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무지'라는 병을 아십니까?

어머니들의 희생에는 결국 고통만이 남는다

등록 2001.01.29 20:07수정 2001.02.1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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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 방아쇠수지(같은 병증이 엄지손가락에 나타날 경우 '방아쇠무지'라 칭함)

병의 원인과 증상: 이 질환은 손가락을 구부리는 인대가 지나가는 통로에 염증이 생겨 이의 유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즉, 인대가 사람의 목이라면 누가 그 목을 조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로 인해 손가락을 움직이기 힘들고 또한 좁혀진 부위에 덩어리처럼 만져지는 것이다. 투약 및 물리치료를 통해 호전을 볼 수도 있고 호전이 없을 경우에는 좁혀진 부위에 직접 소염제를 주사하거나 최후에는 수술적 가료를 시행하기도 한다.(구태용정형외과)



어머니가 엄지손가락을 구부리지 못하는 지경에 처한 것은 몇 개월전 일이다. 엄지손가락을 삐거나 가시에 찔린 적도 없는데 그렇게 통증이 심하고 구부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나는 집앞에 있는 정형외과에 가셔서 의사에게 한번 보여주라는 말로 아들도리를 다 했다.

그러던 며칠 후 저녁에 집에 와 보니 어머니의 왼쪽 엄지손가락엔 흰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어머니께서는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수술'이라는 단어에 다소 놀란 나에게 어머니께서는 "집 앞에 있는 정형외과에서 뼈주사를 맞아도 그때뿐이고 최후 방법은 수술인데 아주 간단하니 수술하라고 해서 했다"는 것이다.

"아니 아들이 있는데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지만 말 한마디 없이 혼자서 수술하고 오시는 분이 어디 있냐"며 역정을 냈다. 사실 보호자도 없이 수술을 받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화가 났던 것이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10분도 안 걸리는 간단한 수술인데 뭐 하러 걱정들 하게 말을 하냐"며 도리어 큰소리를 치셨다.

그 병이 무슨 병인지를 어머니에게 물어본 후에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 '방아쇠무지'라는 병은 통상 방아쇠수지라 부른다. 그런데 이병은 물론 선천적인 경우와 후천적으로 무리한 운동을 하여 손가락을 삐거나 하는 경우에도 생기지만, 50대 후반의 주부들에게서는 아무 이유 없이 손가락에 발병하는 병이란다. 의사의 말로는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머니들이 일을 너무 많이 하셔서 생기는 병이란다.

그렇다면 왜 병명이 '방아쇠무지'인가? 그것은 이렇다. 손바닥 쪽에 분포되어 있는 인대의 이상으로 생기는데 환자들이 느끼기에는 손가락의 운동시 일정한 각에서 마치 방아쇠 당기듯 지관절에서 탄발음(총을 쏠 때 방아쇠에서 '딱'하고 나는 소리)을 느끼거나 아예 구부리거나 펴지를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사실 우리네 50대 이상 어머니들은 희생만을 강요당한 세대이다. 끝없는 가사노동과 자식과 남편 위해 자기 존재는 없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나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어머니의 엄지손가락에 감겨진 흰 붕대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을 많이 해서 생긴 병이라니... 자식된 입장에서 뭐라 할 말이 있겠는가?


1차수술시 염증이 생겨 2차 수술까지 받으신 어머니는 지금도 엄지손가락이 아프다고 말씀하신다. 결국 '방아쇠무지'라는 병은 자식인 내 가슴에 방아쇠를 당겼다.

덧붙이는 글 | 여러분 어머니의 손가락은 이상 없습니까?

덧붙이는 글 여러분 어머니의 손가락은 이상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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