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결한 성관계, 장애아를 낳는다?

개그맨 이창명 씨, KBS 행복채널서 장애인 비하발언

등록 2000.12.07 17:56수정 2001.01.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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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시키신 분"으로 유명한 개그맨 이창명 씨가 의학적 근거도 없는 낭설을 공중파 방송 중에 내뱉아 장애아 부모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 12월 4일 오전 10쯤,
'KBS 행복채널'에서는 탤런트 이상아 씨 부부가 게스트로 초청되어 '사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프로그램의 막바지에는 이상아 씨 부부가 장애아들을 위한 '천사의 집'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훈훈한 장면이 방영돼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려는 무렵, 행복채널의 보조진행자를 맡고 있는 개그맨 이창명 씨가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이창명 씨의 말을 그대로 살리면, "아저, 그리고 아이가질 때 성관계라는 걸 좀 깨끗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거든요. 제가 그런 말을 하니까 의아해 하지지만, 관계를 깨끗하게 맺어야 돼요."

이창명 씨의 말이 어딘가 어색했던 것일까. 오히려 주 진행자가 나서서 "아직 의학적 검증이 된 것은 아니"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장애아 부모들이 받은 충격은 작지 않았다. 이창명 씨의 말대로라면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깨끗하지 못한 성관계"를 가졌기 때문에 아이가 장애를 겪는다는 것 아닌가.

KBS 홈페이지 게시판과 장애단체 홈페이지에 이창명 씨의 망발을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


ID '화난사람'은 "이창명의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잠시 정신을 놓았다"며,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한참동안이나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장애아를 두고 있다는 한 부모는 "난생 처음 익명으로 행복채널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렸다"고 울먹였다.


장애아 부모들의 지적은 한결 같다.

문제가 된 12월 4일 방송 ⓒ KBS 행복채널
"이것은 단순히 이창명 개인의 ‘말 실수'가 아니다.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미디어의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설사 이창명이 말하려는 의도가 '청소년들의 잘못된 성관계로 인해 미혼모들이 아이를 떼기 위해 이런 저런 행동을 하다가 아이들이 장애로 태어난 경우'를 얘기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건 분명 도를 넘어선 망발이었다."

"천사의 집 아이들만을 놓고 생각해도 그렇다. 이창명의 말을 확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국 그 아이들은 졸지에 '잘못된 성관계의 부산물'이 되는 것 아닌가. '행복채널'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부모들의 분노를 달래줄 방법은 무엇일까.

자폐정보출판네트워크 '난나야'(www.nannaya.net)의 운영진은 "이창명 씨 개인의 실수도 문제지만, 우리 부모들이 분노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장애에 대한 편견'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선천적인 장애 중 상당 부분은 아직 현대 의학으로도 명확한 원인을 규명해 내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의학적 근거도 없는 비난은 장애우와 그 가족들을 좌절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잔인한 폭력이다. 사실 우리 사회 구성원 어느 누구도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 스스로가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는 게 '난나야' 운영진의 주장.

장애우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많은 게 아니다.

진정 이창명 씨가 내뱉은 말이 '실수'였다면, 이창명 씨와 KBS 행복채널 제작팀은 이제라도 반성과 함께 상처받은 장애우 가족들의 심경을 어루만지기 위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공인이 내뱉은 '한 마디'는 다른 사람들에게 심장을 옥죄는 '비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깊이 담고, 이번 일을 계기로 이창명 씨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주는 개그맨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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