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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의 <원초적 본능>
샤론 스톤의 성기(性器)를 본다고
생이 바뀌는 건 아니다
마이클 더글러스가 너를 안은들
무엇이 달라질까
헐리우드
거짓 욕망과 위장된 선의 생산지
영화포스터는
아버지와 나를 수음(手淫)하게 한다
현란하고 견고한 성채여
우리들 위대한 <꿈의 구장>이여
남미 약소국과 아시아 빈국 아이들이
헛된 꿈을 꾸는 사이
케빈 코스트너는
3루를 돌아 홈을 향한다
할애비 본관도 모르는 저 아이
시궁창에 가래톳 뱉으며
프랑스 누벨 바그와
이태리 네오 리얼리즘과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계보를
콘돔 불듯 숨차 외운다
비버리힐즈 개만도 못한 취급받으며
염색 공장엘 나간다
밤이 내린 도시
이본 동시 변두리 극장
아이는
니콜 키드먼의 흰 젖을 보며
침을 흘린다
개처럼 침을 흘린다
1994년 여름
시작 메모
'영화=꿈'이라는 등식을 신뢰하던 시절의 나는 행복하였다.
논두렁 건달에 다름 아니었던 친구들과 변두리 극장에서 소주 마시고, 영사실에 감자 먹이며 우리는 행복했다. 영화가 끝나고 거리로 나가면 안소영(애마부인) 선우일란(산딸기) 장미희(깊고 푸른 밤)와 꼭 같이 생긴 여자를 만나 하룻밤 사랑을 이룰 것도 같았다. 취기가 빚어낸 비극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은막 안의 사람이고 나는 은막밖에 있다"라는 깨달음을 얻기까지 걸린 시간은 짧았다. 생이 시시해졌고, 내 자신이 미워졌다. 울 수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그들은 스크린에서 빛나는 웃음으로 찬란하게 입을 맞추고, 나는 때에 절은 이불을 덮고 서른 나이에도 매일 혼자 외로이 잠든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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