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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를 기다린다-홍석천에게
밥상머리에서 개처럼 투정하는
늙은 내 입 속에 랭보가 돌로 씹힌다
"가난한 자가 키울 것이라곤 굶주림이 전부인 것을"
술집엘 간다
쫓아온 랭보가 귓전에 속삭인다
"애초에 있지도 않은 권위는 입구에 두고 가라"
낯선 여자를 안는다
하얀 몸 얽힌 침대 머리맡 랭보가 서있다
"진리는 너의 성기 속에만 있다"
길거리에 넝마를 걸친 랭보가 있다
동전 몇 닢으로 무시무시한 경구를 듣는다
"돈이 없는 생은 빈한할 뿐이다
그러나 헛될망정 욕망 없이는 생이 없다"
2000년 10월5일
시작 메모
누구에게도 열 아홉 시절은 있기 마련이다. 박일문 식으로 표현하자면 "음악과 영화, 이데올로기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열 아홉 살.
시는 바로 그 열 아홉의 내게 와서 아직도 나를 살아있게 하고, 죽고싶게 만드는 꿈이요, 미망(迷妄)이요, 절망이고 환멸이다. 나는 왜 시를 읽었을까?
내가 시 같잖은 시를 겨우겨우 끄적이기 시작한 열 아홉 살에 랭보는 "이제 나는 더 이상 시에서 이룰게 없다"라 공언하며,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가 밤새 '하시슈'와 아프리카산 토속주에 취해 있다가 맞았을 새벽 미명. 나는 랭보에게 쏟아졌을 그 햇살조차도 부럽다.
진초록의 '압생트 주'를 랭보와 나눠 마시고, 그에게 세계와 인간의 대한 진실과 허위를 듣는다면 이성애자인 나조차도 랭보를 향해 정말이지 홍석천처럼 '커밍아웃'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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