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30분 3교시 수업시간. 20일 3교시에 고려대 국제관 321호 강의실에서는 '대통령학' 특강이 열렸다. 초청 강사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2분 늦은 11시32분에 강의실로 들어섰다.
강의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학교에는 수십 대의 취재차량이 들어서 교정을 꽉 메웠다. 또한, 수십 명의 사복경찰과 전경들이 국제관 둘레를 빙 둘러서 있다. 이날 고려대 교정은 오전 내내 경찰기동대 차량과 수많은 전경들, 그리고 사복경찰들로 북적댔다.
경찰들의 학내 진입은 강의실에까지 이어졌다. YS측 경호원은 물론이고, 사복경찰까지 321호 강의실로 들어갔다. 반면, 사전 연락 없이 강의를 청강하러 온 학생들은 강의실 진입을 저지 당해야만 했다.
'대통령학' 수강생 41명, 청강생 14명이 이날 강의를 수강한 학생의 전부다. 전날 총학생회는 인터넷을 통해 청강생을 모집, 사전 예약된 학생들만 강의실로 들여보내졌다. 애초 20명을 뽑겠다던 청강생은 무슨 이유에선지 14명으로 줄어 있었다.
총학생회에서 통보한 14명 이외의 고려대 학생들은 누구도 청강할 수 없었다. 뒤늦게 온 청강 희망 학생들은 굳게 닫힌 321호 강의실 문을 뒤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때가 11시40분. YS와 동행했던 김정배 고려대 총장이 강의실에서 나왔다. 학생들은 총장에게 다가갔다.
"총장님,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 서서라도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주세요."
"아, 수업 수강 권한은 함교수(행정학과 교수)에게 있기 때문에..."
"총장님, 그럼 강의실에 있는 경찰들을 내보내 주세요. 강의실에 경찰이 웬말입니까."
"그건, 경호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총장님, 경호는 저 수많은 경호원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
"이렇게 폐쇄적이고, 학생들보다 취재진과 경찰이 득실대는 강의는 너무 정치적입니다."
"이건, 정치적인 게 아니야."
이때, YS측 사람으로 추정되는 한 중년 여자가 끼어들었다.
"당신들 뭐예요? 김영삼 각하께서 강의 중이십니다."
"저희는 고대 학생들입니다. 그리고, '각하' 아닙니다."
"저 한테는 '각하'입니다."
그 사이, 김정배 총장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강의실 밖에서의 짧은 실랑이는 끝이 났다.
밖에 있는 학생들은 오히려 강의실 안에 있는 학생들을 걱정하고 있다. 수많은 취재진들의 카메라 세례, 험악한 인상의 사복경찰과 경직된 얼굴의 경호원들에 싸여 있는 수강생들이 그런 수업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운 질문을 통한 토론수업이 가능할까. YS가 정치적 발언을 할 때, 과연 그 분위기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을까.
결국 오후 1시25분, YS가 강의실에서 나왔다. 75분 수업인 3교시가 끝나는 시간인 12시45분을 약 40분 넘겨 강의는 끝났다.
강의실에 들어갔다 나온 취재진들의 입에서는 이런 말들이 흘러 나왔다. "역시 정치 9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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