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미묘하지만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 그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개는 늑대보다 표정이 다양하다.'
개는 가축화 되면서 그들끼리만이 아닌 다른 종(인간이겠죠)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새로운 수단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인간은 개들의 은어(?)를 도저히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개는 야생동물 특유의 매서운 눈빛을 부드럽게 바꿔야 했습니다. 사실은 인간들이 그런 개체들만 계속 추려낸 거란 게 더 정확할 겁니다. 이렇게 수천 수만년이 흐르다 보니 개는 늑대보다 훨씬 능숙한 표정문화를 가지게 된 겁니다.
인터넷상의 언어에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모티콘'이라는 기호언어가 있습니다. ^^, -_-;; <-- 이런 거 말입니다. 요즘도 기발한 '이모티콘'들이 속속 인터넷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게시판이나 채팅 등에서 이모티콘이 빠진 문장은 거의 보기 힘듭니다. 나 또한 수시로 그것을 써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똑같은 문자를 쓰던 지면매체에서는 그다지 필요성을 못 느껴왔는데 말입니다.
이건 왜 그럴까요?
이 현상도 저는 앞서 말했던 개와 늑대사이에 발생했던 것과 유사한 이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터넷에 막 입문할 때 거의 누구나 몰입하곤 하는 채팅활동(?)에서는 특히 이것을 느끼게 됩니다.
채팅의 대부분의 경우는 초면인데다가 서로의 얼굴도 안 보고 이루어지는 대화일 때가 많습니다. 때문에 상대방의 표정과 억양을 제대로 감지를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과장법 혹은 반어법 섞인 농담을 구사했다가는 바로 분위기가 썰렁해질 때가 많습니다. 상대방은 내 말을 직설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럴 때는 미리 '^^' 이런 류의 기호를 써서 농담이라는 걸 미리 깔아줘야 하죠. 즉, 인터넷에서는 블랙유머리스트가 되려면 아주 고도의 경지에 올라야 합니다.
또 상대방이 한참 이야기하고 있는 중일 때 "아 예.."보다는 "아 예..^^"라고 해줘야 긍정적으로 경청중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니까 실시간에 이루어지는 대화이고 상대방의 언어 외적인 표현수단을 전혀 알 수 없는 의사소통 공간이다 보니 '이모티콘'이라는 디지탈 표정문화가 탄생한 거죠.
반면에 지면매체라면 글을 쓰고 나서 비교적 긴 시간 후에 불특정 다수의 독자와 만나는 데다 보다 다채로운 상황묘사를 추가글로써 충분히 곁들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저런 식의 기호가 필요없지 않았나 합니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이전까지는 이런 특수문자를 원고에 썼다가는 편집자에게 실없다는 핀잔만 잔뜩 들어야 했을 겁니다.
아무튼 앞으로는 이러한 '이모티콘'이 거꾸로 인쇄매체에까지 그 영역을 넓혀 나갈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면 우리는 또 하나의 상형문자를 가지게 되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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