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고기 제발 좀 먹어주세요"

<김성훈의 농촌방송1> 산지한우 값 급락세

등록 2000.12.18 15:23수정 2000.12.1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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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고기, 제발 좀 먹어주세요.”

최근 일선 소시장에서는 소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경기 불황이 심화하면서 한우고기 소비가 크게 줄어든 까닭이다.

수도권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경기 오산 소시장. 불과 2년전만해도 오산 소 시장은 장날이면 몰려 나온 수백마리의 한우가 내뿜는 열기로 추운 날씨에도 훈훈함을 더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오산 소시장의 모습은 장날이면 장관을 이루던 예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93년 WTO협정에 따른 쇠고기 시장 완전개방을 불과 보름 남짓 남겨둔 소 시장은 풍경은 마치 철거촌을 연상시키듯 초라하게 보였다. 마침 그날 내리던 눈 조차 힘이 없는 듯 흔들리는 불빛아래 나풀거려 가뜩이나 우중충한 시장 분위기를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오산 소시장은 그 유명세 때문에 낫다는 게 이날 오산 소시장을 찾은 상인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동영상보기 '외면당하는 한우, 먹지 않는다'


"오산 소시장이 이 정도면 지방 소시장은 기력을 다했을 것"이라는 시장 상인들은 시세가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한 농민들이 소를 내놓을 엄두도 못할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불과 보름전만 해도 괜찮았다는 소 값이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더 이상 떨어지면 농민들이 사료값 조차 조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박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볼멘 소리가 전국 소시장 곳곳에서 심심찮게 퍼지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오산 소시장 상인들은 소 값이 급락하기 시작한 것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에도 원인이 있지만 얼마전 TV를 통해 외국의 광우병 논란에 관한 보도가 나가면서 안전성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기우(杞憂)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떨어지는 소 값과 함께 농촌에서 한우를 키우는 농민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쇠고기시장 완전개방. 내년이면 국내 송아지 값의 10%~20%달하는 헐값의 생우(生牛)가 외국으로부터 직수입돼 국내 한우산업의 기반인 한우 송아지 시장이 무너질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외국에서 값싼 송아지가 들어오게 되면 한우 송아지를 생산하거나 키우는 농민들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환율인상과 국내 곡물 값 상승을 빌미로 일부 사료업체들이 내년초쯤 사료값을 4%~7% 인상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 사육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가 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97년 소값 폭락이 본격화하면서 불안을 느낀 소사육 농민들이 너도 나도할 것 없이 송아지를 생산해야 할 암소를 내다 팔기 시작, 한우 생산기반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센터가 내놓은 2000년 12월 축산관측 자료에 따르면 98년 3월 한우 마리수는 276만마리에서 2001년 12월 현재 164만마리로 줄었고, 그중 한우 암소마리수는 112만마리에서 60만마리선으로 줄어들었다.

한우 사육마리수가 줄어듦에 따라 국내 쇠고기 소비구조도 바뀌고 있다. 지난 98년 1월부터 현재까지 국산 쇠고기 소비는 계속해서 줄고 있는 반면 외국산 쇠고기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우 사육마리수 감소는 결국 한우 값을 올리기 보다는 값싼 외국산 쇠고기의 시장점유률만을 높인 셈이다.

한우사육 기반 위축은 곧바로 농촌경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송아지와 소를 팔아 자녀 교육비나 혼례비, 농자재 구입비 등으로 써 왔던 농민들이 소사육을 포기하면서 주된 소득원을 잃어버리게 됐다. 농민들은 돈을 조달하기 위해 농협에서 돈을 더 많이 빌려 썼고 농가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쌓여만 갔다.

농민들이 돈을 갚기 위해 농작물을 평소보다 많이 심다보니 전품목에 걸쳐 공급과잉에 다른 가격폭락 사태가 벌어졌다.

쌀과 함께 우리 농촌경제를 떠받쳐 온 한우산업이 무너지면서 농촌도 함께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소를 키우는 농민들과 소를 거래하는 상인들 모두 소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을 한우고기 소비 위축으로 꼽고 있다. 도시 사람들이 한우고기를 즐겨 찾으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다.

홍영선 수원축협 중매인은 “장날이면 150~200마리 정도가 시장에 나왔으나 소값이 다시 곤두박질 치면서 최근 100마리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보름전 큰소의 경우 34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최근 괜찮은 큰 소(500kg)도 300만원을 받기 힘들다”며 “소비가 안되니까 시장에 나오는 마리수도 줄었다. 당분간 소 값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군에서 살고 있다는 정진철씨는 “시장에 나와봐야 소값은 더 떨어진다. 정육점 업자들이 고기가 팔리지 않는다며 걱정하고 있다. 얼마전 한달에 3마리정도는 팔아 치웠으나 요즘들어 한달에 1마리도 팔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소를 구입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 씨는 “소를 사육하는 농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사료값이라도 좀 낮췄으면 한다”고 안타까와 했다.

홍성재 수원축협 중매인은 “외국의 광우병 사례를 보도하는 방송이 나간 이후 쇠고기 소비가 줄어들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소값 또한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송아지를 사들이는 농민들이 없어 한우 사육기반이 더 위축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산지 소시장의 소값 하락은 곧 바로 소비지 도매시장의 쇠고기 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영상보기 '흔들리는 소 값'


농협중앙회 축산물공판장 이창석 경매사는 “얼마전까지 kg당 1만2,000원~1만3,000원에 거래되던 한우수소 쇠고기 1등급의 경우 최근 kg당 1,000원~1,500원 가량 떨어졌고, 거세를 하지 않은 수소의 경우 kg당 8,500~9,500원으로 이틀전보다 600원가량 떨어졌다”면서 “한우고기 도매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품질이 좋은 쇠고기는 낙폭이 적은 편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한우고기는 낙폭이 매우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우고기 값 하락이 반드시 소비자들의 선택에만 달려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우’라는 커다란 간판을 단 서울 강남지역 갈비집 앞에 수북이 쌓인 아비비피, 몽포트, 엑셀과 같은 수입 쇠고기 포장상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우’라는 간판을 단 갈비집에서 수입 갈비를 명시하고 팔고 있는지는 알아 보지 않았으나 수입갈비를 먹으러 값비싼 갈비집을 찾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다.

한우는 절반가량이나 감소했건만 해마다 한우갈비세트는 줄어들지 모른다. 무슨 이유때문일까. 한우가 줄어들고 있는 틈새로 밀려 들어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해서 농민들과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 거세란? 
수송아지의 성기를 제거함으로써 수소 고기를 인위적으로 연하게 만드는 것으로 한우고기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려되고 있는 방법. 같은 수소일지라도 거세를 했을때 1등급 출현비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 거세가 완전히 정착단계에 들어갔으며 고베비프와 같은 화우고기의 경우 거의 모두 거세를 통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군한우' '하이마블' 등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브랜드 쇠고기 또한 전량 거세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거세란? 
수송아지의 성기를 제거함으로써 수소 고기를 인위적으로 연하게 만드는 것으로 한우고기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려되고 있는 방법. 같은 수소일지라도 거세를 했을때 1등급 출현비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 거세가 완전히 정착단계에 들어갔으며 고베비프와 같은 화우고기의 경우 거의 모두 거세를 통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군한우' '하이마블' 등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브랜드 쇠고기 또한 전량 거세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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