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시장 다크호스 부상

<릴레이인터뷰> 조균현 브이캐시 사장

등록 2000.11.09 17:33수정 2000.11.0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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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캐시 조균현(45)사장. 그는 고졸출신의 학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경영인의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학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는 탄탄하게 자신의 입지를 굳혀온 ‘잘나가는 샐러리맨’출신이다.

조 사장은 자기주장이 매우 강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꽉 다문 입은 다부진 얼굴모습과 어우러져 강한 의지력의 소유자임을 한눈에 느끼게 한다. 실제 조 사장은 '소신과 추진력’으로 불릴만큼 뚝심있는 CEO다.

서울역앞 연세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조 사장은 전자화폐에 관한한 국내 손꼽히는 고수로 불릴만큼 명쾌한 전자화폐론을 제시한다. 일목요연한 사업설명과 전자화폐시장에 대한 전망은 딱 뿌려질 만큼 간결하다.

브이캐시는 국내 전자화폐시장의 천하통일을 목표로 세계적 신용카드회사인 비자카드와 삼성물산, SK텔레콤, 롯데가 손잡고 설립한 신생기업. 자본금 150억원 규모로 올 6월 출범했다.

◆ IC카드와 결혼했지요

상계동 조 사장의 아파트 작은 방 책장에는 IC카드 관련 책들로 빼곡이 들어차 있다. 평소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조 사장이 94년 IC카드를 처음 접하고부터 모아놓은 각종 서적들이다.

“처음 IC카드를 접하고 이거다 싶었습니다.모으다 보니 왠만한 논문 하나는 거뜬히 쓸 정도로 많아졌지요”


브이캐시 조 사장의 최종학력은 고졸. 한양공고를 졸업했다. 군대를 갔다온 후 80년, 서울신탁은행에 공채로 입사,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때 그가 배치받은 곳은 전산실.

신탁업무와 관련한 전산시스템 개발에 관여하며,이른 바 은행 ‘전산전문가’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86년 서울소프트웨어란 회사로 옮겨 SW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89년 ‘신용카드를 개발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에 의해 국민카드로 자리를 옮겨 그 곳에서 10년간 정보시스템개발에 몰두했다. 국민카드 승인시스템은 90년초 그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작품이다.

국민카드의 신용카드관련 프로젝트는 모두 그의 손을거쳐 완성됐다. 국민패스카드는 그가 심혈을 기울인 역작. 대리에서 상품개발팀장을 맡을 때까지 그는 국민카드 기술의 마지노였다.

네트워크,단말기,종합시스템 등 그가 관여하지 않은 프로젝트는 거의 없었다.신용카드개발에 관한 한 그는 회사내 일인자였다. 일류대 출신이 즐비한 국민카드내에서 그는 늘 승승장구했다.

밤낮없이 개발에 매달리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탓이다. 사내에서 ‘난다 긴다’는 친구들이 다 모여있는 종합기획부 정보전략팀장을 맡을 때도 그의 부하직원들은 모두 일류대출신 일색이었다.

어느 회사건 전략을 짜는 파트인 종합기획부는 최고의 부서. 그는 퇴사직전 국민카드 종합기획부에서 정보전략팀장을 맡을 만큼 잘나가던 샐리러맨이었다.

잘나가던 그가 홀로서기를 결심한 것은 기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때문. “저는 뜨는(emerging) 기술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팀장급이 되고보니 그 때부터 주업무는 '관리'더라구요. 지점장으로 나가면 영업을 해야하는 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9년 11월 모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자신의 소신을 펼 수 없음을 절감하고, 올해 6월 브이캐시의 CEO로 전격적으로 자리를 옮겼다. V캐시는 삼성물산, SK텔레콤, 롯데호텔 등 대기업은 물론, 비자카드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전자화폐 전문업체.

브이캐시의 브랜명이 ‘비자캐시’인 것도 이 때문. 쟁쟁한 주주사들은 자본금 150억원규모의 전자화폐 전문회사를 맡을 사람으로 일찌감치 조균현 사장을 찍었다.

