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왕조시절, 역모를 꾀한 이들에 대해서는 삼족을 멸하는 무시무시한 형벌을 가하였다. 연좌죄를 적용해 죄없는 가족이라든가 일가 친척까지 모두 극형에 처했다는 점 등에서 원시에 가까운 무지막지한 악법이긴 했지만, 그러나 통치자인 왕의 입장에서 이는 효과만점의 극약처방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사실 절대권자인 왕의 폭정이라든가 잘못에 맞서 용기있는 한 개인이 목숨을 던질 각오로 덤벼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되, 그로 인해 자신의 가족과 일가친척의 생명이 좌우된다면 얘기는 틀려진다.
신념을 위해 절대권력에 맞서 자기 하나를 초개처럼 내던질 수는 있어도, 그런 자신의 행동 하나에 가족과 일가친척의 운명까지를 모두 함께 건다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가 아니고선 엄두도 내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옛날 왕조시절, 역모를 꾀한 이들에 대해서는 삼족을 멸하는 따위 무시무시한 형벌을 가한 왕의 행위는 역모를 억지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는 안기부자금 유용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처음 기세와는 달리 극히 일부 사람에 대해서만 죄를 묻고 처벌을 가하려 드는 모습을 보며, 문득 원시에 가까울 정도로 무지막지했던 옛 역모를 꾀했던 이들에 대한 형벌을 떠올렸다.
과유불급이라고 하긴 했지만, 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너무 관대한 것 또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에서다.
어떤 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형벌을 가하는 목적은 이를 통해 죄값을 치르게 한다는 의미도 있으되, 보다 근본적인 뜻은 따끔한 맛을 보여줌으로써 두번 다시는 그 같은 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한다는데 있다.
그런데 이번 안기부자금 유용 사건과 관련한 최근 검찰의 움직임에서 예견되는 바와 같이 극히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관련자에 대해 죄를 묻지 않는다면, 이는 곧 그들로 하여금 똑 같은 잘못을 다시 또 저지르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가 쉽다.
1천억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를 유용하는 엄청난 죄를 짓고서도 그것이 안기부자금인줄 몰랐다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으니, 이들이 장차 무엇을 두려워 할 것이며, 다시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돈 챙기기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 국민 혈세를 낭비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셈이다.
그것이 안기부자금인 줄 알았건 몰랐건간에 그 돈을 받아 쓴 사람들은 최소한 장물취득죄 정도의 죄는 지은 셈이다.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며, 그들이 유용한 돈은 반드시 국고로 환수해야만 한다.
만일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이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준다거나 할 경우. 국민의 혈세를 엉뚱한 곳에 축내는 류의 흉악한 범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이는 곧 국민과 국가간에 심각한 갈등과 분열을 초래해 국기를 뒤흔들어 버림으로써 이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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