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잭슨목사 혼외정사 파동

미국사회 공과 사 구분... 개혁운동가들 항상 긴장을

등록 2001.01.29 20:49수정 2001.01.3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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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민권운동 지도자인 제시 잭슨 목사의 혼외정사 사실이 보도되어 뉴스에 오르락거리고 있다. 제시 잭슨은 마틴 루터 킹 이후의 흑인 민권운동을 이끄는 정신적 실천적인 지도자일 뿐 아니라, 예전에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도 거론되었던 아주 지명도가 있는 민주당 진보파의 지도자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 주요 인물이니 만큼, 미국 시민들과 언론들에서는 이 사건에 여간 관심이 많은 것이 아니다. 기사는 물론 칼럼과 의견란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제시 잭슨 목사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여간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흑인 저널리스트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이 잭슨목사에 대해 그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으며 그 자신의 말을 지키지도 않았다면서 강력히 비판하는 뉴스를 실었고, 그의 도덕적 지도력이 상실돼 다시 그가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의견도 실었다. 반면에 지난주 뉴욕 타임즈의 사설란 옆에 붙어 있는 <편집자에게>라는 투고글에서 한 시민은 이로 인해 제시 잭슨 목사의 공적인 업적이 과소 평가되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나는 더 궁금한 것이 있다. 왜 제시 잭슨 목사의 혼외정사와 딸 이야기가 이 때에 터져 나왔는지 의문이었다. 그 사실이야 언론에 의해 취재 보도되었지만 뭔가 수상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풀렸다. 부시의 선거결과가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시정권의 치명적인 아킬레스인 국민표의 부족과 개표중단 시비에 제시 잭슨이 선두에 서 있었던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말썽 많았던 플로리다주 선거에 대해 제시 잭슨목사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조직의 하나인 흑인민권단체인 NAACP는 플로리다 선거가 처음부터 흑인들의 권리를 약탈한 선거였을 뿐 아니라 반드시 재개표를 해야 한다고 투쟁했다. 더군다나 결국 부시가 이긴 걸로 모든 것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흑인의 민권운동 차원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니 제시 잭슨은 참으로 골치 아픈 존재가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

물론 부시정부가 그 사건과 관련돼 있다는 증거야 모르는 일이지만 과거 J.F. 케네디 암살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 정치는 겉으로는 아주 태연하면서도 속으로는 얼마나 음험한가. 레인보우연합은 이 점을 규탄하고 있다.

어쨌든 카운터 펀치를 한방 얻어맞고 제시 잭슨은 잠적했고, 흑인민권운동의 반부시 열기는 급속히 식어 버렸다. 급기야 잭슨목사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그가 이끌던 레인보우연합은 그를 대신해 돈을 보상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 취임식이 있던 날 취임식장인 워싱턴D.C는 물론 뉴옥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등 전국 여러 곳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그런다고 상황이 역전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만일 제시 잭슨이 용용했더라면 미국은 굉장이 시끌벅쩍했을 것이었다.


그런 일을 보다 보니 작년에 있었던 한국의 시민운동가와 젊은 정치인들에 대한 시비가 떠올랐다. 그 때 그 일로 시민단체들과 젊은 개혁정치세력이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욕을 얻어 먹었는가. 요번의 제시 잭슨 사건의 그림자가 부시정권의 취임이라는 배경이었다면, 그 때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에서는 총선연대 뒤끝의 음험한 보수정치세력과 보수언론의 그림자들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당시 참여연대의 박원순 변호사가 얼마나 원통했으면, 한 잡지에 '그러다가 시민단체들이 <국민 여러분 잘 먹고 잘 사십시오>라고 문 닫으면 어떡하겠냐'고 말했겠는가.

그런데 내가 지금 제시 잭슨목사 이야기를 하고, 시시콜콜하게 다 지나간 한국의 사건까지 들쳐내는 것은 그 그림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그 거야 생각있고 깨어있는 국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제시 잭슨 목사 사건을 보며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자랑스런 한국인이여, 공과 사를 구분하자'는 것이 그 하나요. '존경하는 운동가들이여, 항상 긴장하라'는 것이 다른 하나였다.

