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저질렀으니 책임도 져야 한다.

등록 2000.12.31 11:48수정 2000.12.3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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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자민련도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배기선 송석찬 송영진 의원의 민주당 탈당과 자민련 입당을 사전에 전혀 몰랐고 의논한 바도 없으며 세 의원들도 독자적인 행동이라고 하지만 이 말을 곧이 듣는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고 하지만 정당이란 조직속에서 더구나 정치판을 확 바꿔 놓을수도 있는 사건을 의원들 독자적으로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하여튼 민주당은 작심을 한 모양이고 자민련은 오매불망하던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됐으니 소원성취를 한 셈이다.

배기선 의원은 자민련 입당의 변에서 소수 집권당으로서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로 하루살이 국회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으며 지난 예산국회 때도 소수여당의 한계를 절실히 느껴 이번에 민주당을 탈당하고 자민련에 입당을 했다는 것이다.배기선 의원으로서는 할 수 있는 말이고 또한 전혀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민주당으로서는 빛 좋은 개살구 모양으로 말로만 집권여당이지 집권 후 소신대로 해 본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냥 꿀 먹은 벙어리가 될 것이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민주당의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잘 알겠고 이대로 가다가는 어떤 결과가 올는지는 너무나 뻔한 일이라 민주당으로서도 이번 일은 작심을 하고 결행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국민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느냐는 것인데 행위의 선악은 결과가 결정한다는 말도 있고 보면 민주당이 심기일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치를 제대로만 풀어 간다면 부자연스러운 자민련 교섭단체 만들어 주기도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의 딱한 입장을 국민들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꼭 그런 식으로 정치를 해야 하느냐면서 비난을 하는 모양이다. 왜 국회의원을 꿔주면서 까지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성사시켜 주느냐는 것이다. 이유를 모를까. 그렇다면 참 딱한 국민들이다.

그런 식이 아니면 방법이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민주당 사람들은 하소연을 할 것이다.사실 우는 놈도 사연이 있어서 우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 치사한 것은 자민련이다.
국민들이 자민련이란 정당은 17명 정도면 된다고 뽑아 줬으면 그것으로 만족을 해야지 법을 고쳐서라도 교섭단체를 만들어 달라고 이른바 김종필식 몽니를 부려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자기들은 절묘하다고 자찬을 할지 모르나 여당편도 드는 척, 야당편도 드는 척, 이것도 저것도 아닌 척, 그야말로 국민들을 조롱했는데 이번에 민주당의원 꿔다가 교섭단체를 만들어 한을 풀었으니 개과천선을 하고 민주당과 공조를 해서 정치를 제대로 해 가는지 국민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 볼 일이다.

이제 문제는 한나라당이다.민주당의원들의 자민련 입당 소식이 전해지자 한나라당은 벌컥 뒤집히고 간부들은 길길이 뛰고 있다.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니 쿠데타니 하면서 2001년 새해 정초에 있을 대통령과의 만남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고 대변인이 밝혔다.

한나라당의 입장이라면 당연히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만 민주당이 죽을 쑤고 한나라당이 이른바 주도권이라는 것을 계속 잡아 나간다면 정권쟁취는 따 놓은 당상인데 민주당의원의 벼락치기 탈당으로 자민련이 덜컥 교섭단체로 등장을 하니 신경이 곤두설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군소 야당을 흡수하고 정계개편이라도 한다면 집권의 꿈은 아예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다면 이회창 총재의 심기가 당연히 불편할 것이고 아니라면 오히려 비정상이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이란 팔 걷어 부치고 민주당과 사생결단 한판 붙는 것이다.

다시 부산역 광장으로 달려 가 정계개편 결사반대 외치고 대구에 가서는 나라경제 다 죽어 가는데 정계개편 왜 말이냐 떠들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먼저 한나라당이 생각해야 할 것은 오늘의 사태가 빚어진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겸허하게 한번 돌이켜 보는 것이다.

