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프로그램의 사회학(2)

시청자의 관음욕망에 성실히 부응

등록 2000.11.29 13:25수정 2000.11.2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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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짝짓기 프로그램, 이유가 뭘까

짝짓기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출연자, 시청자, 제작자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출연자의 측면에서 프로그램 성격자체가 혼인 적령기에 든 젊은이들의 만남 주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젊은층의 참여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자유연애관의 보편화 등 신세대들의 달라진 가치관과 자신을 하나의 상품으로서 포장하고 알리기 위한 욕구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에는 출연자 선정과정을 거치면서 확실히 검증된 외모의 소유자나 능력자가 출연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남녀 출연자 모두 검증된 사람이 출연하므로 출연자들은 보다 좋은 연분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수동적 시청자에서 능동적 시청자로 변화하는 추세 속에 출연신청자가 쇄도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다음으로 시청자 측면에서 선남선녀의 출연은 시청자들에게 보기 좋은 현상이다. 여기에 방송이 선사하는 관음적 요소가 농후한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는 시청자의 관음적 욕망에 충실하게 부합하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청자들은 보는 즐거움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시청률 상승은 당연한 결과이고 안정적이다.

마지막으로 제작자 측면에서 출연자 걱정도 없고, 적은 제작비에 높은 시청률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출연신청자가 많다는 점은 제작진의 입장에서 볼 때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젊은이들이 참여함에 따라 프로그램 전반에 신세대들의 달라진 가치관과 심리가 반영되고 이는 곧장 주시청 대상인 젊은층의 시청률 상승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방송사마다 유사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세 요소가 절묘하게 결합됐다는 것이 일반인 출연자를 대상으로 한 짝짓기 프로그램의 특징적인 점이다.

짝짓기 프로의 대명사 MBC <사랑의 스튜디오>


그렇다면 짝짓기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사랑의 스튜디오를 분석하며 내재된 문제점을 짚어 보자.

'사랑맺기' 프로그램의 대명사 MBC의 <사랑의 스튜디오>는 선남선녀의 건전한 만남을 주선한다는 내용이다. 길어야 60분이 채 못되는 방송시간동안, 출연한 사람에 따르면 물론 녹화시간은 훨씬 길지만, 남녀 출연자가 사랑의 감정에 기초한 연분을 맺을 수 인간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방송은 무조건 잘생긴 사람을 보여주고, 좋은 이야기를 해야 하며, 좋은 환경을 보여줘야만 방송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지난날의 오도된 방송관이 해체됐다 하더라도 방송의 구조적 특성상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방송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출연신청자도 적지 않을 테니 한마디도 엄선된 사람만이 출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사회적 관점에서 용인되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 방송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만남의 과정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출연한다고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성들은 명문대 출신의 대기업 혹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자막을 통해 열거되는 그들의 학력과 현업은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평범한 남성들을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여성출연자 역시 남성출연자와 비교할 때 학력은 다소 처지지만 뛰어난 미모와 신체조건의 소유자이거나 무용, 음악, 춤 실력 등 재능을 갖고 있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프로그램 구성 역시 남녀 출연자들의 탤런트적 특성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프로그램은 확대해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여성시청자들에게 '미모만 뛰어나면 명문대 출신의 유능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유혹하기에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뛰어난 미모 만들기에 열중하게 한다. 더불어 여성시청자 마음속 깊숙이 내재돼 있는 신데렐라 환상을 부추긴다. '나도 얼굴만 예쁘고 섹시하면 저런 왕자를 만날 수 있겠지'하는 환상 말이다.

남성시청자들도 다를 바 없다. 예쁘고 잘 노는 현모양처는 그냥 얻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학력이나 그것이 아니라면 직장이라도 좋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한다.

방송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은막 뒤에 교묘히 가리워 진 연애프로그램은 남성시청자에게는 학력과 직업에 따른 '열등의식'을 여성시청자에게는 '외모지상주의'를 은연중에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서 초스피드적 사랑만들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면서 진지하지 못한 가벼움이 넘치는 일회적 사랑을 양산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좀 과장되게 말한다면 짝 없는 남녀를 연결해 준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프로그램 어디를 봐도 공익성이나 공공성을 찾을 수 없다. 오로지 시청자의 관음적 욕망에 영합하는 내용의 흥미성 이외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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