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8일) KBS 2TV 추적60분에서 ‘내부고발, 그후’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내부고발자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나는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양심선언을 한 내부고발자들이 막강한 적대세력에 의해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난 것은 물론, 심지어는 감옥살이까지 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 절망이다.
걸핏하면 부정부패 척결을 외쳐대는 정치권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길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앞장선 이들이 이런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들이 현재 당하고 있는 이런 부당한 대우야말로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정치권의 허울좋은 구호와는 관계 없이, 부정부패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현재 처해 있는 위치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96년 12월 당시 야당이던 국민회의는 부패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민회의가 제출한 이 부패방지법안에는 내부고발자 보호 등의 내용이 들어 있으며, 그 법안이 진작에 통과되기만 했어도 현재 내부고발과 관련해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지금처럼 곤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야당이던 국민회의가 여당이 되고, 여당으로서 정국 운영을 주도해 나가기 시작한 지 2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법안은 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내부고발자들이 양심을 지키기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그 결과 막강한 적대세력과 마주하여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들을 지켜주어야 할 부패방지법은 왜 국회 통과가 마냥 지연되고만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내부고발자를 두려워하는 자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렇게 내부고발자를 두려워하는 자들 가운데 국회내에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들이 적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내부고발자 보호 등 내용을 담은 부패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비리가 탄로날 것을 두려워하는 잠재적인 범법자들이 법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서있는 셈이다.
이렇게 내부고발을 두려워하는 잠재적인 범법자들이 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는 한, 이 땅에서의 부정부패 척결은 허울좋은 구호에 불과할 따름이다. 개인의 불이익을 불사해가며 내부고발을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있는한 부정부패 척결이란 말은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이 정말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부패방지법부터 먼저 통과를 시켜야 한다. 야당 또한 부패방지법 통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입으로만 부정부패 척결을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써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부패방지법 처리과정에서 시민단체 등과 우리 모두는 누가 이 법의 국회 통과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가를 똑똑히 확인하고 기억해 두어야만 한다. 이 부패방지법 처리과정에서야말로 어떤 식으로건 내부고발자를 두려워하는 자들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양심을 지키기 위해 용단을 내린 내부고발자들이 더 이상 어떠한 피해나 불이익도 당하게 해서는 안되며, 내부고발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를 통해 이 땅 곳곳에 만연돼 있는 각종 부정부패가 이들 내부고발자들에 의해 들춰내고 처벌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밑받침을 해나가야 한다.
부와 권력을 이용해 개인과 소속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력과 비용의 낭비 등을 초래하고 이 땅의 발전을 가로막는 각종 부정부패를 송두리째 뿌리뽑기 위해서는 이들 내부고발자의 역할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효과적이며, 모든 사람이 내부고발자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 이 땅에서의 부정부패도 설 자리를 잃고 마침내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