 주제 못지 않게 패널선정이 더 어렵다. '뜨거운 감자'를 토론주제로 다룰 때는 이해당사자들이 기피해 내실 있는 토론이 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 최팀장은 100분 토론 진행이전에 99년초에 '터놓고 말해 봅시다'라는 토론프로를 맡았던 것으로 안다. 이전 토론프로에 비해 지금은 상당히 자유롭게 진행하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가.
"원래는 다큐관련 프로를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토론지기가 됐다. 99년초 6개월 정도 한 '터놓고 말해 봅시다'는 일요일 아침에 녹화로 방송되었다. 토론의 백미는 역시 생방송이어야 하는데 녹화는 편집을 하기 때문에 박진감 있는 토론, 치열한 토론을 이끌어 낼수 없었다. 당시 MBC의 숙원사업은 생방송 토론이었기에 결국 99년 10월 22일부터 현재의 100분 토론을 하게 된 것이다."
- 이번 안티조선 관련 토론은 시작 전부터 상당한 관심을 불러 모아 현재까지도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9월 28일 방송의 평균 시청률은 어느 정도였나.
"유시민의 100분 토론이 12회째 진행되는 동안 평균 3-5%의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이날은 5-10%대의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안티조선을 방송한 시간의 시드니올림픽 시청률이 6-8%를 기록했는데 100분 토론은 미디어서비스코리아에 의하면, 평균 시청률이 5.4%,TNS(영국의 대표적인 조사기관)의 경우 6.7%로 조사됐다. SBS 한밤의 TV연예가 끝난 직후는 10%까지 상승했다."
- 생방송 토론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 1-2월 '푸줏간의 소대가리'발언을 한 자민련의 이원범 의원과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낙선운동 관련 토론 중에 자민련의 이양희 의원이 한겨레 장봉군 화백의 만평을 잘못 읽어 당시 한겨레 측에서 바로 항의전화가 온 일이 있었다. 이때 시청률이 무려 12.4%까지 올라갔었다. 이렇게 생방송 토론은 의외의 돌발상황이 발생해 관심을 모으는 경우가 종종 있다."
- 100분 토론에 출연했던 패널 중 가장 토론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사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상지대 정대화 교수, 지금 사회자가된 유시민 씨, 보수쪽에서는 정신문화연구원의 양동안 교수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말의 논리성이 수미일관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제시한다. 이들이 토론하는 것을 보면 과연 '토론이 예술이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무엇보다도 토론에 당당하게 임하는 자세가 중요한 게 아닌가. 공론화장에 나오지 않고 뒤에서 옆구리 찌르듯 자신들의 성채에 갇혀 떠드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 주장을 당당하게 공론화의 장에서 말할 수 있는 토론문화의 정착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토론을 기피하지 않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상식을 갖춘 사람들이다."
- 글은 잘 쓰는 지식인들 가운데서도 토론에는 기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토론을 잘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과 자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계속 떠든다고 좋은 토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고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생방송 토론은 제한된 시간에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펴 상대방을 격파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기선제압 차원에서 보이스 칼라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여성 패널은 불리할 수 있다."
- 토론은 한 국가의 수준을 가름하는 잣대로도 작용한다고 볼 때 우리의 토론문화 수준은 아주 낮은 단계가 아닌가.
"토론문화는 국민수준을 반영한다. 사실 우리가 민주화된 것도 불과 몇 년이지 않는가. 힘과 강압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던 군부독재에서 벗어나 민주화가 된 지금은 다양한 입장을 가진 개인과 집단의 문제 해결방법은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합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오랜 군사독재의 후유증으로 말을 잘 못한다. 100분 토론의 경우도 진행을 원만히 하기 위해 질문자를 미리 선정하고 질문내용에 대해 코치를 한다. 이상적인 토론은 일체의 개입이 없어야 한다. 방청객도 자유롭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대학교 등에서 100분 토론주제를 텍스트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일이 사회적으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론문화는 같이 키워나가는 것이다."
- 안티조선 관련 토론에 이해당사자인 조선일보 측에서 패널로 토론에 나오지 않아 유감을 표시했는데 실제 지식인들이 토론을 기피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한마디로 지식인들의 거품이 많다는 것이다. 생방송 토론은 일종의 지식인 청문회와 같다. 신문에는 각종 칼럼을 잘 쓰는 사람들도 막상 토론에 나오라고 제안하면 거절한다. 지적 재산이 탄로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가. 냉정하게 말하면 자신이 없는 것이다. 자기 성채에 갇혀서 자기 주장만 내세운다는 것은 일종의 위선이자 기만으로밖에 볼 수 없다."
- 토론이 끝나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패널 선정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안티조선의 강준만 교수가 왜 나오지 않았는지 궁금해 했다. 실제로 섭외는 있었는가.
"팩스로 몇 차례 시도를 했다. 이번 토론 전에도 섭외를 한 적이 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교수는 기본적으로 방송출연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 같지만 이번 토론은 나왔으면 좋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김동민 교수와 토론 준비를 같이 한 것으로 안다."
- 100분 토론은 외국의 생방송 토론과 비교할 때 분위기가 엄숙하고 딱딱해 보인다. 앞으로 더욱 생생하고 치열한 토론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자유롭고 명랑한 토론이 될 수 있도록 패널도 6명에서 4명으로 줄였고 조명도 짙은 청색에서 밝은 청색으로 바꿔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토론문화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극복하기 어렵다. 또한 금기가 아직 많지 않는가. 유시민 씨와 12회째를 하면서 나름대로 성역과 금기를 깨 왔다. 감히 명실상부한 방송토론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한다. 제작팀의 열정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관심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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