놀라운 것은 브이캐시의 인적구조.현재 13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면면은 심상치가 않다. 삼성물산과 SK텔레콤, 롯데 등 3개 주주사의 전략기획실이나 구조조정본부 등의 핵심인력들로만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기획,마케팅,개발 등 분야별로 주주사에서 빼앗기지 않을려고 기를 쓴 선수급들 일색이다. “대부분 아웃소싱,핵심인력중심의 소수정예로 갈 생각입니다".

◆ 조균현의 전자화폐론

“전세계적으로 전자화폐 사업은 모두 다 실패했습니다.실패 이유는 죄다 은행, 카드사 등 발급자위주로 전자화폐를 발행했기 때문입니다”

조 사장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 전자화폐 사업에 대해 독설을 서슴지 않는다. “전자화폐사업은 철저히 가맹점(조 사장은 이를 Acceptance라고 부른다)위주로 바뀌어야 성공합니다”

직불카드의 실패가 대표적인 예라는 게 조 사장의 지적.

“카드에서 돈이 바로 빠져나가는 직불카드의 경우 고객 비밀번호를 인식할 수 있는 입력단말기가 필요했죠. 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가맹점에서 단말기설치에 몇 십만원을 추가 투자할 필요성을 전혀 못느꼈죠.가맹점을 생각하지 않고,발급자중심으로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가맹점들이 직불카드 고객을 유치, 매출을 늘릴 수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그의 전자화폐론은 명쾌하다.

“진정한 의미의 전자화례는 돈을 카드에 넣은후(로딩) A에서 B로 돈가치가 이전되는 형태입니다.즉 내 자신의 카드로 미국에서 공부하는 딸의 카드로 자동으로 돈을 보내는 것은 물론,불특정다수에게 돈을 보낼 수 있는 형태죠”

현금과 똑같이 무기명으로 자유롭게 가치가 오갈 수 있는 형태가 돼야 전자화폐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조 사장의 설명이다.

“현재는 다른 사람에게 가치 이전이 안됩니다.일종의 절름발이죠.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전자화폐는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수 있습니다.몬덱스카드의 경우 국가별 발권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있다는 점에서 각 국이 시스템을 용인하지 않고 있죠.돈세탁 등에도 악용될 소지가 있죠”

조 사장은 결국 전자화폐의 정의는 ‘A,B,C 등의 이용자가 가맹점을 통해 가치를 이전하고,가맹점들은 이를 은행에서 청구,현금화하는 모델’이라고 정리한다.

즉 지하철카드인 선불카드 등이 대표적인 전자화폐인 셈.조 사장의 전자화폐는 기본적으로 IC카드를 지칭한다.즉 지금의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개념이다.

지하철카드와 같은 마그네틱형은 데이터용량이 매우 적어,인증 등 방대한 데이터를 넣을 수있다는 IC카드와는 비교할 수없다고 그는 설명한다.그의 화두는 신용카드쪽으로 옮겨갔다.

“신용카드는 20년 역사끝에 이제 현금대체수단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하지만 사기 및 위조,변조가 끊이지 않고 있죠.신용카드 보안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IC카드입니다”

조 사장은 자판기를 예로든다. 자판기의 경우 동전처리 문제가 골치 아프고,이를 처리하기 위해 사람을 투입해야 하지만 이를 IC카드로 대체할 경우 은행에서 돈만 찾으면 된다는 것.

조 사장은 IC카드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하지만 국내 전자화폐는 가맹점 단말기교체라는 복병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태라고 진단한다.

IC카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려면 200만~300만개에 달하는 가맹점에 단말기를 교체해야하는 데,그 비용이 1조원대를 넘는다고 조 사장은 설명한다.

