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베이비 58> 가재는 게편이요, 정말 못 믿을 건 여자

등록 2001.01.08 11:36수정 2002.01.0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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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하늘아 바다야! 아빠가 엄마 때렸어~어. 잉잉..."

무슨 얘기 끝엔가 서로 투닥거리며 장난을 치던 중, 상황이 다소 불리해지자 집사람은 대뜸 거짓비명을 내지르며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프지도 않으면서 잔뜩 엄살을 떠는 폼이,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정말 내가 두들겨 패기라도 한 줄 알기 딱 알맞은 상황이다.


집사람이 거짓비명을 내지르며 이렇게 맞았다고 읍소(?)를 하자, 한창 저희들만의 놀이에 열중해 있던 아이들은 뽀르르 달려와 보디가드처럼 재빨리 제 엄마를 에워싼다. 그러면서 나를 째려본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한편 기가 차면서 뭔가 억울한 느낌이다.

좀 과격(?)한 장난을 좋아하는 집사람은 내가 집에 있을 때면 종종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꾹꾹 찌르거나 틈만 나면 앙앙거리며 이빨을 드러내 팔을 무는 등 도발을 감행해 오곤 하고,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 나는 그럴 때면 예외없이 이자까지 듬뿍 얹어 반격을 가하곤 하는데, 종전엔 막판에 힘이 딸린다거나 하면 순순히 항복을 하더니만 요즘 들어서는 치사하게 거짓비명을 요란하게 내지르며 아이들을 끌어들이기 일쑤다.

거짓비명에 힘입어 아이들이 전격 가세해 옴으로써 불리해진 국면을 수습한 집사람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반격에 나선다. "아빠를 향해 공~겨~억!" 어쩌고 하며 신바람을 내는 게 마치 천군만마라도 얻었다는 듯 의기양양하기 그지없다.

집사람의 공격명령이 떨어지자 그때까지 제 엄마를 에워싼 채 나를 째려보면서 간간이 "아빠 나빠", "아빠 떼찌" 어쩌고 하며 적의(?)를 불사르던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나를 향해 돌진해 온다. 졸지에 나쁜 아빠 겸 폭력 남편으로 몰려 세 여자의 공격에 직면한 나는 순간 난감해진다. 억울한 심정으로만 친다면야 세 여자 모두를 일격필살 초전박살의 전술로 단호히 응징해야 마땅할 것이지만, 정면으로 맞대응해 싸움(?)을 벌였다가는 자칫 아이들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특히나 과거 한 차례 둘째 바다가 집사람과 나 사이의 좀 과격한 장난 틈바구니에서 팔을 다쳐 병원 응급실 신세를 진 뒤론 내 경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아이들이 다치기라도 할까봐 거의 노이로제에 가까운 신경증에 시달려 오고 있는 터라, 아이들을 앞세운 집사람의 공격에 대해 나는 마땅히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잠시 허우적거린다.


그러는 사이 집사람은 "하늘아! 아빠 다리 잡아", "바다야! 아빠 팔 잡아" 어쩌고 신바람을 내며 아이들을 배후조종하는 한편 손가락으로 내 몸통 여기저기를 꾹꾹 찌르는 등 맹반격을 가해온다. 이대로 가다간 얼마 못가 항복을 선언해야 하는 굴욕(?)적인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조차 든다.

이렇게 세 여자의 합공에 밀려 속수무책 당하면서 뭔가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이 없을까 하고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던 끝에 나는 마침내 한 가지 방법을 떠올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방법을 떠올림과 동시에 나는 "아~악, 하늘아 바다야! 엄마가 아빠 때린다. 아빠 여기 팔에 빨갛게 멍든 거 봐! 아~악, 아빠 아파 아파" 어쩌고 하며 잔뜩 엄살을 부린다. 그러면서 이번엔 아빠가 맞았으니까 아빠 편을 들라고 호소한다. 아이들만 내 편으로 만들고 나면 집사람 하나를 상대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웬걸, 아이들은 엄마에게 맞았다는 내 호소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저희들 눈으로 집사람이 나를 때리는(?) 모습도 직접 보았고, 빨갛게 자국이 남은 상흔을 증거로 제시하기까지 했건만, 아이들은 "엄마가 아빠 안 때렸어. 엄마가 아빠 안 때렸어"하며 막무가내로 제 엄마 편만 든다.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아무래도 이 녀석들이 같은 여자라고 상황이야 어떻게 전개되건간에 제 엄마 편만 들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정말 분하고 억울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 무릎에 매달려 온갖 아양과 애교를 떨더니만 순식간에 안면을 바꾸다니, 정말 못믿을 게 여자라는 생각조차 든다.

명백한 증거조차 묵살해 가며 이렇게 일방적으로 엄마 편을 들어버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집사람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희희낙락이다. 어쩌면 앞으로 나와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 장난을 칠 때마다 백전백승할 수 있는 비책을 찾았다고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좀 치사하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닌게 아니라 지금처럼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제 엄마 편만 든다면 앞으론 내게 승산이 거의 없게 됐다.

아무래도 앞으로의 수많은 집사람과의 싸움(?)을 유리한 상황에서 치르기 위해서는 뇌물을 쓰건 뭘 어쩌건간에 아이들부터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까지는 집사람이 도발을 해오더라도 좀 진득하게 참아야 할 모양이다. 에고 에고 내 팔자야 하는 신세 한탄이 목구멍을 간지럽힌다.

어쨌건간에 세 여자 속에서 홀로 남자로서 살아가야 할 나의 앞날이 왠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다시 한번 강하게 머리를 엄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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