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V베끼기 이제 그만

<만평>자존심 있는 방송을 보고 싶다

등록 2000.12.31 07:06수정 2000.12.3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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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엔 재일교포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 비디오가게가 많다. 도쿄, 오사카, 교토, 고베, 요코하마 등 한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면(특히 유흥가) 어김없이 자리잡고 있다. 대개의 취급물은 거의 한국 공중파방송의 드라마, 쇼 등이며 한국에서 받은 비디오영화도 많다.

그런데 이들 한국 비디오가게가 지난 해부터 한국의 공중파방송들로 부터 제재를 받아 이젠 방송사에 일정액의 로얄티를 지불하고 복사를 떠야 한다. 일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하면 당연하고 남이 하면 불법이라는 잣대를 한국의 공중파방송들이 쓰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무단프로그램 베끼기가 아직도 버젓히 성행한다는 얘기. 얼마전 우연히 한국의 쇼프로비디오를 보다가 "아! 또야?!"란 탄식이 터져버렸다. 여전히 일본의 쇼프로를 하나도 빠짐없이 베끼고 있는 것이다. 서세원 씨가 진행하는 프로였는데, 인기연예인들이 극과 극의 상품을 놓고 눈을 가린 채 알아 맞추는 게임이었다.

가령, 천연광어회와 양식광어회, 그리고 최고급 프랑스 와인과 슈퍼에서 살 수 있는 싸구려 와인의 시음 등. 못맞춘 사람은 점점 의자가 형편없이 바뀌어진다. 그러나 이 프로는 일본의 인기 있는 아사히방송의 <연예인품격체크>란 프로를 그대로 베꼈다.

<연예인품격체크>란 프로그램은 하나의 메인 쇼프로그램으로, 이 게임은 눈을 가린 채 A, B 즉, 10만엔짜리 바이올린 소리와 1억원짜리 바이올린 소리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짜와 가짜를 선택하게 한 뒤,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A나 B방에 들어간다.

그러면 사회자가 정답방으로 찾아가 같이 환호한다. 못맞춘 사람들은 1, 2, 3류순으로 계속 떨어지며, 신발과 의자가 형편없이 바뀐다. 다 못맞추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사람은 3류연예인 보다 못한 촬영할 가치가 없다하여 아예 화면에서 사라지게 만든다.

혹시라도 그 방송사가 로열티를 주고 베꼈을 수도 있다. "일본 방송을 돈주고 사서 방송했습니다라"고 간 크게(?) 이야기할 방송은 없으니 돈만 내고 시청자에겐 알리지 않을 수도 있다. 설령 그렇게 했다고 해도 기획력 없다고 비난받을 마당에, 만일 그런 절차 없이 또 베꼈다면 이제 한국의 방송사들은 표절무감각증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세원의 좋은세상만들기'란 프로도 일본방송 포맷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베끼고는 나중에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는 진짜 코미디 같은 기사도 있었다. 그런 일(즉,프로듀서들에게 표절을 조장 또는 관여)에 관여했다고 가장 의심을 받는 재일한국인(?) 이아무개 감독은 얼마전 자신의 책에서 솔직히 그런 비슷한 일로 먹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웃기는건 다른 책에서 그는 '일본도 이젠 한국의 드라마, 영화를 베끼고 있다'고 써댔다. <위드러브>란 일본의 드라마가 한국의 <접속>이란 영화를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양이나 질적으로 100대1 이상의 차이를 무시하고 일본이 한국을 베꼈다는 것에 감격한다는 게 말이 되나? 하기야 이제껏 그런 비난을 받았으니 반대 상황에 얼마나 신났겠는가마는.

물론 일본이 한국보다 제작비용이 많고 소재에 대한 금기가 적다고는하지만 열악한 환경이라고 표절한다면 한이 없다. 핑계만 늘 뿐이다.
일본에 한번 살아보면 TV 뿐아니라 전분야에 걸쳐 모방과 표절이 성행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데, 방송분야가 심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남의 아이디어 훔치는 일은 이젠 없어져야 한다.

아니면 방송위원이나 심의위원들이 앞으로 24시간 일본방송을 시청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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