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노을에 붉게 물든 억새의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다. 실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몸살을 앓듯 밑둥부터 흰 꽃대공까지 서로의 몸을 맞대고 파르르 떨어댄다. 가을 햇살의 부드러움을 뿜어내며 소곤대는 억새들의 모습이 세속에 찌든 사람들을 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명성산 억새(경기 포천)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산정호수를 산책하며 눈부신 억새밭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의 억새군락지는 삼각봉 못미처 있다. 산정호수 관광지부 옆 등산로를 오르면 가슴까지 시원한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지나 정상쪽으로 약 1시간쯤 오른다. 여기에 은빛 물결의 억새밭이 펼쳐진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마의태자가 망국의 설움을 이곳에서 통곡할 때 억새도 함께 울었다고 해 '명성산'으로 불린다. 경기 의정부나 퇴계원에서 포천을 지나 38선 휴게소 삼거리에서 우회전, 문암리 삼거리를 거치면 산정호수 주차장이 나온다.(031-530-8063)
민둥산 억새(강원 정선)
민둥산(1,119m)은 '억새산'이라고도 할만큼 온통 억새로 뒤덮여 있다. 산 전체에 관목과 잡목이 무성하지만 정상에는 나무가 거의 없이 초본류만이 분포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무명산'으로도 불렸다.
깔딱고개를 넘어서면 능선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억새밭은 이 산의 8부 능선부터 정상까지 이어진다. 억새밭 오솔길은 마치 곱게 가르마를 타 놓은 것 같다. 동으로는 고부산, 북으로는 지억산 남으로는 두위봉 등 사방이 모두 험산들 뿐이어서 이들을 병풍삼아 있는 은빛 민둥산은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인다.
청량리역에서 강릉행 열차를 타고 증산에서 하차하는 게 가장 빠르다. 등산로는 증산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다. 승용차로 가면 7부 능선인 발구덕까지 차가 올라간다. 초행자는 영동고속도로 진부 인터체인지를 통해 진입하는 게 편하다.(033-560-2365)
재약산 사자평억새(경남 밀양)
명주실처럼 가늘게 부서지는 가을 햇살과 바람, 하늘거리는 억새가 일품이다. 밀양시와 영남 알프스 주산인 재약산은 '한반도의 영산' 또는 '삼남의 금강'이라 불린다. 신라 흥덕왕의 셋째 왕자가 병을 얻어 명산 약수를 찾아 두루 헤매다가 이곳 영정약수를 마시고 병이 나았다고 해서 '재약산'으로 불린다.
경남 밀양시 단장면, 양산시 원동면, 울산 울주군 상북면을 아우르는 250만평 중 재약산 수미봉부터 사자봉 100만평이 남한 최대의 억새 군락지를 이룬다. 10월 말부터 11월 초가 최고 절정.
밀양 표충사에서 산행을 시작해 3시간 정도 오르면 억새의 장관을 볼 수 있다. 밀양역에서 표충사행 직행을 타고 표충사 입구에서 하차한다. 표충사 계곡을 따라 약 1시간 반 오르면 갈대밭이 나타난다.(055-35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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