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의 부당함은 무엇인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갔다 와야 한다는 군대를 제대하고 나면 다시 예비군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야만 한다.
일부 기득권층의 군기피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아들들은 누구나 대한민국의 당당한 남자로서 군대에 갔다온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술자리에서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군대 얘기를 해 보았고 그것을 남자의 자부심으로 여기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예비군 훈련을 통해 급격히 무너진다.
개인적인 사정에도 아랑곳없이 먼 거리를 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군복을 입고 훈련장으로 떠나면 우선 길을 찾기가 까다롭기 그지 없다. 훈련통보지를 보고 찾을 수 없어 전화를 하면 근처에 내려서 택시를 타란 말을 한다. 기어코 물어 알아낸 마을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리기란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버스가 예비군 아저씨들로 가득 차 놓치기 십상이다. 혀를 내두르며 근처 택시를 잡지만 그것도 합승에 합승을 해야만 출발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만도 다행이다. 필자가 간 경기도 S시의 훈련장 택시들은 훈련에 늦어 허둥되는 예비군들에게 택시요금까지 바가지를 씌운다.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도착한 훈련장의 여건은 어떠한가? 모든 훈련과 시설 등은 군훈련장소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점심시간에 제공되는 식사비 1500원은 어떻게 설명한다는 말인가? 웃기지 않는가?
근처에는 식당도 없고 바로 옆엔 도시락업자가 파는 3000원짜리 도시락이 있는데... 지휘관으로 보이는 군관계자에게 항의를 했더니 하는 말이 '도시락을 싸오면 되지 않느냐'란 식이다. 필자에게는 사먹기 싫으면 집에서 엄마가 싸주는 김밥을 싸오라는 비아냥거림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작 도시락을 펴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어떻게 이런 걸 3000원에 팔 수 있을까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밥맛도 생기지 않는 밥을 먹으면서 더욱 더 기분이 상했던 건 그 지휘관에게 도시락업자가 내보이는 친밀성 때문이었다. 그런 모습에 기분이 상했던 건 거기서 교육을 받았던 예비군들이 느꼈던 공통된 기분이었을 것이다.
설사 필자가 예감했던 어떠한 검은 거래의 내막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누구라도 오해할 수 있는 문제임은 틀림없었을 것이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자꾸만 옛 군대 시절이 떠올랐다. 열심히 군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보람 있었던 날들이었다. 그런데 왠지 이곳에서 그 시절들이 퇴색되어 버린 듯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왜였을까?
시대는 21C를 맞아 남북정상화 회담에 부응하여 급진적으로 변해가고 있고, 오늘은 또 다시 이산가족 상봉회가 열릴 예정에 있어 온국민과 세계가 코리아를 다시 한번 주시하고 있다. 그러한 모든 성사의 결실 뒤에서 묵묵히 국방의 의무에 최선을 다하는 군인이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제 그 의무를 다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하는 또 다른 군인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말길 국가에 당부하고 싶다. 그것은 비단 제대한 예비군만을 위한 배려가 아닌 현역군인들에게도 또 다른 군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 군당국이 할 수 있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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