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N세대 대표주자가 아닌 꿈 많은 10대 일뿐

<인터뷰> 청소년포탈사이트 idoo의 이준행 군

등록 2000.12.31 11:17수정 2000.12.3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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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세기 한국 사회에 참으로 많은 변화와 사건사고들이 끊이질 않았고 이런 변화 속에서 10대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다면 바로 '두발제한 반대운동'을 들수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10대들이 만드는 10대만의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idoo'가 서 있었다.

이에 기자는 20세기 마지막 10대 관련 인터뷰의 주인공으로 현재 'idoo'의 웹마이자 실질적인 리더(!)라 할 수 있는 이준행 군을 택했고 icq를 통해 약 1시간여에 걸쳐 인터뷰를 나눌 수 있었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소개문을 특별히 꾸밀 것 까진 없구요. 그냥 이준행이라고 해요."

- 아이두를 처음 만든 소년이라고 신문에서 소개하는데 구체적으로 아이두를 처음 만들 것을 결심(?)한 것은 언제이고 처음 완성하여 문을 연 날짜는?

"언제라고 딱 잡아 말하기가 어려운데, idoo를 생각한 건 오래 전부터였어요. 99년 2월쯤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다가, 중학교 3학년때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펑펑 놀 때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이름도 짓고 사이트 컨셉도 잡고 하면서 99년 12월 24일에 정식으로 오픈 했어요."

- 구체적으로 아이두내에서 준행군의 역할은?
"webmaster 를 맡고 있어요. 사이트전체 구도를 잡고 디자인 분위기를 맞추고 idoo 에 참여하고 싶은 친구들을 적응시키고, 외부 언론 홍보를 맡는다던가 하는 잡다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 최근 아이두가 업데이트가 지연되고 제대로 운영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이유는?
"여러가지 새로운 페이지들을 만들고, 운영진들도 막 바뀌면서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어요. 지금 idoo 가 오픈 된 지 1주년이 되었는데 이전의 idoo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페이지가 만들어지겠죠."

- 운영진간에 갈등이 있다는 풍문이 있는데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이유는?
"idoo 라는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그리 평범한 일은 아니잖아요. 학업에 열중해야할 아이들이 학업에 반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한다고 나섰으니 생기는 문제점들이 한두 건이 아니에요.

학교의 반발도 있고, 부모님들의 항의도 있고. 그러면서 지쳐가는 친구들도 있고. idoo 를 1년동안 이끌어 오면서 막상 운영진들은 희망을 찾지 못했죠. 대학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걱정. 그게 원인이었을 것 같아요."

- 위의 일들로 인한 지금의 심정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지?
"별로 개의치 않아요. 나가더라도. 그래도 idoo 에서 무언가를 해보고싶어하는 아이들끼리 다시 뭉쳐서 지금 만들고 있으니까요. 조금 힘든게 있었다면. 그런 상황속에서 아이들을 지탱해주어야 했을 제가 저 스스로가 휘청거렸던거죠.

idoo를 운영하면서 여러가지 힘든 점이 많아요. 10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라는 뻔한 장사를 어른들이랑 같이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죠. 서버를 무상으로 지원해주던 두루넷쪽에서 수익을 창출해낼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래도 각자가 이제까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는 있는 것 같고."

처음에는 약간 어색했던 인터뷰도 시간이 흐르면서 곧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기자는 과연 이준행 군이 아이두라는 사이트를 만들기까지의 실력을 쌓기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처음 웹쪽에 관심을 가지게된 계기는? 그리고 그분야의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음.. 99년 1월 1일-새벽 타종식 시작하던 때에- 친구랑 같이 채팅하다가 초등학생이 만든 홈페이지를 봤는데, 장난 아니게 이쁘게 만들었더라구요. 거기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했어요 .정보올림피야드 98년에 금상탔던 지만이란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랑 같이 웹쪽 공부해보자 해가지고 새해부터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배우기 시작했죠."

- 독학이란 말인가요? 아니면 학원을 다녔나요?
"새해부터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배우기 시작했죠. 같이 학원은 안 다녔구. 학원다닐만한 집도 아니고."

