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등병의 첫 휴가 나오다

<아들과 군대 11> 아들은 진짜 사나이다워졌지만...

등록 2000.11.29 20:16수정 2000.12.0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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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여기에 군대 간 아들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군대에 가 본 일이 있으며, 군대에 갔다 온 애인이 있으며, 군대에 갔다 온 동생이나 오빠가 있다는 것입니다.

군대에서 하는 고생이 삶의 노정을 가는 고생에야 비교를 하겠습니까마는 고생 없이 커온 아이들에게는 군대의 생활이 영겁의 지옥 같은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옥에서 꿈꾸는 낙원은 부모형제가 있는 우리 집이 됩니다.


아들은 행복한 놈입니다. 편지쓰기 좋아하는 아비를 둔 탓에 제 내무반에서 편지 받기 1등을 하고 토요일에 나오는 건빵을 각자가 두 알씩 상품으로 주고 그것으로 포식을 했다고 합니다.

군대 생활 중에서 훈련기간이 군대생활의 꽃이라고 나는 감히 말합니다. 고생 속에서 그리움이 커지는 것. 춥고 배고프고 쵸코파이 한 상자가 소원인 그 시절이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군대에서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가져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객지 생활을 하면서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떨어져 살아야 가족이 귀한 줄 압니다. 그것은 어쩌지 못한 너와 나의 정서입니다.

아들은 휴가를 옵니다. 아들보다 한 달 먼저 육군을 간 아들의 친구는 춘천 지나 배를 두 번 타고 들어가는 전방 양구에서 면회간 아버지의 손도 못 잡고 눈물만 쏟더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오늘의 내 기분은 내 아들이 휴가 옵니다하고 기뻐하기 참 송구스럽습니다.

훈련 6주에 작대기 하나 달고 사천 비행장에서 비행기를 타고 휴가를 나오니 공군 그 참 좋구나 하면서 남의 아들 대하듯 하는 기분이 나기도 합니다. 군용기를 타고 오는 공짜가 아닙니다. 제 돈 내고 민항기를 타고 옵니다.


오늘 내가 아들이 집에 보낸 편지에 대한 언급을 하려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함께 있을 때는 한 가족이라 해도 진지한 대화가 없는 요즘 가족 아닙니까?

내 경우에도 아들과 그 동안 막막했던 말을 나는 많이 했습니다. 아들에게 격려를 줄 만한 말을 골라서 한 의도적인 것도 있습니다만 사람이 산다는 것을 할 말을 다하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아들이 집에 보내는 편지가 조금씩 달라지고 부쩍 성숙해져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대견합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집에 가고 싶다. 알통 구보를 했습니다.
휴가가 기다려집니다."

다음에는,
"휴가 때 쵸코파이를 한 상자 먹고 싶습니다. 과자를 옆에 가득 놓고 TV를 원없이 한가롭게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삼겹살을 먹고 싶습니다. 불갈비를… 육회를 먹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훈련 때는 부모님의 편지를 가슴에 안고 뛰고 있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가족 사진을 어서 보내주세요."

다음에는,
"아버지를 많이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아버지의 편지를 매일 기다립니다.
아버지는 내게 힘이 되십니다"하는 편지까지 이어집니다.

아들이 군에서 나와서 제대를 하면 다시 우리는 이 순간의 기억이 추억이 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이 순간은 참으로 행복하고, 이 기억들이 어쩌다 가끔은 서로가 감정의 앙금이 생기더라도 이 시절을 생각하며 서로의 마음을 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아들에게 다시 편지를 씁니다. 그 편지를 나는 아들의 부대로 보냅니다. 아들이 휴가를 끝내고 부대에 도착해서 휴가 뒤의 막막한 감정일 때 그를 기다리고 있을 아비의 편지는 얼마나 정답겠습까.

나는 편지 말고 다른 종이에 쉴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책 표지를 그려서 동봉하였습니다.

말 꼬리가 몇 마디를 얹은 채…
"아들아.
우리 부모는 네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다.
그러나 어느 날, 너 자신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었음을 알 것이다. 내가 그래왔듯이…."

김포공항.
우리 내외는 비행기를 타고 휴가오는 아들을 만나러 갔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에 아들 나이의 공군 이등병들이 시간 시간 비행기 비행기마다 타고 옵니다.

기다림 뒤에 아들이 나타나니 엄마와 아들은 부등켜안고 그대로 눈물까지 흘리네요. 아들은 말투가 군인이 되어있습니다.

"아버지가 네 더플백을 들을까?"
"아닙니다. 제가 들겠습니다."
하고 씩씩하게 말합니다.

그 씩씩함이 내게는 아주 낯설었으나 아들의 단단한 모습이 그런대로 대견합니다.

"아들아. 나도 한 번 안아보자."
나는 아들의 몸을 안았습니다,

군복을 입었고 키가 나보다 크지만, 아이에게서는 "아빠, 까까 사주세요"하던 어릴 때의 젖내가 납니다.

부모의 코는 아이가 서너살 때 아이의 살 내음 맡던 그 시각에서 멈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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