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스런 이인제씨의 '아버지론'

사라져야할 유산에 기대는 '젊은정치'

등록 2001.01.03 13:09수정 2001.01.0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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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이 새해 첫날부터 전직대통령 '아버지'들을 순례했다. 국립현충원을 찾아서 이승만 전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고는 방명록에 '건국의 父'라고 적고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묘소에서는 '근대화의 父'라고 적었다고 한다. 그는 '정치적 아버지'라고 불러온 김영삼전대통령의 자택을 찾아서는 큰절까지 올렸다고 한다.

부자간의 관계란 것은 무엇인가? 혈연으로 맺어진 천륜의 관계이다. 서로가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고 보호하며 감싸주는 사이가 부모자식지간이 아닌가? 아버지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죄인이라도 세상사람들이 던지는 돌을 대신 맞아가며 감쌀 수 있는 사람도 자식밖에는 없다. 아들이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평가하고 단죄하고 검증할 수는 없다.

밖에서 손가락질 받는 범죄자, 무능력자도 집에는 그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자식이 있는 법이다. 자신을 낳아주고 아껴주는 아버지니까.

이 최고위원이 민주당내 유력한 차기대권후보로 여러 여론조사에서 꼽히고 있는 인물인 것을 생각할 때 이러한 아버지론은 상당히 실망스럽고 걱정스럽다.

이 최고위원이 정녕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대통령을 아버지로 생각한다면 이미 우리 근대사의 올바른 평가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자식에 의해 아버지가 올바른 평가가 될 수 있겠는가? 무조건적인 추종과 정서적 동감이 있을 뿐이다.

이 최고위원의 '아버지'론이 자신의 은연 중의 소신인지, 정치적 세불리기의 일환인지는 알수 없지만 어느 경우이든 문제가 아닐까? 독재와 부정선거 끝에 4.19의거로 쫓겨난 이승만 전대통령, 인권탄압과 장기독재 끝에 술판에서 부하의 총탄에 희생된 박정희 전대통령, IMF를 불러온 실패한 대통령으로 퇴임 후에는 잇단 독설과 기행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김영삼 전대통령의 대를 이을 자식(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라고 본다. 다만 좋은 점, 즉 과가 아닌 공을 본받겠다는 소신일 것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일부 공이 있다고, 공과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현재에, 그런 사람들을 아버지라고 여긴다면 이 최고위원은 정치지도자로서의 역사의식과 객관성은 많은 부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반사적으로 과거를 미화하고 추억하는 일부 국민들의 정서를 이용한 정치적 제스추어, 지역감정에의 영합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이러한 정치행태는 이제 사라져야만 하는 '아버지'들의 유산이 아닌가? 젊은 지도자, 구태정치의 청산을 외치던 이 최고위원이 과거의 '아버지'들의, 그 추종자들의 정서에 기대려는 구태를 보이는 것은 현재의 어지러운 정치판에 희망이 아닌 그림자를 더하고 있다.


과거의 유산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엄정한 평가와 잘잘못을 따지고 난 다음에야 현재의 우리에게 교훈과 깨달음을 줄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대한 잘못된 평가, 왜곡이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는 우리의 굴절된 근대사와 일본의 역사조작 등에서 볼 수 있다.

박정희기념관건립 국고보조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과거의 잘못된 유산을 철저히 청산하고 진정한 21세기의 새시대를 열어갈 정치지도자를, 그런 정치지도자를 선택하는 국민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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