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정체성을 넘어 새로운 세기로

2000 퀴어 영화제, 동성애자들의 그 두 번째 몸짓

등록 2000.10.07 00:32수정 2000.10.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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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퀴어영화제가 98년 이후 두 번째로 지난 달 1일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제를 시작으로 그 막이 올랐다. 퀴어영화제는 9월1일부터 10일까지 아트선재센터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나누어 열렸다. 퀴어영화제는 성적 소수자의 삶과 가치를 생각하는 동시에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를 조망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개막식에 각계의 관련자는 물론 많은 일반 시민들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퀴어영화제 개막식과 더불어 개막 상영작을 보기 위해 영화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아트선재센터 앞에 모여, 이번 영화제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몇몇 일반 시민들은 개막식장 주위에 모여 영화제 측이 준비한 영화제 관련 팜플렛을 보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외국인으로 참여한 크리스 베리(자문위원)와 나카타 도이치(연대 사회학교 교수)가 보는 이번 퀴어영화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듣는 열띤 취재의 모습도 보였다. 퀴어영화제 관계자나 각계에서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이번 영화제에 대한 여러 가지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

"동성애자들의 삶은 차이를 넘어서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나가야 한다"는 사회자의 말로 개막식의 문을 열었다. 사회를 본 두 사람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했다. 퀴어영화제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과 관계자들의 축사 속에는 "동성애자는 뭔가 부족하거나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서로 이해하고 인정할 줄 하는 것"이 '기쁨, 그 새로운 세계'라는 영화제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2000 퀴어영화제의 개막 상영작은 현존하는 촬영 감독 가운데 가장 탁월한 베테랑 중 한 명으로 인정 받아온 크리스토퍼 도일의 감독 데뷔작 <세사람>으로 시작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퀴어영화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광고 화면을 관객들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개막작으로 상영된 <세사람>이란 영화는 약간 컬트적인 분위기 속에 펼쳐진 배경화면과 음악이 적절히 조화되어,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주제 영화의 단점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영화 상영 중간에 관객들의 웃음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약간 아쉬운 점은 반전 없이 평탄하게 끌고 간 구성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개막 상영작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었다. 특별한 줄거리를 찾을 수 있는 이야기도, 특별하게 꼬집어낼 수도 없게 인물들 사이로 다가오는 영화 장면을 싫증나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극단적인 노출과 현란한 조명 속에 녹아들어 있는 추상적인 영화에 매료된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상영관 로비를 메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번 영화에 대한 느낌을 인터뷰하는 모습과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답변하는 모습에서 이번 영화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동성애 영화 관련 포스터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즉석에서 포스터와 행사 관련 기념품을 팔기도 해 일반인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개막식과 영화 상영이 끝난 후 2000 퀴어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동진 씨를 비롯한 관계자와 영화를 상영한 일반 시민들이 함께 버스를 타고 이태원에 있는 '지퍼'로 이동했다. 지하에 위치한 좁은 공간의 어두운 조망 아래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동성애자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공연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게이바'를 처음 온 일반 시민은 호기심이 찬 눈빛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 정체성을 넘어 일반인과 동성애자들이 함께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자리였다.

공연은 남자지만 여성으로 살고 싶어하는 일명 '트랜스'의 춤과 노래, 퍼포먼스로 채워졌다. 좁은 무대에서 이루어진 공연이었지만 그들의 화려한 몸짓과 노래는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지게 했다.

그들의 공연은 단지 관객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 속에 동성애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었으며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열띤 함성과 박수 소리에 온 몸을 던져가며 공연을 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퀴어영화제의 어울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지퍼'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 열린 '트랜스'의 공연이 끝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동성애자들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다른 한 쪽에서는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마시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지퍼' 출구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에게 퀴어영화제 관계자들은 일일이 밝은 표정으로 배웅 해 주었다. 짙게 화장한 트랜스들은 공연한 복장만 갈아입은 채 막 '지퍼'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얼굴에 땀이 가시지 않은 모습에서 공연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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