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정 넘치는 매향리의 일상을 위해" - 3신

폭격 멎은 일요일 오후 매향리의 사람들은 아름다웠다

등록 2000.12.12 16:27수정 2000.12.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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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에 50년 동안 포탄과 기총사격이 쏟아지는 동안, 세월은 이들을 주름진 노인으로 만들었다. 마침 마을잔치가 열려 마을회관에 모여든 노인들이 대책위에서 나눠준 매향리피해 소송 기사를 받아보고 있다.

겨울 매향리의 바닷바람은 칼날 같이 몹시 차가웠다. 그러나 마을회관 안은 훈훈한 주민들의 온기로 가득찼다. 마을잔치에 불쑥 끼어든 이방인(?)들을 이장님과 주민들은 따사롭게 맞아 주시며 소주잔을 권했다.

점심 식사와 소주를 한순배씩 건네면서 마을 이장님과 바로 옆 전 위원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한없이 정겨워 보이는 이들의 얼굴에 매향리의 겨울 한파는 잠시 멈춰서리라.

매향리의 아이들은 신나기만 하다. 폭격이 멎은 일요일 오후 햇살에 놀이를 즐기고 있다. 한번 뛰어 오를 때마다 하늘은 한번 더 낮아진다. 이들이 저녁이 깃들어 집으로 돌아가 어머님 품에서 잠들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미군폭격장의 소음과 폭격기는 바다 건너 원격조종의 나라, 아메리카로 물러갈 수 있을까.

대책위 사무실에서 전 위원장의 막내아들 '국'이 고요하게 잠들었다. 국이가 커서 학교에 들어갈 때 즈음이면 이곳 매향리 폭격장이 완전히 철폐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매향리 아주머니들이 담구어 건네주시는 김치의 새콤한 맛에 초장 찍어 소주 한잔과 마시는 농성 앞바다에서 캔 자연산 굴의 맛이 더욱 좋은 매향리로 기억되는 그날은 올 것이다. 폭격 멎은 일요일 매향리의 일상은 이처럼 정답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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