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만 하더라도 탈북자나 귀순자들은 적어도 남한에서 영웅취급을 받았었다.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뿐 아니라 북한에서의 전직과 소위 활용가치에 따라 순회 강연등 본의아니게 유명인사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단순 탈북자의 경우 언론의 주목은 커녕 오히려 남한사회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어 가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얼마전 탈북자 장모씨라는 사람을 한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의 첫인상은 약간 여윈 듯 싶은 호리호리한 몸매에 얼굴이 검게 탄 그리고 키가 제법 커 보였다. 처음에 그를 소개해주던 사람은 그가 중국에서 온 조선족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보니 우리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였다.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지만 모임에서는 일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나설만한 처지가 못 되었기 때문이다.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그를 집에까지 태워다줄 수 있는 기회가 얻을 수 있었다.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나눈 몇마디 대화만으로는 그를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만 그의 고향이 함경북도 어디라는 것과 도시 영세민들이 사는 13평짜리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 그리고 수입원이래야 정부에서 세금을 공제하고 주는 매월 50여만원이 전부라고 했다. 다른 몇마디를 주고 받았지만 빠른 말을 구사하는 그의 말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혼자 살기에 겨우 맞는 형편이라 모임에서 나중에 쌀을 조금 갖다 주었다고 들었다.
그에 대해 조금 깊은 정보는 그를 관리하는 정보과 형사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지역에서는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아마도 동향보고등 탈북자라는 흔한 신분이 아닌 그를 관리하기가 신경쓰이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자신인데 1년간 주어지는 생계대책 기간중에 어떻게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건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다.
남한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젊은이들도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은 판국에 아무 연고도 없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그가 완전히 정착하기란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형사의 말에 의하면 소위 굳은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떤 소문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탈북해서 남한에 가면 특별한 대접을 받으며 호화(?)스럽게 잘 살 수 있다는 선입관에 사로 잡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그를 주변 사람들이 곱게 볼리 만무하다. 더욱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환경 때문에 사람들의 인심마저 줄어든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지역에서 그를 돕기 위해 여러 단체와 연계하고 있지만 도와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면서도 '밑빠진 독에 물 붓는게 아니냐'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정부차원에서는 지금은 햇볕 정책이 대세이지만 실제 지역에서 만나는 탈북자와의 관계는 그리 쉽지 않음을 느낀다.
사랑도 좋지만 환상에 젖어들게 하는 남한 사회에 대한 인식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이해와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삶에 애착을 갖게 하고 남한사회에서의 뿌리 깊은 정착을 가능하게 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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