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19:41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하늘아, 바다야! 할아버지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오 한번 해봐.”
설날을 앞두고 우리 집에선 며칠 전부터 특별훈련(?)이 진행중이다. 아이들에게 세배하는 방법을 가르치려는 것이다.
“먼저 차렷 하고 서서, 천천히 무릎을 꿇으면서, 두 손을 바닥에 짚고, 머리를 다소곳하게 수그려야지~이.”
난생 처음 해 보는 것인 만큼 아이들로선 낯설기만 한 세배를 가르치기 위해 집사람과 나는 진땀을 흘린다. 입으로는 연신 세배하는 방법에 대한 이론을 읊조리면서, 손을 부지런히 놀려 각 단계별로 아이들의 세배하는 자세를 가다듬어 준다.
엄마 아빠가 어느날 난데없이 세배라는 것을 가르치려 들자, 아이들은 이를 무슨 새로운 놀이 정도로 생각한 모양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럭저럭 따라는 하되, 걸핏하면 세배를 하다 말고 돌연 옆으로 넘어져 구르거나 개구리 뻗듯 사지를 바닥에 쫙 뻗고 널브러지면서 “까르르 까르르”하고 웃어제키는 등 장난을 치느라고 도무지 자세가 제대로 나오지를 않는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며칠간 틈만 나면 세배하는 연습을 시킨 결과, 이제 아이들은 대략적인 요령을 터득한 듯 자세가 조금씩 잡혀가기 시작하고 있다. 세배를 하다 말고 돌연 옆으로 구르는 일이라든가, 개구리 뻗듯 사지를 쫙 뻗고 바닥에 널브러지는 일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그럭저럭 세배하는 자세는 웬만큼 몸에 익히도록 했는데, 그만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세배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기본 중의 기본인 세배 받을 사람을 향해 세배를 올려야 한다는 걸 소홀히 하고 만 것이다.
처음엔 아이들이 어느덧 이리 자라 세배를 다하게 됐나 하는 대견함에 서툴게나마 비슷하게 흉내 정도는 내는 지경에 이른 세배하는 동작에만 푹 빠져 있었는데, “자, 그럼 아빠한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오 한번 해 볼까?”하고 실전으로 돌입한 순간 ‘아뿔싸!’엉뚱하게도 아이들은 내쪽이 아닌 벽을 향해 세배를 올렸던 것이다.
하기사 세배를 무슨 잠시 엎드렸다가 발딱 일어서는 놀이 정도로 알고 있을 테니, 세배 받을 사람이 어디 있건간에 그런 사소한(?) 문제에 구애를 받을 리가 없다. 아이들은 그저 집사람이나 내 구령에 맞춰 어디를 향해서건 잠깐 엎드렸다가 발딱 일어서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므로.
기본중의 기본을 잊은 덕분에 어제 오늘 집사람과 나는 뒤늦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다시 한번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아직 어리니까 세배가 어디를 향하건간에 부모님이나 다른 모든 이들도 웃고 이해해 주시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올해는 제대로 된 세배를 부모님에게 선물하고 싶다.
“새해#@※~*$^☆…” 어쩌고 서툰 발음으로 흉내만 간신히 내는 새해 인사와 곁들여 아이들이 그 작은 손과 머리를 모아 넙죽 세배를 드렸을 때, 그 대견함에 함박웃음을 한 입 가득 베어무실 부모님의 모습이 보고 싶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배라는 것을 올리게 될 아이들과, 그 첫 세배를 받게 될 부모님, 그리고 역시 아이들의 첫 세배를 받게 될 집사람과 나 등 우리 가족에게 있어 올해 설날은 아마도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특별한 명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