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10.06 21:54수정 2000.10.07 10:03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무가 두 달 만에 사장이 되었다.
그것도 회사를 그만 두겠다는 전무를 회장이 부사장으로 다시 사장으로 고속 승진을 시켰다. 전무는 사나이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겠다는 결심을 하고 사장이 되었다.
사장이 되고나서 일요일이나 휴일도 없이 사장은 사무실을 나온다.
평일에는 아침 6시 20분쯤 나오고 퇴근은 오후 6시 반에 한다. 부서장이나 임원들은 아침 7시 전에 나오고 사장이 나간 다음에 퇴근한다. 사규에 정해진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휴일에도 사장은 자기 집무실에서 각 부서에서 취합한 주간 보고서를 샅샅이 살피고 월요일 회의 때 중역들에게 조목 조목 따지며 칭찬보다 나무라기를 주로한다. 욕먹을 만하니 욕먹겠지.
사장이 중역보다 업무 파악을 더 잘 하고 있다. 사장은 점심 때 지하 식당에서 순두부나 된장찌개를 배달시켜 먹고 있다. 사무실내에 있는 차실을 열고 보다가 여직원들이 빨아널어 놓은 걸레의 위치까지 지정한다. 여직원들은 걸레 놓을 곳이 없다 하여 부서와 부서 사이에 있는 허리 높이 서류장 위를 닦지 않아서 남자 직원들은 그 위에 서류를 잠시 놓을 때 근무복 팔굽으로 쑥쑥 먼지를 닦아내고 있다.
사장은 일체의 비용을 절약하라 해서 영업직 직원이 외부에 나가서 점심 한 그릇도 못산다. 직원들은 점심 시간을 피해서 나간다.
사장은 자신이 회장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요즘 어려운 시기에 맞춰 직원들의 봉급에서 일정율을 반납받도록 했다고 하며 칭찬을 받는다.
직원들이 비젼이 뭐냐고 물으면 지금 당장 세워 놓은 사업계획이 비젼이 라고 한다. 사업계획은 뻥튀기와 거짓과 혼란이 있는 것을 아는 직원들은 당황하고 놀래며 순응한다.
사장은 임원들에게 지급되어 있는 차량은 회수하고 자기 차를 가지고 움직이도록 한다. 잘 하는 일이다하고 직원들은 말하고 죽을 맛이라며 중역들은 그들끼리 수군댄다.
사장실의 중역 회의에는 토론이 없다. 사장이 전체를 잘 파악하고 있으니 다른 중역들이 말하는 것은 공염불이다. 한마디 했다가 "알지도 못하고 입 나불대지마." 한 마디에 그냥 침몰이다. 다음에는 갑론 을박이 없고 사장 말이 법이다. 돌아서서 나와서는 설왕설래가 대단하나 찻잔속의 태풍이지 .
사장은 뭔가 지적 받은 임원이나 부장에게 "이 새끼. 똑바로 못하고... "
한 번은 어느 부장은 욕을 먹으면서 들고 있던 볼펜을 손아귀에서 중간이 부러질 때까지 힘을 준적이 있었고 그걸 지켜보던 다른 부장은 그것을 눈치채며 (잘못하면 살인나지) 하고 조심스러워 했다. 집에서 자식에게도 새끼 소리를 함부로 못하는 지금 세상인데 사장은 대단한 사람이 아니면 아래 직원들이 진짜로 흠이 있는 "새끼"들이다.
사장 옆에는 진정한 조언을 하는 이가 없다. 사장은 측근이 조금 태도가 허술해거나 지적사항이 생기면 매몰차게 상대를 후려친다. 본인이 직원 다루는 자기의 부하 다루기를 스스로 용병술이라고 한다.
삼국지에 나온 이야긴가? 회사가 어려울 때 그래도 해보겠다고 욕 먹는줄 알면서 욕하고 자기 건강 망치면서 애쓰는 대단한 사장이다. 문제는 부모가 엄하기만 하면 아이들은 부모를 속인다.
일요일이다. 사장은 또 나올 것이다.
금년의 사장의 업무지침에는 인화단결이 빠져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