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과 시청률 사이에 고민하는 PD들
흔히, 방송이 조금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라도 하면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반가워할 시청자들도 있지만, 도덕적 준거의 틀 속에서 방송의 공공성을 소리 높여 강조하는 의식 있는 시청자들도 있기 마련이다.
세계 어느 국가나 비슷하겠지만, 방송은 전파의 한계와 엄청난 영향력으로 인해 그 공공성과 공익성이 매우 강조되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공공성을 강조하다 보면 보통은 프로그램의 재미가 떨어지게 되고 시청률도 낮아지게 돼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그램은 막을 내리게 된다. 이 모든 것이 프로그램의 생사권한을 쥐고, PD들의 피를 말리는 시청률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 모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해묵은 명제 앞에서 오늘도 수많은 방송제작자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방송제작자들은 항상 공공성과 시청률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방송의 특성상 공익성을 확보해야 하기도 하겠지만 방송의 실질적 소비자인 시청자의 관심과 향배를 무조건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 또한 우리 방송의 현실이기 때문에 시청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공공성과 흥미성이 절묘하게 결합된 방송 프로그램이 드문 이유도 이 같은 어려움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인이 펼치는 사랑만들기
이런 제작상이 어려움 때문인지는 몰라도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보면 시청자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부쩍 많아졌음을 알게 된다. 시청자들이 출연하면 시청률이 올라가는지는 몰라도 수동적 방관자의 입장에서 진일보해서 프로그램 내용에 깊숙이 개입하는 능동적 시청자상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의 경우도 적지 않게 늘어났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시청자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출연한 시청자들의 '사랑만들기'를 주된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상황이 그렇다면 시청자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이 어느 정도 시청률 확보에 성공했음을 반증하기에 충분하다. 제작자들이 앞다투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랑만들기'류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단연 MBC의 <사랑의 스튜디오>가 손꼽힌다. 이밖에도 지금은 진행자가 바뀌었지만 SBS의 남희석-이휘재의 <멋진만남>과 <기분좋은 밤>, KBS의 <야한밤에>와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등이 있다.
이같은 경향은 이들 프로그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신세대 취향의 프로그램마다 약방의 감초격으로 유사한 코너를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덕분에 시청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코너는 양적으로 많아졌지만 질적인 부분은 향상을 이뤘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이들 프로그램에는 일반인이 출연해 그들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시청자들은 브라운관 밖에 있지만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이들의 사랑만들기 과정을 지켜보면서 동질감과 함께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결혼 적령기에 든 필자도 사랑의 스튜디오를 보면서 "나도 저런 여자를 만날 수 있겠지", "저 프로그램에 출연해 볼까" 하는 등등의 기분 좋은 상상을 꿈꿨으니 비슷한 처지의 다른 시청자들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사랑만들기' 류의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더하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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