4.13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된 것이야 그들로서는 얼마나 축복을 받은 일이랴.민주당은 지역감정에 빌붙어서 다수당이 되었다고 비난을 하지만 그것이야 사람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것이고 어쨌던 다수당이 됐다는 것은 차기 정권을 차지할 수 있는 위치에 한걸음 가까이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바로 그 때, 그러니까 국회개원 초창기에 한나라당이 잘 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국무총리 인준 때부터 길을 잘못 들어서더니 그야말로 국민이 보기에도 사사건건 트집이었다.한나라당이야 그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을 해야 한다.민주당이 잘했다고 두둔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다수당인 야당이라면 다음의 집권당답게 넉넉한 정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못했기 때문에 이회창 총재의 속 좁다는 소문이 정설로 굳어지지 않았는가.남에게 베푸는 집안에는 경사가 있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결국 오늘의 사태에 대해서 한나라당은 열이 나겠지만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미에서 반성도 함께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아주 우습게 아는 모양이다.그래서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러 놓고 구국의 결단이라고 한다. 민주주의를 말살한 5.16 쿠데타도 구국의 결단이었고 3당 야합도 구국의 결단이며 12,12도 구국의 결단이었다.

그러나 나라를 제대로 구한 결단은 하나도 없었다는 생각이다.이번 민주당의원들이 구국이란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속으로는 분명히 구국의 결단이라고 했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당을 구한 구당의 결단인 것만은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민주당으로서는 지금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는 딱한 처지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이 저렇게 버티고 서서 발목을 잡는다면 십리는 고사하고 오리도 못 갈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더구나 5.6공 세력들이 당의 전면에 등장함으로서 개혁이 물 건너 가는게 아니냐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만 했다.

침몰하는 경제. 떠나는 민심. 그야말로 누란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살리는 어떠한 특단의 조치도 한나라당이 고개만 저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민주당의 입장이다.그러니 마지막 카드를 던진 셈이다.


이제 민주당으로서는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자민련과의 공조로 전과는 다른 정치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씨를 뿌리고 이를 거두어 드릴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한나라당 때문이라고 핑계도 댈 수 없으며 모든 책임은 민주당이 저야 하는 것이다. 다음에도 소수여당이라 정치를 잘못했다는 핑계는 국민들이 절대로 용서를 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 때 약속을 했던 것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국가보안법과 부패방지법, 인권법도 분명하게 해야 한다.삼성의 탈세도 법대로 처리해야 하고 한나라당이 늘 시비를 걸고 국민들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편중 인사라는 것도 오해의 소지를 없도록 투명하게 해야 한다.

자민련도 민주당의 덕으로 한을 풀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욕을 먹지 않는가. 장관자리나 몇 개 달라고 턱을 괴고 김대중대통령을 해바라기처럼 처다 볼 것이 아니라 교섭단체를 가진 정당답게 의연하게 국정에 임해야 한다.

인간이 모두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완벽할 수 있는가.그러나 사람은 사람다운 처신을 해야 사람 대접을 받는다.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정치인 스스로 나라의 지도자라고 자임을 할진데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 아닌가.

시정잡배만도 못한 쌍소리가 국회를 더럽히고 자기 몫만 챙기는 예산 나눠먹기를 국민들이 빤히 아는데 어떻게 존경을 해 달라는 말인가.
국민의 원성이 여의도에 몰리는데 귀가 따갑지도 않단 말인가.
국회의원은 귀머거리인가.

이 해가 간다.다시 새 해가 온다. 민주당의원 탈당으로 새 해의 정치풍향이 예사롭지 않다는 전망이다.그러나 이미 활은 시위를 떠났다. 화살이 국민의 소망이라는 과녁에 정확히 꽂혀야 한다.집권당은 자신들이 벌려 놓은 일을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이 왜 민주당을 미워하겠는가.한나라당도 민주당이 잘못한 반사이익만 챙기지 말고 스스로 노력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새 해에는 제발 정치인들 칭찬 좀 하고 살게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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