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프로그램의 사회학(3)

시청률 높으면 만들수 밖에

등록 2000.11.29 13:28수정 2000.11.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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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이 높으니 만들어야지

이 같은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들 프로그램의 평균적 시청률을 제작자들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지 방송 3사를 통해 경쟁 프로그램이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필자가 모니터 한 결과 KBS는 <야한밤에-러브콘티>, <행복남녀>,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서바이벌 미팅>, <접속 해피타임>을 통해 일반인 남녀간의 짝짓기를 주선했다. SBS도 <기분좋은밤 -결혼할까요>, <멋진만남-남아일언 중천금>, <러브게임-클럽싱글즈>를 제작하기에 이르렀고 상당수 프로그램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시청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은 유사하지만 미묘한 차이를 갖고 있다. 출연계층이 다르다거나 (접속해피타임은 대학생, 사랑의 스튜디오는 대학생과 직장인) 만남의 성격(행복남녀는 사위감 고르기, 서바이벌 미팅은 애인만들기, 사랑의 스튜디오는 배우자 고르기)을 다르게 하고 있지만 제작 매커니즘은 거의 동일하다.

프로그램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은 더욱 명확해 진다. KBS의 야한밤에<러브콘티>는 몰래카메라 기법을 도입해 시청자의 관음주의적 욕구를 자극하는 트루먼 쇼와 비슷한 형태로 출연자의 자기노출증을 교묘히 활용하고 있다.

또, 접속해피타임은 출연자를 대학생으로 한정, 학력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으며 예비-최강 커플 탄생과정에서 은연중 외모지상주의를 전파하며 상품 획득을 위해 몸부림치는 출연자들의 지나친 경쟁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남녀의 <서바이벌 신고합니다>도 출연자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나와 사위감을 고른다는 내용을 방송하면서 좋은 사위감, 좋은 며느리을 위한 조건들을 남발하며 존중돼야 할 자녀의 사생활을 공개하고 이에 충격 받는 부모의 모습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 이역시 시청자의 훔쳐보기 욕망에 부응하는 흥미위주의 방송행태일 뿐이다.


SBS의 4명의 총각들이 한 아파트에 모여 짝을 만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러브게임 <클럽싱글즈>는 남녀 출연자의 과도한 신체접촉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비현실적인 화려한 만남을 부추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관음주의, 외모지상주의, 학벌만능주의를 통한 위화감 조성, 신데렐라 환상과 가벼운 일회적 찰라적 만남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개선의 여지는 없는가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증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방송의 실질적 수혜자인 시청자들이 주인공이 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일반인 출연자들이 시청률을 의식해서, 브라운관 밖의 시청자를 위한 여흥의 소도구로서 희화화되고 있는 현상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방송프로그램의 주체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객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일반인들을 내세운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인해 생산되는 다양한 역기능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시청률 때문에 이런류의 프로그램이 계속돼야 할 당위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방송도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방송도의란 다른 것이 아니다. 방송으로서 지키고 구현해야 할 공적규범이나 대원칙일 뿐이다. 그런 것들이 추상적 구호에 그치는 격문이외에는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시청률의 향배에 따라 묵살되는 현상은 개선돼야 한다.

방송이 남녀간의 건전한 만남을 주선할 수도 있다. 불건전하고 불확실한 만남이 판을 치고 사회문제화 하는 상황에서 방송이 그 역할의 일정부분을 대신한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방송이 남녀의 만남을 주선해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희화화하고 연예인화한 일반인들의 모습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과도한 신체접촉과 이상야릇한 행위를 유도하는 방송진행상의 문제점들, 그런 것들이 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시청자를 주인으로 대접하면서도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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