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아닌 공무원 임용교육기관
경찰대학은 우선 대학 아닌 경찰공무원 임용 교육기관으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다. 대학은 현대사회에 들어와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원래 학문연구와 교수의 자유를 위하여, 법적으로 자치를 보장받는 가운데, 자율적 분위기 속에서 진리탐구와 전문지식 향상을 도모하는 학술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경찰대학은 이와 같은 대학일반의 가치에 부합하는가 ? 일반대학과 구별되는 경찰대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사관학교와 같은 명확한 상하 기수간의 기율이 엄격하다는 점이다.
둘째, 경찰대의 교육방법은 완전 폐쇄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즉 4년간 합숙 교육훈련 및 엄격한 사생활 통제가 그것이다.
셋째, 교과과정 및 교재선택에 있어서 강력한 통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대학의 이와 같은 특성은 대학본래의 역할이나 사명과 거리가 멀다. 기본적으로 대학은 공직임용을 준비하는 수험기관도 아니고, 공무원을 교육시키는 교육원은 더더욱 아니다. 따라서 경찰대학은 정확한 의미에서는 경찰사관학교 또는 경찰전문학교라 칭하면 몰라도 '대학'으로 보기에는 부적절하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볼 때, 경찰대학의 실제기능은 [경찰 인력양성 기관]이라는 본래의 설립 취지와도 거리가 먼 것이다.
정규대학이 아닌 한계
현재 경찰대학은 법학과와 행정학과로 나눠져 전액 국비로 교육한다. 보조금 수당지급도 한다. 이것이 과연 타당성을 가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경찰대학에서 교수되는 교과내용이 과연 경찰에 특수한 분야인지 의문스럽다.
거의 모든 일반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법학과 행정학과 전공자를 배출하기 위하여 엄청난 예산(졸업생 1인당 1억여원)을 들여야 하는가 ? 물론 경찰대가 법학이나 행정학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며, 경찰업무 전반에 대한 특수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대학이 완전 국가예산에 의하여 운영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교과 우선 순위는 일반대학에서는 연구할 수 없는 경찰 특수분야라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경대 존폐 문제와는 별도로, 적어도 학과운영의 우선 순위는 법학이나 행정학이 아닌 경찰학, 범죄론, 경찰행정학, 경찰실무론 등 경찰 특수분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예산운용의 능률성과 민주성에도 부합한다.
한편 지금까지 경찰대학 출신들이 경찰 수뇌부 각성, 수사권독립 등의 문제에 관해 추상적 차원에서 몇 차례 집단 의사표시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경찰 '대학'이라면 이런 문제들을 학문적 연구성과로 제출해 경찰발전에 기여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경찰대학의 본래 기능이 대학이라는 학술기관적 지위보다는 공무원 임용기관이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적어도 대학이라면 사회의 각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행하여 그 성과를 필요한 분야로 제공하는 지식·정보의 보고여야 한다.
행시 합격자들이 입소하는 중앙공무원교육원도 연구기능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공무원 교육기관의 지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이는 사법연수원도 마찬가지여서 이들 기관에서 대학이나 대학원 이상의 학문적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술연구는 뒷전
게다가 마치 고교 내신성적처럼 경찰대학 졸업성적이 승진에 20%나 반영되는 경찰대로서는 본연의 대학기능을 추구하더라도, 자율적 연구 분위기가 생겨날 수 없게 되어 있다. 경대가 학술기관과 공무원 임용교육기관이라는 두 지위의 기묘한 결합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경찰대학의 모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 5공 초기 사법시험과 행정고등고시 3차 면접시험에서 일정 비율 대학교 학점을 반영함으로써 대학교육 정상화(시위문화 봉쇄)를 기한다는 취지로 합격자를 결정한 바 있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학문적 연구활동을 평가하는 학점과 국가공무원 임용시험과는 성격 자체가 부합될 수 없다는 학계의 비판에 따라 그후 이 제도가 폐지된 것만 보더라도 대학기능과 공무원 임용기능과의 결부는 처음부터 조화되기가 힘들다.
경찰대 학장이 현직 치안정감이며 그 부설연구기관인 치안연구소 소장은 경찰청 기획경무국장이 겸직하도록 되어 있는 현실에서 경찰발전을 위한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학문연구가 제대로 발붙이기는 힘들 것이다.
어느덧 자기목적화된 제도가 된 경찰대학
현재 경찰에는 크게 3개의 교육기관 즉 경찰대학, 경찰종합학교, 중앙경찰학교 등이 있어서, 재직자의 교육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이중 경찰대학은 4개 학년의 학생을 받아들여 "교육훈련"시키는 것 외에도, 경감 이상 경찰고급관리자과정을 운영하며, 나아가 경감 이상 승진자에 대한 기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종합학교는 경위 이하의 감독자 과정 및 경위 이하의 승진자에 대한 기본교육을 행하고 있으며, 중앙경찰학교는 신임순경 교육 및 전의경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3개 교육기관에는 경대학장, 종합학교장, 중앙경찰학교장 등 치안정감, 치안감 등의 고위직들이 있으며, 이러한 직위을 정점으로 많은 현직 경찰관들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경찰대학의 경우는 이 제도가 단순한 "하나의 교육과정" 아닌 치안정감인 경찰대학장 외에도 경무관 2명 등 웬만한 지방경찰청과 맞먹는 인원, 예산, 장비 등이 배정되고 있다. "교수"를 제외한 교관과 학장, 교직원 등이 모두 현직 경찰로 이루어져 있다.
경찰대 "교수"까지도 현직 경찰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가능할 정도이다. 왜냐하면 종합학교나 중앙경찰학교의 경우 교수진이 현직 경찰이기 때문이다.
문제점 거론 금기시되는 성역화된 경찰대학
이로 인해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대학은 이미 "자기목적화된 제도"로 변질되었으며, 어떠한 비판도 거부하는 "신성불가침의 성역화된 경찰대학"으로 왜곡됨으로써,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이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경찰대학 직위들은 경찰수뇌부들의 인사 압력을 해소시키는 완충지대가 되어 퇴직을 준비하거나 지방경찰청장 등으로 나가기 위한 대기장소였다. 과거 너무 고위직이어서 한직 중에 한직에 불과했던 이들 직위들에 호남 출신들이 보냈다가 옷을 벗게 하는 장소였던 것이다.
그러나 새정부 들어서서는 마치 이들 자리들이 경찰총수로 가기 위해 거치는 장소인 것처럼 치부되는 것은 정권교체의 여파 때문이다. 그리고 경찰대학 등 이들 교육기관의 경정급 이하 자리들도 서울 경찰청에 들어가기 위하여 거치는 것으로 인식돼, 대부분의 경찰관들이 교수, 연구보다는 승진시험 준비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교육기관 본연의 취지에 맞는 연구기관 기능 발휘를 기대하기란 난망 그 자체이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인력과 예산, 장비가 항상 부족하여 민생치안에 차질을 준다는 여론이 비등함에도 불구하고, 학술기관도 아닌 법집행기관에서 지나치게 세분화된 교육기관과 많은 인원 예산이 배정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한겨레에도 올렸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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