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베이비 57> "음, 그건 아빠 고추야~아!"

등록 2001.01.04 11:34수정 2002.01.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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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데, 아이들 침실 겸 놀이방에서 놀고 있던 둘째 바다가 뽀르르 달려오더니 내 무릎에 안긴다. 그러더니 이내 내 다리를 짚고 "잉차 잉차"하며 기어오른다. 내 무릎에 앉아 같이 TV를 보고 싶어진 모양이다.

그런데 그렇게 내 다리를 잡고 "잉차 잉차"하며 기어오르던 둘째 바다가 어느 한 순간 "오잉?"하는 괴상한 의문성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릎에 앉기 위해 다리를 짚고 기어오르던 중 우연히 내 남자의 상징(?)을 붙잡은 까닭이다. 아마도 자신에게는 없는 것이 아빠에게 있다는 게 좀 낯설게 느껴진 듯하다.


난생 처음 남자의 상징을 접한 둘째 바다는 이내 아이 특유의 왕성한 호기심에 불탄다. 내 무릎에 앉아 TV를 보려던 생각도 까마득히 잊은 채 난생 처음 보는 물건(?)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호기심에 불타는 눈으로 둘째 바다가 "아빠! 이게 모야?"하고 내 남자의 상징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질문공세를 퍼붓는 사이, 옆에서 TV 삼매경에 빠져 있느라 뒤늦게야 상황을 알아차린 집사람은 박장대소에 포복절도를 곁들이며 데굴데굴 구른다. 내게는 참으로 기가 막히고 난처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 집사람에겐 매우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이 조그만 녀석이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렇게 엉큼(?)한 거야?"
어쩌고 하며 투덜대던 나도 결국은 웃고야 만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러는 것을 달리 어쩌겠는가 하는 일종의 체념이다.

자신의 질문에 대해 내가 즉각 대답을 해주지 않자 둘째 바다는 계속해서 내 남자의 상징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아빠! 이게 모야? 아빠! 이게 모야?"하고 질문을 거듭한다. 대답을 안 해줬다간 저녁 내내 매달려 있을 기세다.

대답을 안 할 수도, 거짓말을 할 수도 없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한참을 고심하던 끝에 나는 마침내 "바다야! 음, 그거~언 아빠 고추야~아!"하고 궁색(?)한 답변을 한다. 그 이상 뭐라고 적절히 표현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다.


그리고 나서 "고추가 뭐야?" 내지는 "바다는 왜 없어" 따위 후속 질문 공세에 어떻게 답하나 하고 다시 고민에 빠져드는데, 그러나 다행히도 둘째 바다는 그 정도 대답으로 만족을 한 모양이다. 대답을 들음과 동시에 냉큼 저희들 방으로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아 뛰어가 버리는 것을 보면.

하기사 성에 대해 뭘 알고서 질문을 한 것도 아닌 바에야 그것이 무엇인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따위는 아마도 처음부터 관심밖이었으리라. 그러니 그것이 무엇이 됐건간에 이름을 알게 된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진땀을 흘려가며 머리에 쥐가 나도록 생각을 굴려 내가 이렇게 간신히 둘째 바다의 난처한 질문 공세를 빠져나오는 동안, 집사람은 옆에서 계속 키득거리며 마치 재미난 구경거리를 만났다는 듯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희희낙락이다. 그리고 나중엔 은근히 아이를 충동질해 둘째 바다로 하여금 좀더 집요하게 내 남자의 상징에 매달리도록 만들기까지 한다. 아마 즐기는(?) 김에 확실히 즐기자는 심보인 모양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된 뒤 둘째 바다가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아 저희들 방으로 물러나자, 집사람은 이제까지의 웃음을 거두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 이제 아이들 성교육 준비해야 되는 거 아냐?"하고 묻는다. "이제 겨우 31개월짜리 아기인데 성교육은 무슨…"하고 그 성급함에 대해 내가 복수하는 심정으로 퉁을 놓자, 집사람은 "그래도 벌써 네살이나 됐는데?"하며 아이들을 더 이상 아기로 봐선 안되지 않겠느냐고 항변한다.

그러고 보니 새해로 접어들면서 실제 연령이야 어떻건간에 벌써 우리 아이들도 네 살이 됐다.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나 싶다. 네 살이라는 나이로만 따진다면 확실히 아기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이제부터는 아기로만 생각해 온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인식을 좀 바꿔야 할까 보다. 내년 혹은 내후년 정도면 병아리 깃털 같은 노란색 옷을 입고 유치원에 다니게 될 아이들을 아직까지도 아기로만 보는 건 아무래도 부모의 욕심내지는 편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성교육이 어쩌고 아기가 저쩌고 하며, 집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잠시 저희들 방으로 물러갔던 둘째 바다는 간간히 기습적으로 달려와서는 내 남자의 상징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아빠! 이게 모야? 아빠! 이게 모야?"를 반복한다. 여자들 틈새에서 그네들이 갖고 있지 않은 남자로서의 무엇인가를 갖고 산다는 건, 어째 앞으로도 두고두고 피곤한 일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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