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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7차전 전체 관전평

00.11.07 21:21최종업데이트00.11.0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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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한국시리즈 7차전이 현대 유니콘스의 승리로 가을 잔치를 마쳤다. 입동을 맞아 살쌀한 날씨에서도 양팀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스포츠가 관중과 팬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 지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국시리즈는 1-4차전 관중이 평균 채 10000명도 되지 않는 흥행 실패의 모습을 보였다. 물론 6-7차전 수원 경기가 연일 만원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관심 밖에서 시작된 한국시리즈였다고 생각된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3연패 후 4연승으로 역전승을 기대했던 두산 팬들에게는 섭섭한 일이었겠지만, 이번 현대의 전력은 당연히 우승감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김재박 감독의 소위 작전야구, 또 사인 훔쳐보기 논쟁으로 깨끗한 뒷맛을 남기지 못했다.

김재박 감독의 작전은 매우 경이적이었다. 그러나 한 점 한 점에서 그의 작전이 위력을 발휘했을 뿐, 전체적인 경기 결과에는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선수 개인의 능력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또한 올 시즌 팀 최다홈런팀의 영예를 얻게 했던 수원구장 펜스 축소 결정은 시즌 중에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으나 6차전 패배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던 홈런을 허용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가장 이채로웠던 점은 수원구장에서나 서울구장에서 모두 마치 두산의 홈이었던 것처럼 두산 팬들의 열기가 대단했다는 점이었다. 물론 수원이 서울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였다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현대에 대한 팬들의 냉담한 반응이었다. 특히 2차전 관중이 2천여명에 불과했다는 점은, 평소 축구 및 농구에 대한 스포츠 열기가 뛰어났던 수원을 연고지로 하는 현대로서는 다소 충격이었을지도 모른다.

6-7차전은 두산의 역전승을 기대하는 열성 두산 팬들과 현대의 팬들로 경기장은 열기로 가득찼다. 승부 역시 명승부였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경기장의 많은 두산 팬들은 서울에서부터 원정온 열성파였으나 현대의 팬들은 상당수가 현대해상화재 깃발을 든 소위 넥타이 부대 혹은 비즈니스 부대였다는 점에서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예매도 하지 않은 4000장의 표가 사라지고, 30여분만에 10000장의 표가 사라져 많은 서울 팬들이 수원까지 원정왔다가 그냥 발걸음을 돌리거나, 암표상들의 주머니만 두둑하게 했고 현대 구단측은 더욱 비난의 소리만을 듣게 되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는 조웅천이라는 늦깎이 스타, 완전히 재기에 성공한 조계현, 박명환, 국내 마지막 경기에서 조기 강판당한 정민태, 그리고 벤치에서 팀의 희비를 함께할 수밖에 없었던 김동주가 있었다. 특히 김동주의 플레이오프전 부상은 두산 타선의 중심에 연결될 수 없는 고리를 만들었고 이는 패배로 이어졌다.

여기에서 또 아쉬운 점은 현대에서 김동주를 교체하는 것에 대해 동의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중요한 경기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지만, 공정한 경기, 페어 플레이를 중요시하는 스포츠에서 너무 승부에만 집착하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모습을 보여 더욱 아쉬운 점을 보였다.

올 시즌 양대리그라는 처방약도 채 2년을 가지 못한채 관중 급감이라는 위기와 함께, 또 몇 몇 스타들이 해외로 떠나게 된 어려움, 그리고 시드니 올림픽중 시즌 중단이라는 변칙 플레이, 선수협 협상 난항 등으로 한국 프로야구는 계속 난항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원칙을 지키는 정신과, 페어 플레이라는 스포츠의 기본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구단 이기주의를 떠나 약자에 대한 배려, 프로야구 전체가 살아날 수 있는 대승적 접근만이 이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2000-11-07 21:5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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