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잊혀지고 있는 '정현준 게이트'

등록 2000.01.31 00:00수정 2001.02.1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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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자금 의혹 사건 등 최근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며, 문득 3개월전 오늘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웬만한 큰 사건이라도 3개월 정도 지나면 사람들의 머리에서 점차 잊혀진다는, 언젠가 들었던 이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인 2000년 10월 29일자 신문을 찾아보니, 일명 정현준 게이트라고도 불리웠던 금감원 로비 사건이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당시 정현준 리스트니 뭐니 하는 말이 나돌면서 정계 고위 관계자가 연루되었다느니 어쩌니 하는 등의 무성한 설이 나돌고,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 관련자 전원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채 정현준 사건은 점점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잊혀져가고 있다. 웬만한 큰 사건이라도 3개월 정도 지나면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혀진다는 이론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연이어 터져나오는 각종 대형 비리 의혹 사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 사건이 한 뿌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한다. 지금 당장 눈앞에 드러난 모습은 제각각이어도, 결국 그 실체에 접근하다 보면 하나의 거대한 뿌리를 만나게 되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안기부자금 의혹 사건 류의 대형 비리 의혹 사건들이 계속해서 근절되지 않고 터져나오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이들 개별 사건들에 대해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사건 발생 초기엔 뿌리를 통째로 잡아뽑을 듯 덤벼들다가도, 어느 정도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그 뿌리가 소위 이 땅의 실세로 불리우는 이들과 연관된 흔적이라도 보이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슬슬 꽁무니를 빼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벌떼처럼 들고 일어서 무슨 일을 내도 낼 것처럼 기세등등하다가도, 먹고 살기가 바빠서 그런지 어떤지는 몰라도 얼마가 지나면 결말이 채 나기도 전에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져 버리기 일쑤다. 이번 안기부자금 사건이라든가 다른 사건들도 앞으로 3개월이 지나면,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아마도 사람들의 머리에서 이내 잊혀지지 않을까 싶다.

해방 직후 일제의 앞잡이 역할을 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가려내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된 반민특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짐에 따라 이 땅의 민주주의는 시작부터 크나 큰 상처를 입은 바 있다. 개인의 영달과 출세를 위해 일제에 아부하고, 반민족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이들이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한 채 소위 이 땅의 지도층입네 어쩌네 하고 국책을 좌우하거나 입김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서 군림한 결과다.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지 못할 경우 두고두고 그 해악이 사회 전반에 크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데, 최근 안기부자금 사건 등을 보노라면 반민특위에서 범했던 류의 잘못이 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는 단순히 과거의 일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과거는 크게든 작게든지간에 현재에 피해를 끼치게 마련이며, 현재의 잘못을 바로 잡지 못할 경우 미래에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안기부자금 사건류의 반사회적이고 반민족적인 범죄행위에 대해 좀더 철저해질 필요가 있다.

3개월이 아닌 30년이 지난 뒤라도 국기를 뒤흔들고 국민의 혈세를 등쳐먹는 따위 반사회적이고 반민족적인 파렴치 범죄 만큼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며, 검찰 등이 제대로 수사를 하건 하지 않건간에 이렇게 국민 다수가 문제의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혈세 유용 등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적저않은 부담과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뿌리를 찾아내 발본색원하려는 의지가 빈약하거나 얼마 지나지도 않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잊고 지나가 버리는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앞으로도 이런 류의 대형 비리의혹 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해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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