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활동 참여 교수 급기야 파면

<속보> 인하대 김영규 교수 1월29일 '파면'조치

등록 2001.01.30 12:10수정 2001.02.1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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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2월6일) 학내외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인하대 교수협의회장 김영규(56) 교수가 직위해제, 징계위 회부에 이어 결국 파면됐다. 사회참여 교수에 대한 '해임 또는 파면조치'는 80년대 군사독재정권 이래 처음이다.

인하대학교(총장 노건일) 재단인 인하학원(이사장 조양호)은 지난 1월29일, 오전 9시에 대학본부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3차 징계위원회가 학생 및 사회단체들의 저지로 무산되자 오후에 학교 모처에서 비밀리에 징계위원회를 강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5일 뒤인 2월3일 김영규 교수에게 통보했다.

전국교수회 등 15개 교육·사회단체로 구성된 '인하대 교협회장 김영규 교수 탄압분쇄와 조양호 재단이사장 퇴진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이하 김영규 대책위)'는 이와 관련 3일 부평역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정치활동과 총장 중간평가를 이유로 교수를 파면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라며, "징계당사자인 김영규 교수에게 소명기회도 주지 않는 등 징계위원회 절차조차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김영규 대책위는 앞으로 "징계철회 및 노건일 총장 퇴진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당사자인 김영규 교수도 "재단측의 파면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계속 출근하면서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1월31일 '징계위 회부'에 대한 교육부 재심의를 신청한 데 이어 '파면'에 대한 재심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교육위원장인 성낙돈(덕성여대) 교수는 "김영규 교수 징계는 터무니 없는 일이자 교수의 교권에 대한 폭거"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기울여온 오늘날 대학사회에서 보기 드문 실천적 지식인들에 대한 탄압이다"라고 밝혔다.

성교수는 또 "김교수에 대한 파면은 인하대 교수협의 노건일 총장 중간평가로 인해 대외적인 망신을 당한 학교측의 보복"이라며 "인하대학교 학교당국과 재단은 학교내부구성원뿐만 아니라 교육·노동·사회단체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1보 : "정치운동과 노동운동에 참여해
교수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다" - 1월30일



▲인학학원이 김영규 교수에게 보낸 '징계사유서' ⓒ 오마이뉴스 김미선

중년의 한 대학교수가 해임위기에 놓였다.
인하대(총장 노건일) 교수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그에게 학교와 재단(인하학원·이사장 조양호)이 제시한 징계사유는 5개 항목, A4용지 10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그는 이어 재단측으로부터 '직위해제'를 통보 받았고, 징계위 결정을 남겨둔 상태다.

▲인하대 행정학과 김영규 교수. ⓒ 오마이뉴스 김미선
17년간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로 몸담아 온 김영규(56) 교수. 그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뭔가를 저지른 것일까.


하지만 김 교수는 오히려 사회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 교수, 동문회를 비롯해 사회단체들은 학교측의 징계위원회 개최를 세 차례나 실력으로 저지시켰다. 또 '김영규 교수 부당징계 철회와 대학민주화를 위한 범인하 비상대책위(이하 범인하 비대위)'가 구성됐고, 각 단체로부터 연일 '김 교수에 대한 징계의결 철회' 성명서가 나오고 있다. 김 교수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이유다.

김교수는 도대체 무슨 일로 '징계' 대상이 된 것일까.

"정치운동·노동운동에 참여해 교수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다"
A4 10장의 징계사유서, 그 안을 들여다 보니


"징계의결 요구 대상자 김영규 교수는 교수 본연의 임무인 교수와 연구를 도외시한 채 학내외의 정치·경제·사회·노동분야 등에 현실참여와 사회활동에 경도되어... 대우자동차 노조의 불법파업을 선동하는 등 노동운동을 하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근거없는 허위사실로서 재단 및 임명권자를 비방하고... 학내문제의 사회쟁점화를 시도함으로써 교수본분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교수와 교수, 교수와 학생, 학생들 상호간의 반목과 갈등을 부추겨 학내분열을 조장하고, 면학분위기를 조장함은 물론...."

징계사유서는 2001년 1월2일 김교수에게 전해졌다. 같은 날 김교수는 직위해제됨과 동시에 겨울계절학기인 '정부와 기업'을 강의할 수 없게 됐다.