“IC카드기반의 전자화폐사업을 한다고 한 지 벌써 몇 년째입니까? 하지만 제대로 된 것은 전혀 없죠.은행 및 카드회사들이 난리를 치는 것은 분명히 전자화폐시장이 뜰 것은 분명한 데,현실적으로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는 단말기교체비용에 대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VAN사업자들이 가맹점을 대상으로 단말기를 설치하고 있는 데,VAN사업자와 가맹점을 움직일만한 비용측면의 메리트가 없다는 게 설명의 요지다.

◆ "가맹점이 승부수죠"

“전자화폐 시장은 반드시 옵니다. 설령 브이캐시가 망하더라도 IC카드시장은 분명히 옵니다”전자화폐시장에 대한 그의 확신은 신념에 가깝다.

“신용카드 회사 입장에서는 전자화폐사업을 안하자니 고객을 빼앗길 것같고, 그렇다고 앞서 가자니 엄청난 투자를 해야하고,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조 사장이 제시하는 대안론은 철저히 가맹점쪽에 맞춰져 있다.“저희 회사 전자화폐 사업모델은 가맹점중심입니다. 먼저 어떻게 가맹점을 준비하고, 늘릴 것인가가 사업모델의 핵심입니다”

그가 내놓은 개념은 삼성, SK 등 주주사 브랜드와 IP를 활용해 대대적으로 가맹점을 모은다는 것.내년에 휴대폰에 적용할 수 있는 IC카드를 내놓을 계획이다.단말기안에 내장된 IC카드를 이용,돈을 충전하고,가맹점에서는 단말기로 결제를 하는 개념이다.

조 사장은 OK캐시백 등 주주사들의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가맹점을 확보하면,고객은 물론,은행들도 따라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번간 고객은 절대 안오기 때문에 IC카드의 경우 고객 로열티가 매우 높습니다.가맹점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켜볼 생각입니다”

그의 목표는 내년에 20억원,2002년 48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일.“저희들은 IC카드를 이용한 상품을 만들 능력이 있습니다.곧 IC카드가 판을 치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IC카드관련 사업을 규합,뭔가를 보여주겠습니다"

그의 전망은 허세가 아니다.“비자,마스터카드가 2005년부터 무조건 기존카드에 IC카드를 탑재하고,2008년부터 IC카드만 공급할 계획입니다.부작용 때문에 당장은 기존 신용카드와 합친 복합형 IC카드가 주류를 이룰 것입니다"

최근 금융권 및 카드업계,전자화폐업계에서는 브이캐시의 사업계획서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올해부터 마스터카드를 제치며 국내 신용카드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자가 이 회사에 지분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 조균현의 경영론

브이캐시 직원들은 사장에게 보고할 때 보고내용이 확실하게 매듭지어 졌는 지를 몇 번이고 확인한다.CEO가 완성되지 않은 일을 다 된 것처럼 떠벌리는 것을 가장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는 뻥튀기나 언론플레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묵묵히 다 준비를 끝내놓고 외부에 알린다는 내실형 스타일을 고집한다.

조 사장은 사내에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업무는 100% 메일로 하고,세부협의가 필요하면 관련된 사람을 모이도록 해 회의를 하는 식이다.

“직원모두가 사장인 것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도록 주문합니다.내가 사장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고,어떻게 처리할 것인 가를 생각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있습니다.이를 위해 권한은 대부분 팀장에게 주고있죠”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문서가 거의 없다.아직 직원수가 얼마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의사결정주체를 직원에게 돌렸기 때문이다.”웬만한 것은 아웃소싱입니다.브랜드만 가지고 가는 형태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학력이 지배하는 금융회사에서 고졸출신의 한계를 극복했던 조균현.벤처기업 CEO로 변신한 그는 이미 전자화폐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조 사장은 한번 일에 매달리면 끝장을 보는 성격탓에 전직장에서는 ‘껌붙인다’는 별명으로 통했다고 합니다.그의 기획력은 매우 뛰어나 V캐시직원들 사이에서는 벌써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하지만 그는 직원들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inews24제공

덧붙이는 글 inews24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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