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직장 선배의 장례식장엘 갔었습니다. 넓은 장례식장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와있더군요. 거의 대부분 회사 사람들이었는데, 그가 속했던 부서내에서 맏형으로 통한다더니 평소 많은 인심을 얻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장례식장에 들어선지 얼마가 지나자 언뜻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세칭 ‘섰다’라고 불리우는 도박판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상가에 가면 으레 보게 되는 낯익은 풍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왠지 신경을 많이 거슬리게 만들더군요.
도박판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의 시뻘개진 표정이라든가, 수북히 쌓인 돈뭉치 등을 통해 보여지는 심심풀이용으로는 보기 힘든 판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개중에는 열을 받은 나머지 수표를 꺼내드는 사람도 있더군요.
도박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문득 과연 그들은 그 자리에 왜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져봤습니다. 회사 일을 마친 뒤라 피곤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찾아와 상가가 썰렁하지 않도록 자리를 지켜주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도박판에 몰입해 있는 그들의 뇌리에는 더 이상 죽은 이에 대한 생각은 깃들어 있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있으되, 사실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언제부턴가 이 땅의 상 당한 집들에선 도박판이 성행을 하고 있습니다. 상가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밤을 새워 도박판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판의 규모도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문상객은 많아도 정작 고인을 추모하는 이는 드물고, 부의금으로 내는 돈보다 도박판에 바치는 돈이 더 많은 코미디 같은 현실이 판을 치고 있죠.
어쩌다 우리의 장례문화가 이렇게 형편없는 꼴로 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자는 도박판이라도 벌이지 않으면 도대체 뭘 하며 밤을 새우라는 말이냐고 반박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그것밖에는 달리 상가에서 할 일이 없는지, 그렇게라도 해서 밤을 새우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인지 궁금합니다.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인 상가에서 앞으로는 좀더 고인에 대한 관심과 얘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절 한번 꾸벅 하고, 돈 봉투 하나 달랑 내놓은뒤 이내 도박판에만 매달려 고인 생각 따위는 아예 하지도 않는 잘못된 장례문화가 앞으로는 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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