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찰청장이 순경출신인 영국
영국에서 최고계급인 자치경찰청장은 예외 없이 모두 순경 출신이다. 따라서 이들 경찰청장 계급명칭도 '순경들의 장'이라는 뜻의 'chief constable'로 되어 있다. 현재 잉글랜드와 웨일즈 전역에 걸쳐 42개 자치경찰청이 있으며, 런던수도경찰청도 금년부터 자치경찰화되었다.
우리 나라도 과거에는 순경출신 경찰총수가 심심치않게 있었지만 언제인가부터는 그것이 말 그대로 먼 옛날의 과거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비간부 출신들은 치안총수는 커녕 간부로의 승진자체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은 승진을 먹고산다고 할 정도로 승진은 어떠한 사기진작책보다 우선하는 인사관리의 핵심요소이다. 따라서 승진에서 민주성과 합리성은 조직 운영의 필수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승진경쟁의 속성상 그리고 이른바 지휘통솔의 편의상 승진자는 소수에 불과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승진은 상위직급을 부여받으며 사회적 위신도 제고됨으로써 직무에 대한 건설적 동기부여의 계기가 된다.
반면 승진에서 탈락하면 무력감과 정신적, 심리적 공허감을 느끼며 상대적 위축감을 경험한다.
사기진작과 거리가 먼 한국경찰의 승진제도
승진제도가 사기진작책으로서 그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전체 구성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객관성과 정당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럼 현실이 과연 그러한가?
경찰의 승진종류에는 심사승진, 시험승진, 특별승진, 근속승진 등 4종류가 있다. 이중에서 서울경찰청을 중심으로 볼 때 경감승진시험의 경우 응시자의 30% 정도가 경대출신이고, 합격자는 거의 70% 이상을 경대출신이 차지하며, 나머지 20%가 간부후보생 출신, 10%가 일반 출신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시험에 25% 반영되는 근무성적이 경대출신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까지를 감안해 본다면, 적어도 승진시험에 관한한 완전히 그리고 단적으로 경찰대학 출신자들 간의 경쟁이 되었으며, 일반 출신자의 경우 법제도상으로는 몰라도 사실상 고위직급에 승진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봉쇄되어 있다.
물론 현재 '심사승진'의 경우는 대부분 일반출신자와 경찰간부후보생 출신자가 차지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렇지 않게 될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승진시험, 직무유기의 온상
현재 경찰은 필기시험 성적 60%(1,2차인 경우 각30%씩) 근무성적 25% 교육훈련성적 15% 등 총100%로 승진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조금 힘들고 시간이 없는 부서는 기피한 후 조용하고 한적한 파출소 근무를 지원하여 업무는 전폐한 채 공부만 하는 사실상의 '직무유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는 경찰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시험승진자가 과연 조사업무, 형사업무, 교통업무 등에서 근무직원보다 더 정통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일고 있으며, 자동 승진하여 희소가치가 없어진 경사 중에는 목에 힘만 주고 일하지 않는 경사가 사라졌으나 시험승진이 있는 경위 중에는 도장만 갖고 근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면 경찰은 순경 바로 위 계급인 경장부터 시험승진이 있으니까 다른 어떤 공무원조직보다 앞서며 우수하고 수준이 높기는 한 것인가?
역설적으로 다른 분야 공무원들은 오히려 상사 눈치 안보고 소신껏 일하며 여가를 선용하여 자신의 발전과 정서함양을 위한 취미활동으로 동호회 등 사회적 활동과 가정을 돌봄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고 경찰처럼 조직 내부에서 승진시험에 기력을 다 소모하게 하는 것이 과연 국민들이 바라는, 업무에 정통하고 공정한 법 집행과 친절한 경찰이 되는 첩경인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예방적인 차원에서라도 그 진위 여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지금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순경 공채시험에 합격하여 경찰에 들어온 이른바 'IMF 순경'이 많은데, 이들이 경위시험에까지 합격하고 경감시험을 보려면 벌써 40대 초반이 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승진소요 최저근무연수를 줄이도록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순경으로 출발하여 경위까지 시험에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진급한 경찰관이 전체 경위승진(임용)경찰관의 몇 %인지 통계를 내어볼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 바탕을 둔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금년의 경우 실무문제집에서 문제유형을 그대로 베낀 문제에 대해서 많은 지적을 받았다. 더군다나 기본교육성적도 모두 15점 만점으로 바뀐 탓에 시험문제가 너무 쉬우면 변별력이 떨어져 결국 근무성적으로 판가름나며, 이것은 시험승진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만다.
내년 시험부터 경찰은 기본교육이 사실상 차등이 없어지게 되므로 결국 객관점수인 표창, 첩보, 교육훈련, 근태 등과 주관점수인 지휘관의 인사평정이 합격을 좌우하며, 시험문제도 일부는 문제 은행식으로 또 일부는 어느 정도 변형 출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덧붙이는 글 | 경찰전문 월간지인 [수사연구] 최근호(11월호)에 실렸던 저의 글임을 밝힙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