- 준행 군처럼 컴퓨터쪽으로의 대성(?)을 꿈꾸는 아이들이 요즘 많거든요, 그들에게 선배(!)로써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선배같진 않구요. 컴퓨터쪽으로 대성하는 걸 꿈꾸는 것도 아니에요.대학은 문과쪽으로 가려고 하고 있구 지금 컴퓨터는 그냥 수단일 뿐이고. idoo 는 각자의 웹 작업들과 커뮤니티의 집합체니까 그들의 선배가 될수는 없을 거에요. 아직 한참 배워야할 거구. 그래서 뭐라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네요."

컴퓨터를 하면서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는 문과쪽의 진로를 꿈꾼다는 준행 군. 얼핏듣기에는 너무 엉뚱한(!) 발상인 것 같았지만 조금더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도리어 기자의 사고방식이 일률적으로 굳어버린건 아닌가 라는 부끄러움 마져 들었다.

- 의외인데요? 웹쪽은 엄연히 보자면 이과인데 문과를 꿈꾼다면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웹쪽은 이과가 아니에요. 다들 그렇게 생각할 뿐이지만. 컴퓨터나 웹을 무조건 이과로 보는 건 잘못된 것 같아요. 웹이라는 공간 상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문명이 생기고, 인맥이 생기고, 여론이 형성되면서두발제한 반대서명운동? 성수여중? 뭐 그런 것도 생기구. 그런 건 사회학쪽-개념이거든요.

기술적인것도 배워야겠지만 그건 저한테는 수단적인 것일 뿐이고. 사실은 idoo 내에서 어떤 식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어떻게 아이들이 필요한걸 만드는지. 저는 그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 그렇다면 어른이 되어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아직 장래에 대한 계획을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웹쪽에서 계속 활동하겠죠?"

- 그렇다면 계속 웹마스터를 하고 싶으시다는 건가요?
"네."

- 제가 보기에 웹마스터랑 문과는 좀 거리가 먼 것 같은데요?
"꼭 뭐 구별할 필요는 없잖아요. 학교 안 다니면서 웹에서 뛰는 사람들은 어떡하겠어요."

- 하지만 되도록이면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와 관련된 학과로 대학을 간다면 좀더 열심히 그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고등학교에서 웹마스터와 관련된 내용을 배우진 못할 거라 봐요. 못하고 있고. idoo 운영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학교 밖 세상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업체 분들을 만나면서 이것저것 배우는 게 더 도움이 됐어요. 학교는 배우고 싶은 건 배울 뿐이지 대학을 위해 장래를 위해 자신이 배울 내용을 뜯어고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전 그렇게 하고 싶고."

그렇다면 과연 그가 idoo를 운영하면서 좋은 일만 있었을까? 결코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그가 느낀 솔직한 심정들을 들으면서 언뜻 보기에는 재미있고 좋기만 할 것 같은 그의 활동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과 세상을 자신들의 기준으로만 바라보는 답답한 어른들에 대한 답답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 그렇다면 다시 사적인 이야기로 돌아가서 idoo활동 등에 대해서 부모님이나 학교측에서 반대나 그만두라는 권고를 받은 적은 없나요? 또 그럴때의 심정은? 또 하고픈 말은?

"글쎄요 한두 번 받은 게 아니었어요. 왜 이런 걸 하느냐. 이런 거 해가지고 도움이 되느냐. 괜히 다른 친구들 분위기 흐뜨러트리지 마라. 사람들이 보는 시선들이 얼마나 꽉 막혀 있는지를 처절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아마 정통부에서 청소년 최우수 권장사이트인가 선정되서 상 받을 때엔 여기저기서 '활동적인 N세대의 대표'랍시고 떠들어 댔지만 두발제한 반대서명운동 시작해서 서명인이 수십만 명 넘어갔더니 바로 '양아치 집단'들로 매도되기 시작됬죠.

조선일보 모 논단과 전자신문 모 기고에서 '교육부에서 하루속히 처벌하도록' 이 따위 기사들도 나가고. 웃기죠. 글쎄 그분들에 대한 질타는 두발제한 반대서명운동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속 지적했으니 뭐라고 할말은 없지만 우리가 하는 것들이 idoo 안에 있는 청소년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인데 졸지에 그런 목소리를 대표하는 것처럼 매도 되서.

