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시의원들 공무원 감싸기 작태, 문제제기 의원 압력도
지난해 11월 30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청에서는 공무원과 시의원 사이에 신경전이 오고 갔다. 고양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이어 12월 14일 고양시 의회 상임위 도시건설위에서도 이와 유사한 풍경이 또 한차례 벌어졌다. 이번에는 공무원과 의원 간이 아닌 의원과 의원간의 신경전이었다.
고양시 도시주택과 조모 과장이 고양시 동산동 소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을 문서에 적시하는 과정에서 단어선택 쟁탈전이 벌어졌던 것이다. 내용을 가볍게 하자는 쪽과 원래대로 문구를 적시하자는 쪽간의 대립이었다.
즉 공무원의 골프출장을 두고 온정론을 펴는 쪽과 원칙론을 펴는 쪽이 맞서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대세는 온정론으로 기울었다. 강경론을 주장한 사람은 단 한 명. 이 문제를 애초 거론했던 강태희 의원 혼자였다. 나머지는 거의 온건론을 주장하고 있었으므로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뻔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30일 고양시 덕양구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였다.
이날 강태희 의원은 경기도 고양시 동산동 소재 사회복지 시설인 '신애원'의 증축이 공무원의 과실로 인해 불법화 된 과정을 추궁하고 추가로 담당 과장이 골프출장을 갔다는 사실을 행정사무감사에서 폭로한 것이다. 신애원 원장과 골프장 대표는 부자 사이. 조 과장은 골프장에서 수회에 걸쳐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99년 10월에 처음 가서 골프를 쳤고 마지막으로 친 것은 작년 5월입니다. 몇 회에 걸쳐 골프를 쳤는지는 자세하게 기억나지 않아요."
문제의 당사자인 조 과장의 말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골프장 관계자의 말과 전혀 다르다. 조 과장이 처음 골프장을 찾은 것은 98년. 그가 덕양구청으로 발령을 받은 것은 98년 11월 1일이다.
"처음 골프장을 온 게 98년입니다. 담당 계장하고 같이 왔는데 인사차 왔다더군요.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골프를 처음 치기 시작한 건 씨랜드사건이 나기 전이었습니다."
또 그때 처음 골프를 쳐보았다는 조과장의 말과 달리 골프장 관계자는 치는 모습이 전혀 초보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실제 조 과장은 행정사무감사에서 골프경력이 있음을 인정했다.
조과장은 행정사무감사에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골프를 친 시간이 공무 중 이루어진 점과 신애원의 증축물이 관련법규의 숙지 부족으로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공무원과 민원인 사이의 이해관계가 각종 구조적인 폐악을 불러온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조 과장의 골프출장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당시 골프장은 신애원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이고 신애원은 불법증축 문제로 구청으로부터 계고장을 받는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이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조 과장이 같은 부서 계장과 같이 온 적이 있습니다. 사장님이 없어 조 과장은 담당자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이었고 우연히 길에서 저와 마주쳤습니다. 아마 두 번째 헛걸음이었을 겁니다. 그날 그러더군요. '손좀 봐야겠다'라고요. 돌아와서 그 말을 사장님에게 했더니 화를 내시면서 다음에 와서 골프를 치면 사진을 찍어두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 조 과장이 골프를 치러왔습니다. 그때 사진을 찍은 사람이 우리 운전기사인데 그날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찍어놨더라구요. 사진 찍는 걸 저희도 몰랐습니다."
골프장 한 전무의 말이다.
그날이 10월 18일 오후 3시. 조 과장이 출장을 간 날짜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조 과장의 골프출장과 관련해 시의회 의원들이 온정론을 펴는 이유가 바로 이 사진 촬영이다. 의도적으로 함정을 파놓고 보복을 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골프장 측의 설명을 보면 즉흥적인 감정 때문이었다는 게 거의 확실하다.
상임위 현장에서 고오환 의원이 기자에게 다가와 이 문제는 골프장의 함정이고 보복이라고 말한 대목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시의원들의 시각이 어떤 지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나 골프장 측이 말한 "손좀 봐야겠다"라는 말은 전혀 한 적이 없다는 게 조 과장의 설명이다. "공무원이 할 일이 없어서 그런 협박을 했겠냐"는 것이다.
골프장 쪽을 자극한 사례는 또 있다. 덕양구청이 그린벨트내 사회복지시설의 증축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관계법규를 알고 난 뒤였다. 이 문제 때문에 50여명의 고아들이 있는 신애원은 폐쇄위기에 까지 내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과장은 같은 부서 계장과 이 문제와 관련해 사과를 하러 골프장을 찾았다. 그가 만난 사람은 한모 사장. 이 장면을 밖에서 한 전무가 지켜보고 있었다.
"사과를 하러 왔다고는 하지만 인간적으로 사과를 하러 온 사람 같지가 않았습니다. 사장님이 몹시 불쾌해 하셨어요. 그날 조 과장은 '온김에 골프나 치고 가야겠다'며 골프를 쳤습니다."
골프장 관계자의 말이다. 또 조 과장이 골프를 치면서 돈을 지불하겠다는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때가 5월, 마지막 골프였다.
결국 이번 공무원의 골프출장은 공무원과 민원인 사이의 이해관계가 겹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조 과장은 신애원의 불법 증축물과 관련된 담당 부서의 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돈내고 골프를 치라고 요구할 배짱 있는 민원인은 거의 없다.
골프장은 신애원에 1년 2억 6000만원씩 사회복지비를 지출하는 불가분의 관계고, 문제는 이를 알고도 골프를 친 관련 공무원의 행동이다. 바로 이 대목이 지탄의 대상이 된다. 또 관련법규을 제대로 숙지하지도 않은 채 행정을 편 담당 공무원의 실수가 민원인에게 엄청난 고통을 불렀다는 것, 이것이 우리나라 행정의 현주소다.
고양시의회 도시건설위 작태 이모저모
지난해 12월 14일 고양시 의회 상임위 행정사무감사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공무원 골프출장과 관련해 벌어진 시의원의 단어쟁탈전은 신경전으로 일관됐다. 문제제기를 한 강태희 의원을 상대로 거의 모든 의원이 공격을 하고 있는 형국이었고 중간에 강태희 의원은 '더이상 문제 삼으면 퇴장하겠다'고 나서 분위기가 격앙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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