나는 제시 잭슨 목사 사건이 나오자 이제 미국 정치며 언론에서 미국 시민단체나 민권단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시퍼런 칼날로 춤을 주겠거니 생각했다. 내 생각은 '미국을 잘 모르시구먼'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어떤 집단에서도, 미국 언론 어디에서도 잭슨목사의 부도덕성에 대해서는 강력한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이 사건으로 흑인의 민권운동이나 시민단체를 연관지어 보도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그것을 누군가 흘리고 밝혀내 사실 엄청난 효과를 얻었겠지만 제시 잭슨 목사의 개인사와 도덕성 평가 이상 더 이상의 시비가 일지 않았다. 한국에서와 확실히 다른 점이었다.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은 개인적인 일이다. 제시 잭슨이 어떤 여자와 연애를 하든 한국의 한 시민운동가가 주식투기를 했든 그것은 그 개인의 도덕성이 엄정하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지 그것이 공적인 그 외의 조직을 마타도어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개인이 남 모르게 하는 일은 조직이 어떻게 다 안단 말인가.

우리 문화가 서양 사람들 개인주의와 달라 공동체적인 좋은 점이 있다손치더라도 좋은 점에는 나서지 않고 그게 이상하게 꼬여 부화뇌동하는 집단주의 문화와 공사를 구분 못하는 전근대적인 문화는 이제 버려야 하지 않을까.

못된 3류 보수 건달 정치세력들과 하이에나 근성으로 뭉친 후진국형 언론쟁이들이 난리를 친다 해도 국민들이 이제는 성숙한 국민정신으로 균형을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경우 우리 국민들은 공과 사를 구분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공사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일도 많다. 또 공사라는 것이 항상 연관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공사를 구분한다 해도 그 개인과 관련이 있는 조직, 그 조직과 함께 하는 개인들이 항상 일정한 책임을 함께 지고 있음도 물론이다. 그래서 종종 터지는 한국 시민단체의 내부 문제에 대해 많은 시민단체의 자정활동이 모색되는 것이다.

제시 잭슨이 다 죽은 쥐 꼴이 됐는데도 요즘 미국 진보단체들이 그로 인해 기가 죽거나 시민단체들이 맥빠지는 일이 없다.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겠지만 요새 부시정권의 각료들을 검증하고 있는 상원 청문회가 계속되고 있는데, 사실 그 상원 뒤에는 미국의 각 부분의 수많은 시민단체들의 용맹무쌍한 검증과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한 운동가의 부도덕한, 그것도 과연 항상 부도덕한 것인지 냉정히 생각해야 할 것이지만, 그 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언론이 함부로 시민단체들을 건드렸다가는 언론이 국민의 살벌한 심판을 받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의 다른 생각은 시민운동가들은 항상 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운동가, 개혁운동가들은 항상 총탄이 튀기는 전쟁의 복판에 서 있는 사람이다. 직격탄은 물론이고 운 나쁘게 유탄에 맞을 수도 있으며, 아예 포탄에 잿더미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운동문화의 진지함과 긴장감이 다소 경박스럽고 개방스럽다 못해 느슨하게 풀려있기까지 하는 그런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 얼떨떨한 긴장의 이완이 실수를 가져오게 하고 상대의 공격을 일으키게 했을 것이다.

꼭 완고한 청교도적 혹은 공자적 선비정신을 꼭 가지라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운동도 못하고 정말 밥맛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온통 상투적이고 음모적이며, 부패하고 비도덕적이며, 본능적이고 상업적이며, 야만스럽고 권력적이며, 이기적이고 쾌락적이며, 부적절하고 비합리적이며, 비인도적이고 폭력적인 그런 주변의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오늘 하루의 긴장이 없이는 자신도 모르게 개혁을 방해하는 사람들의 그물망에 포위되고 말 것이다.

나는 제시 잭슨목사가 다른 여자와 정사를 나눈 것, 그리고 자식을 낳은 것을 그렇게 비도덕적이라든지 죄악이라든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그의 스승들인 마아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의 긴장된 정신력을 소유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는 스스로의 긴장을 잃어버림으로서 도덕적 리더십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가 쌓아온 위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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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테크노파크 원장, 아시아사이언스파크협회(ASPA)회장, 전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GIST) 대외부총장, 전 UCLA 한국학센터 연구원 참여자치21 대표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장 광주혁신클러스터추진단장 기업주치의센터장 광주광역시장 특보 지역미래연구원장등을 맡았다. <창조도시><김영집의 고전담론>등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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