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전격입당 뒷얘기

등록 2000.12.31 00:47수정 2000.12.31 00:55
0
원고료로 응원
민주당 배기선 송영진 송석찬 의원이 30일 전격적으로 자민련에 입당한 것과 관련, 그 배경과 경위를 놓고 뒷얘기가 무성하다.

김중권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본인들의 자발적인 결단이며 사전에 전혀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김영환 대변인도 "나라와 정치를 걱정하는 충정에서 정치생명을 걸고 자발적으로 내린 결단"이라고 발표했다.

본인들도 "예결위 활동을 하면서 거대 야당에 발목이 잡혀 하루살이 국회가 된 상황을 보고 이대로는 안된다고 판단했고, 마침 우리 3명의 예결위 좌석이 나란히 배치돼 자연스럽게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게 됐다"며 자발적인 `살신(殺身)'임을 강조했다.

정세균 기조위원장은 "지난 18일인가 19일쯤 밤에 예결위 회의장에서 배 의원이 장재식 예결위원장과 송석찬 의원이 있는데서 `이럴바에야 자민련에 같이 가자'고 얘기를 꺼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해 정국을 격랑으로 몰고갈 수도 있는 중대사안을 이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특히 최근 며칠간 여권의 움직임을 되짚어보면 민주당과 자민련 지도부 사이에 충분한 논의와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봐야한다는게 중론이다.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이 지난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교섭단체가 반드시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민주당 의원을 자민련에 보내 교섭단체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는 지난 7월26일 국회법 운영위 강행처리에 따른 파행정국 대처방안을 논의하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당시 송석찬 의원은 비장한 어조로 "자민련이 국회운영에 정 필요하면 양자를 줘서라도 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하며, 내가 희생할 용의가 있다"면서 `양자론'을 폈지만, 의원들도 웃음으로 받아넘겼을뿐 현실적인 방안으로 검토됐던 것은 아니었다.

민주당이 실제로 `양자론'을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에서 한나라당의 실력저지로 국회법 개정안의 상정 자체가 무산된데 이어 22일 이만섭 국회의장이 민주당과 자민련의 직권상정 요청을 거부했던 시점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자민련 역시 국회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민주당 의원 3명을 입당시키는 방안을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자민련에 갈 것인지의 문제를 놓고 진통이 있었는데, 당초 거론되던 P의원이 결사적으로 반발하는 바람에 송영진 의원이 선택됐고, 송석찬 의원은 며칠동안 외부와 연락을 끊고 통음을 하며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청권 출신인 다른 의원들과 달리 수도권 출신이자 동교동계인 배기선 의원이 포함된 배경을 놓고, 배 의원이 DJP공조의 완전한 회복과 유지를 위한 `연락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역구(경기 부천원미을) 유권자중 충청출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연말을 결행시기로 잡은 것은 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처리로 임시국회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점과 해를 넘기기 전에 미묘한 사안을 처리함으로써 새해 정국운영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간을 끌수록 자민련 입당을 결심한 의원들이 동요할 우려가 있고, 현실적으로 해를 넘기면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구성해도 1.4분기 국고보조금은 받을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민주당내 충청권 의원들에 대한 이인제 최고위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임을 감안할때 이 최고위원이 송석찬 송영진 의원의 탈당과정에서 어느정도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 언론 빠른 뉴스' 국내외 취재망을 통해 신속 정확한 기사를 제공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입니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