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 1명 양성에 1억 투자
현재 경찰대학은 4년간 전액 국고로 운영되며 학생들에게 수당까지 지급하고 있다. 경찰대생 1명이 졸업하는데는 1억원 가량의 국고가 들어 가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재정상의 혜택이 다수의 우수한 인재들이 경찰대학에 응시토록 유인하는 하나의 주된 요인인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경찰이 적어도 하나의 공직사회인 만큼 국가공무원을 양성하는데 많은 재정적 혜택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인사행정 이론상 유능한 공무원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재학 중 장학금 지급, 행정대학과 같은 특수대학으로 유능한 행정인 양성 등의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 재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급 같은 경우는 현실적으로도 시행되고 있다.
국가예산의 민주적 집행과 괴리
그러나 이러한 이론은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다. 그 결정적 이유는 이것이 국가예산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하고, 따라서 예산 민주화 차원에서 신중한 검토가 요청되기 때문이다.
인재양성의 능률성 차원에서 본다면 수긍할 만한 점도 있으나, 민주성의 척도로 본다면 이것은 문제가 된다. 즉 국가예산 편성, 집행의 민주성과 능률성은 2개의 가치이지만, 능률성은 결코 민주성보다 우위일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예산에 의한 인재양성이 가능하려면 우선 그 목적이 전체 국가사회의 정책방향과 일치하여야 하고 인재활용방안이 그에 부합하여야 한다. 나아가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교육평등과 공직취임 기회균등 원칙과 배치
논의의 초점은 분명히 다르지만 과학기술대학이나 과학기술원에 대한 국고지원은 우수한 과학영재를 발굴 교육하여 첨단과학 지식을 축적, 미래 국제적인 과학기술 경쟁에서 우리 나라가 살아남기 위한다는 목적에서 가능하고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그래도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도 국가공무원을 양성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울러 국가예산에 의한 공무원 양성은 우선, 교육의 평등성(재정상 형평성), 공직취임 평등성(기회균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이것은 능률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인사행정상 민주성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군사관학교와 일치한다는 잘못에서 유래
군의 정규사관학교에 대하여 경찰대학과 동일하게 전액 국고 부담, 수당 지급, 피복 지급 등을 행하는 것은 그 목적이 국가보위라는 국가차원의 최상의 가치이고 또한 이에 대해서는 어느 국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의 근무 내용이 자발적이 아닌 이른바 국방의 의무이기에 이에 대한 헌신봉사의 반대급부로 상당한 혜택을 부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들의 복무에 대한 국가차원의 최소한의 재정적 지원이지 결코 특혜일 수는 없으며, 국민으로서의 일상생활의 영위를 포기한데 대한 배려, 즉 "특별한 희생에 대한 손실보상의 차원"이다.
판검사 양성을 위한 사법대학도 만들어?
사법경찰관 양성하는 경찰사관학교 논리대로라면 판검사 사관학교도 가능하다는 논리가 된다. 즉 이와 동일한 논법으로 누가 대법원 산하에 유능한 인재를 모집, 공정한 판결을 기하고 나아가 사법부의 진정한 민주화를 기한다는 목적으로 사법대학을 설치하자는 주장이 타당성을 가진다고 강변하더라도 이를 반대하기 힘들 것이다.
그 사법대학에 전액 국고지원으로 4년간 합숙교육을 시키고, 이들을 졸업과 동시에 경찰대학과 유사하게 사법연수원에 2년 교육을 시킨 뒤, 모두 판사로 임용토록 하면서, 사법시험을 폐지하자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런 가상의 사례가 과연 국민의식이나 정서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인가 ? 결코 국민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철도대학 있으니까 경찰대학도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도 국가예산에 의한 공무원 양성은 업무의 특성상 필요 불가결하고 통상의 모집방법에 의해서는 그 수준에 맞는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 국한하여 지극히 한정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업무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든지, 현업 부서 같은 곳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그것도 공개경쟁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별채용을 하되, 그 직급도 통상의 방법에 의하여 충분히 유능한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위직급이 아닌 하위직급에 대하여만 실시되고 있다.
우리 나라 철도대학(전문학교), 세무대학(전문학교)의 예를 보아도 그 내용이 현업 부서이든가 직무자체가 상당한 전문성을 요구하면서도 그에 상응한 인적자원의 확보가 곤란한 경우, 감독직이 아닌 8급이나 9급의 하위직급에 대하여만 실시되고 있고, 나아가 교육기간의 2배 이상의 의무근무를 명시하고 있다.
즉 현실적으로 실시된다고 하여도 최소한으로 그것도 하위직급에 대하여만 실시된다는 점에서 경찰대학 문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물론 이중에서 세무대학은 동문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폐지되었다.
경찰대학은 경찰전문가를 양성하는가?
따라서 경찰대 출신의 경위에의 신규 특별채용의 문제점은 다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그 직무내용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현대의 치안수요가 복잡 다양한 것은 사실이나 법원, 검찰청, 국세청, 특허청 등에 비하여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통상의 모집방법에 의하여 유능한 인재를 모집할 수 없는가 하는 점이다. 즉 공개경쟁으로 경위라는 감독직급에 상응한 인재를 받아들일 수 없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공개채용의 경쟁률이나 학력수준을 고려할 때 이것은 더 이상 언급 할 필요가 없다.
셋째 다른 부처와 같이 하위직급에 대하여가 아닌 감독자 계층에 대하여 인위적인 국가공무원 양성 및 특별채용은 재정상 국가적 지원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다.
순경과 경장 양성하는 기관으로 변화 필요
그래도 경찰에 국가부담에 의한 인재양성의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순경 내지 경장의 직급"이다. 현재 통상의 모집방법으로 순경, 경장급의 자질이 다른 부처에 비하여 가장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대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혜택이 아닌 특혜이다. 이는 경찰대학을 군의 사관학교와 동일시한 데에서 잘못 출발한 것이었다.
경찰은 장학재단 아닌 법집행기관
중요한 것은 군의 사명과 경찰의 사명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행정학적 이론이나 대국민적 현실적 이유에서도 경찰대학에 대한 재정적 특혜는 그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설사 경찰대학에 대한 국가적인 경제적 지원의 목적을 경찰발전과 그에 따른 대국민치안서비스 강화라는 포괄적인 차원에서 인정한다고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찰대가 일반대학에서는 교육할 수 없거나 교육하기 힘든 특수분야에 한정되지도 않고(경찰대학 설치학과는 법학과 행정학과 둘임), 전문인으로 양성하는 것이 아닌 일반관리자를 양성한다는 것은, 목적 뿐 아니라 수단 면에서까지도 국가예산집행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경찰은 법 집행기관이지 결코 국가예산에 의하여 운영되는 장학재단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한겨레에도 올렸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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