▲1월29일 3차 징계위가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실앞. 징계위는 이를 반대하는 학생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 오마이뉴스 김미선
징계사유서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그 간 김교수가 '교수'라는 타이틀 외에 사회에서 가져온 대외활동에 대한 지적이다.
김교수는 '인천시민연대' 공동대표, '민주개혁을 위한 인천시민연대' 공동대표, '대우사태 올바른 해결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청년진보당 인천지부' 정치위원 등을 맡아 인천지역 내의 집회에 자주 참여하는 것은 물론, 지도급 역할로 활동해 왔다.
재단측은 이를 두고 '불법파업을 선동했다' '교수본분에 배치된다' 고 주장, 사립학교법 제58조 '사립학교 교원이 정치운동 또는 노동운동을 하였을 경우 이를 면직사유로 규정한다'라는 조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김교수의 '교수협의회' 활동에 대한 지적이다.
징계사유서는 '김교수가 노건일 총장 취임시(98년)부터 '자질과 능력이 미달되는 인사로 관료적이고 독선적이며 인하대학교를 3류 대학으로 전락시킬 총장이 임명되었다'며 노총장과 학교법인 인하학원을 계속 비방했다'고 밝히고 있다. 재단 측은 이와 관련, 재단인사권 침해와 월권, 형법상 명예훼손 등의 범죄행위라고 규정지었다.

또한 재단측은 김교수가 2000년 교수협의회 회장 당선시 정족수도 모자란 상태에서 정관을 어기고, 회장에 당선됐다며 '교수협의회장'으로써의 김교수의 활동을 전면부정, 김교수 개인의 활동으로 단정지었다.

이로 인해 김교수에게 붙여진 '징계사유'는 △정치운동, 노동운동, 교수본분 배치, 품위손상, 해교 행위 △총장 및 재단이사장 등에 대한 명예훼손 △학교에 대한 비방, 학생선동 △불법·무효 교수협의회 회장 당선, 교수협의회 명의도용 △교수직무상의 의무위반, 직무태만 등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나를 징계하려는 진짜 이유는 총장 중간평가 때문"

그러나 재단측이 발표한 징계사유서는 학생, 교수, 교직원 다수로부터 '시대착오적'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학내에서는 총학생회, 동문회,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범인하 비대위'가 구성됐으며, 학교밖에서는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김영규 교수 탄압 분쇄와 조양호 이사장 퇴진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이하 공투위)'가 꾸려졌다.

이들은 △이미 사문화되다시피 한 '사립학교법' 규정을 학교측이 들고나온 점 △교수협의회장 선거 당시 선관위의 유권해석까지 마친 '정족수'를 이제 와서 학교측이 고집하는 점 △1980년 군사독재시절에나 가능했던 교수들의 사회활동을 문제삼는 점 △교수협 활동을 문제삼는 것은 재단에 대한 어떤 문제제기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 등 징계사유서의 어떤 조항도 납득할 수 없다고 학교측에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재단이 제출한 징계사유서에 김영규 교수의 일거수 일투족과 발언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재단이 김교수에 대한 개인사찰을 자행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김미선
그렇다면 학교측이 김교수를 징계하려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는 걸까? 이에 대해 징계당사자인 김영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 오래전부터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온 것으로 아는데 왜 이제서야 학교측이 '징계'를 거론한다고 보는가.

"지난해 말에 교수협의회가 추진했던 '노건일 총장 중간평가' 때문일 거다. 사립학교 중 인하대 교수협이 최초로 시도한 '노총장 중간평가'에서 그는 17점이라는 낙제점수를 받았다. 당초 재단과 학교측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구조조정의 당사자인 교수들과의 사전협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교수협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간평가'를 실시했었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개했다. 또 재단의 2000억원 부채 이전의혹을 제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해 둔 상태다."

- 2000년 3월에 선거를 마친 '교수협의회장' 자격시비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교수협의회를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교협은 이미 '교수노조'를 추진하고 있으니 회장인 나를 문제삼는 것이다."

- 10장짜리 징계사유서를 받아보았을 때 심정이 어땠나.

"나에 대한 사찰의혹이 들 정도로 구체적이라는 데 놀랐다. 내가 언제 무슨 집회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까지 다 나와 있었다. 기관의 협조를 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작성이 불가능 한 것들이었다."

- 학교측에서 징계를 강행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끝까지 싸울 것이다. 학내에서 농성을 벌이고, 강의도 강행할 것이다."


학교측은 문제가 예상외로 불거지자, 1월16일 교무처장 명의로 '김교수 징계회부에 대한 학교의 입장'을 발표, '김교수 징계회부의 본질적 이유는 심각한 해교 행위와 품위손상 때문에 이루어진 것...김교수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김교수의 외부활동에 대한 언급은 김교수가 각종 시민단체에 참여해 활동했기 때문이 아니라 교육기관인 학교와 교육자가 지녀야 하는 원칙적인 태도를 김교수가 어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인하대를 둘러싼 안팎의 열기는 고조될 대로 고조된 상태다. 학교측은 1월29일 세번째로 무산된 징계위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고, 범인하 비대위와 공투위는 '무조건적인 징계철회'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일반 학생들까지도 게시판을 통해 '김교수 징계철회'에 동조하고 나섰다.

학교와 재단, 그리고 김교수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과연 누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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