어떤 교사분에게는 그런 메일도 받았어요. 이제까지 청소년 여론은 오직 학교에서만 존재했던 만큼 교사들의 통제가 가능하지만 그런 여론들이 학교 밖 그리고 사이버공간으로 넘어갈 경우 통제가 안 된다. 건전한 청소년 문화를 선도해라. 적어도 이 사회속에서 건전이라고 형상화 시킬수 있는 것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는 idoo 너네 가잘 알 거다."

- 이런걸 실례지만 인터뷰할 때마다 빠짐없이 묻곤 하는건데, 학교성적은 어느 정도? 상중하로 나누어서.
"원래는 하인데. 요번에 장난 아니게 공부해서 상인가? 올랐어요.

- 앞으로 idoo말고 다른 일을 할 계획이 있나요? 또 아이두의 전면적인 개편이 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주세요.
"앞으로 다른일을 할 계획은 아직 없고요.그동안 소홀했던 공부도 하구. 친구들두 많이 만나구. 이젠 좀 재미있게 지낼려고요. 맨날 컴퓨터 앞에만 있지말구. idoo 는 그동안 10대 커뮤니티 사이트라고 해놓고 여론형성만 했었으니까요.

이제는 여러가지 재미 있는 내용들을 점점 늘려야겠죠. 웹검색이라든가. 인터넷 방송이라든가. 웹진이라든가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계속 만들 거에요. 그러면서 3월달쯤엔.japanidoo 도 만들어 볼 계획이에요.

idoo 와 같은 성격의 사이트들이 일본엔 많아요. 개인홈페이지라서 좀 질이 안 좋을 뿐이지 그쪽 아이들도 좋아하고. 외국 아이들과 공존할 수 있으니깐 한국에 있는 아이들도 좋아할테고. 여러가지 꿈꾸고 있는 건 많이 있어요."

- 그렇다면 한일어 자동번역프로그램 등이 있어야 한국 청소년들과 일본 청소년들의 본격적인 교류가 가능할텐데. 그런 계획도 가지고 있나요? 또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는지?
"네 . 좀 전에도 말했지만 내년 3월쯤엔 구체화시킬 거에요. 아이들 개학하면서."

- 아이디를 rainygirl이라고 붙인 이유가 뭐죠?
"사연이 있는 거에요. 비에 젖어있는 소녀. 중학교 2학년 때 비오던 날에 버스정류장을 항상 지나쳤던 누구누구누구--(이 뒷이야기는 사적인 애정비화(?)임으로 생략합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의 모든 독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또 인터뷰 소감은?
"음.10대들이 만드는 10대 커뮤니티 idoo 많이많이 들려 주세요. 횡설수설 내용만 말한 거 같아서 죄송해요. 어렵네요."

- 진짜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게 새해인사 한마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1년에는 지난 해처럼 온갖 시끄러운 사건들 없이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꿈을 잊지 않는 소년. 어쩌면 그 동안 언론에 의해 필요이상 과대 포장되어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인간으로 여겨질 수도 있던 그와의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는 어른들이 말하는 'N세대의 기수'도 아니요 '양아치도 아닌 단지 꿈 많고 건강한 그리고 실력있는 우리주변의 평범한 한 예비 고1임을 기자는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한국을 떠나 전세계의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꿈꾸는 그의 발걸음이 다가오는 새해에는 조금더 가벼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다가오는 21세기는 그와 같은 꿈 많은 10대들이 좀더 편한 환경에서 자신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런 시대가 되기 역시 고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모든 독자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기사가 제 지난 1년간의 기자활동에 마침표를 찍는 기사가 되는 것 같군요. 그동안 제 기사를 읽어주시고 배너클릭(!)해 주시고 의견 남겨주신(!)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꾸벅~)
새해에는 더 좋은 더 알찬 그리고 더 조리있는 기사로써 여러분을 찾아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시구 알찬 새해맞이 하시셥..^^
everybody happy new year..^^*
그럼 이만~~
휘리릭~~
-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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