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본관련서적이 예나 지금이나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 당장 일본관련 책만 검색해도 1000여 종의 다양한 책이 나올 정도.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이라는 이웃국가는 과거사와 연계되면서 절대 무관심의 영역일 수가 없다. 더구나 요즘은 가히 일본 붐이라 할 만큼 일본어학원은 만원이고, 해마다 유학생들도 증가 추세다.
논문형 보고서도 있고 ,언론인이 쓴 취재일기같은 책도 있고, 가벼운 체험기, 여행기도 많다. 이를테면 비판적 시각에서 쓴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를 비롯, 착실한 역사보고서라 할 만한 서현섭의 <일본은 있다>, 그리고 일본통이라 불릴 김용운 교수의 <문화로 배우는 이야기일본어>, 그리고 르포라이터 유재순의 <일본여자를 말한다> 등 서점에 일본관련 코너가 설치될 만도 하다.
나는 3년째 일본에 유학하면서, 일본에 관한 갈증을 푸는 책은 다음에서 언급되는 단 두 권이 텍스트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1940년대 루스베네딕트<1887-1948>가 쓴 <국화와칼, 을유문화사>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이어령 교수가 쓴 <축소지향의 일본인, 갑인출판사>이다. 두 권 다 쓰여진 지가 50년 또는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본을 읽는데 유효하다고 본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일본에 관한 한 경험이 아예 없거나 (루스베네딕트 여사는 단 한번도 일본을 방문하지 않았다) 짧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 오래 산다고 해서 그 책이 꼭 훌륭하거나 제대로 쓰여졌다고 보는 건 오류일 수도 있다. 오히려 눌러살다 보면 객관적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는 것이다.
먼저 <국화와칼>은 기본적으로 태평양전쟁의시대 말기, 미국무부의 위촉으로 쓰여진 인류학자의 책으로, 저자는 국화와 칼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통해 일본의 상반되면서도 오리무중인 일본, 일본인론을 파헤치고 있다.
'미국이 싸운 적 적 중에서 가장 낯선 적'을 맞아 싸우는 미국에게는 일본이라는 적의 행동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이 책은 충분치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인은 싸움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얌전하며, 군국주의적인 동시에 탐미적이며, 불손하면서도 예의바르고, 완고하면서도 적응성이 풍부하며, 용감하면서도 겁쟁이며,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즐겨 받아들이는" 일본인들을 미국 내 일본인 인터뷰 및 각종자료 등을 통해 파헤치고 있다. 비록 좀 딱딱하긴 해도 오늘의 일본을 읽는 데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어령교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론은 발간되자마자 그 동안 세계에 대고 동양의 독특한 고유문화라고 자랑하던 일본문화가 사실은 중국,한국과 연계된 것이며, 서구만 바라보던 일본 국내 학자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준 책이다. 당연히 베스트셀러로 6개월만에 일본에서 20판을 찍어냈다고 한다. 가히 <이어령 선풍>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책에 대한 각종 서평제목만 봐도 일본인들이 받아들인 충격의 정도를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당당한 일본론, 학문적 깊이를 지닌 일본론, 서구에 치우친 문화론에 대한 반성,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는 일본인론'등 등...
저자는 "작은것이 아름답다"라는 일본인 고유의 사상에서 한국문화와 각종 자료를 분석하며, 일본문화와 일본인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명쾌한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들도 무릎을 탁치게 만든다.
특히, 저자가 이책을 탈고하고 본인의 표현대로 "다 사위어 버린 숯덩어리"같다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은 책이다. 더구나 일제시대, 일본인 선생에게 교육을 받으며 키워진 <반감>도 작용했다고 한다.
끝으로 "일본은 <축소>로 가면 잘 되고, 지나치게 잘 될 때 <확대>로 가면 파멸의 씨앗이 싹튼다"라는 저자의 경고는 날로 보수화 되는 일본에게 있어 아직 유효한 경고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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